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나이 이야기

ilman 2017. 11. 1. 11:41

나이 이야기

  같거나 비슷한 또래를 만나게 되면 무엇보다 상대의 나이가 몇살인지 궁금해진다.

젊은이들은 서로 형이니 아우니 선후배를 가리기 위해서, 노인들은 누가 더 나이를 먹었는가, 아니면 나이와 얼굴을 비교해 보기 위해서인 것 같다. 그래서 나이를 묻게 되는데 그 대답이 다양하다.

나이가 우리나라 ‘해방(解放)동이’라면 대답이 다음 중에 하나일 것이다.

“만 72세입니다.”
 “1945년 생입니다.”
 “을유(乙酉) 생 닭띠입니다.”

그 나이를 숫자로 말할 때, 서양 사람들은 출생 이후를 따져 만(滿: 제 돌이 꽉 참)으로, 동양 사람들은 어머니 뱃속에 있던 것도 따져서 ‘당년(當年)’의 준말인 ‘당(當)’으로 나이를 따지는 것을 보면, 동양 사람들이 더 생명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 같다.

그 나이를 재미있게 에둘러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 7학년 2반입니다. “

"6학년 12반입니다."

“ 7호선 타고 가다가 2번 출구로 나가지요.”
“저는 50년 전에는 22살이었지요.”

후자에는 재미있는 중국 고사의 일화(逸話)가 전하여 온다.

-옛날 당나라 시절이었데요. 과거시험장에 황제가 참석하여 보니 하얀 백발노인이 과거시험을 치르고 있었습니다. 황제는 문득 그의 나이가 궁금하였습니다."그대 나이가 몇인고?" "73세입니다." "자식은 몇이나 두었는고?" "아직 미장(未丈)입니다. 과거에 급제한 후에 결혼하려다가 이리 늦었습니다." 이를 측은하고 안쓰럽게 여긴 황제는 어여쁜 궁녀 하나를 골라 결혼식을 하게 하여 주었습니다. 당시 장안(長安)의 당나라 시인(唐詩人)들이 이 이야기를 듣고 감격하여 시(詩)를 지어 그 백발노인의 결혼을 축하하여 주었답니다.
"그대여! 오늘 밤 신부가 나이를 묻거들랑 50년 전 23세라 말하시게나."

 2달 후 정유년(丁酉年)이 지나 새해가 밝으면 나는  50년 전 32살이 된다.

그렇다면 90 살이 8년 남았고, 100살을 사는 행운을 누리게 된다면 18년이 남았을 뿐이다.

우리 아버지도, 할아버지, 증조, 고조할아버지도 현재의 내 나이보다 20여년 전에 돌아가셨다.

그래서 80이 되던 작년에 내 죽으면 집이 잘 팔리라고 집수리를 하였고, 아내와 함께 대만과 하와이로 여행을 다녀왔고, 작가 생활의 마지막이 될지도 몰라 "국립공원산행기"에 이어 "도립공원 산행기"를 출간하였다. 큰딸이 50세라서 금혼식(金婚式)을 지내고, 나이들어 가장 추한 것 중에 하나인 의치(義齒)를 버리고 임플란트 10여개를 하면서 죽음을 준비했다.

그리고도 그냥 보내기가 역겨워 "국립 해상공원 섬 여행기"를 쓰기 위해서 섬을 다니고 있다. 더 움직이기 어렵게 되기 전에 부지런히 한국의 아름다운 곳곳의 정리를 서둘러야겠다는 마음에서다. 그리고 아름답게 가고 싶은 게 마지막 소원이다.

그때 내 책이 남아 있걸랑,  문상(問喪) 오는 사람들께 나누어 주며 한 번도 해보지 못한 'ilman의 출판 기념회'을 하고 싶다.

                                                                                           -2017. 1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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