건강 검진
일산 신도시 아파트에 당첨이 되어서 이사 온 지가 15년이 넘어서다 보니 아파트 곳곳에 수리할 곳이 생기기 시작한다. 마찬가지로 내 몸도 70년을 써 먹었으니 어찌 이상이 없겠는가.
머리는 백발이 되고, 눈은 돋보기를 쓰고서야 글을 읽고 쓰는 신세가 되었다.
어려서부터 앞니 하나가 나빠서 손으로 이를 가리고 웃는 순진한 소년 시절을 보내다가 직장을 얻어 비로소 치과의사를 찾아갔더니 양옆의 멀쩡한 두 이를 신나게 갈고 예쁜 이로 바꾸어 주어서 비로소 이를 들어 내놓고 마음껏 '하하하-' 웃는 즐거운 하루하루를 살게 되었었다.
이런 일을 치과의사가 시키는 대로 되풀이 하다가 고희를 넘기고 보니 의치를 하고 살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음식을 먹을 때 그 불편함이란-.
나머지 성한 이들도 일제히 아래부터 패이기 시작하고 시큰거린다.
젊어서는 병원을 거의 가 본 적 없이 살아왔는데 60이 넘어서부터 병원 출입이 잦아졌다.
감기나 가려움증으로도 그렇지만 가장 많이 가는 곳이 안과다.
멀쩡한 눈에 모기 모양의 작은 점 같기도 하고 거미줄 같은 것이 아른거려서 안과에 갔더니 비문증(飛蚊症)이라 한다. 어느 땐 깜깜한 밤에도 눈에 번개가 치듯 번쩍번쩍 하는데 이것은 안구의 찢어진 일부가 시신경을 때려서 그렇다는데 그런 증상을 섬광증이라 하던가. 이름을 잊었다.
의사는 이들은 고칠 수 있는 것이 아닌 노환 증세라 적응하면서 살아야 한다고 한다.
사는 곳이 신도시라 전철을 타고 먼 거리를 갈 때에 MP3와 핸드폰 사용을 위해 이어폰을 귀에 꽂고 다니다 보니 귀밧퀴가 헐어서 진물이 난다. 피부과에 갔더니 의사가 말하더라.
'이어폰을 끼고 살 팔자가 아니라고.'
오늘 종합병원에서 받은 건강 검진 결과 통보서를 받았다.
결과는 '정상B로 건강에 이상은 없으나 자기 관리 및 예방조치가 필요함'이었다.
암 검진 결과 통보서는 다음과 같았다.
-내시경 검사 결과 위용종 소견이 보여 시행한 조직검사 결과 과형성용종, 장상피화 있는 만성위염 소견이 보입니다. 주기적으로 내시경 겸사 하세요. 증상 있으면 약물치료하세요.
그래도 겁이 나서 의학서적을 찾아보니 과형성용종에 대한 말이 없는 것을 보니 크게 염려할 것은 아닌 것 같다.
-대장용종이란 점막이 비정상적으로 자라 혹이 되어 장의 안쪽으로 돌출되어 있는 상태를 말하는데, 선종성용종, 과형성용종, 염증성용종 등이 있다.
대장 내시경 상 용종이 발견되면 검사 중 내시경적 방법으로 모든 용종을 제거해야 하며. 제거된 용종의 조직검사 결과에 따라 추적검사가 필요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대장암의 약80%는 선종형 용종이 진행되어 발생하므로 정기적인 대장검사는 대장암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선종형용종을 제거하므로써 대장암을 예방할 수도 있는 효과가 있다.
요즈음은 장마철인데다가 인구의 이동이 심한 바캉스 시즌이라서 산행과 여행을 자제하고 집에 있다.
'이런 기회에 병원에 가서 등산하면서 늘 걱정이 되던 무릎관절에 대하여 알아보자.' 하고 정형외과에 가서 엑스레이를 찍어 보았다.
'관절이 정상적이니 전혀 걱정하지 말고 지금처럼 등산을 하세요.' 라 한다.
듣던 중 가장 반가운 소리라서 저녁을 겸해서 자축하는 술자리를 혼자 홀술하며 벌였다.
내가 가장 걱정하던 것은 의사가 '술을 그만 먹으라.', '등산은 절대 가지 마라.' 하는 것이었는데 그게 아니라 하니 이 아니 축하할 일인가.
좋은 세상 만나
위, 간, 대장이 안녕하신가
건강검진 갔더니
듣고 싶은 말 다 빼고
앵무새 의사가 충고한다.
"술 좀 작작 잡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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