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한도(歲寒圖) 이야기
한국 사람 중에 세한도를 모르는 사람이 있겠는가.
세한도(歲寒圖)는 서예의 대가 추사 김정희(秋史金正喜)가 조선 헌종 10년(1844년)에 그린 국보 180호로 지정된 한국의 대표적인 문인화(文人畵)이기 때문이요, 이 작품 속에는 제자 이상적과 사제 간에 얽힌 끈끈한 정이 흐르는 발문(跋文)이 있고 이에 얽힌 일화(逸話)가 전해오기 때문이기도 하다.
세한도의 그림 자체만으로는 소박하기 그지없는 단 색조의 수묵화(水墨畵) 작품이다. 한 채의 집과 좌우에 소나무와 잣나무가 대칭을 이루고 있어 너무 간략하여 겨울의 썰렁한 분위기가 겨울을 말하고 있는 묵화 작품으로 텅 빈 여백이 많지만, 왼쪽에 한문으로 쓴 꼬리말이 이 작품을 그리게 된 유래를 설명하고 있어 세한도의 진가와 명성을 드높여 주고 있다.
헌종 10년(1844) 추사가 제주도에서 귀양살이를 하고 있을 때였다. 당시 역관(譯官)인 제자 이언적(李彦迪)이 북경으로부터 귀한 책들을 구해다 제주까지 찾아와 준 제자에게 사제지정(師弟之情)을 소나무와 잣나무에 비유하며 감사의 답례로 그려 준 작품이다.
이런 글을 사의라고 하는데 사의(寫意)란 사물의 모양을 그대로 그리지 않고 거기에 담겨 있는 뜻이 드러나게 그리는 그림이다.
세한도(歲寒圖)란 제목은 논어 자한편(論語 子罕篇)에 '歲寒然後 知松栢之後凋'(세한연후 지송백지후조)에서 따온 제목으로 추워진 연후에라야 소나무 잣나무의 시들지 않음을 안다는 뜻이다. 여기서 세한도의 집은 제주도에서 귀양살이를 하던 추사 자신을, 송백(松柏)은 제자 이언적의 고고한 의리를 상징한 것이다.
다음은 이 세한도가 오늘날 국립박물관의 소장되기까지의 일화다.
세한도를 아낌없이 내 준 일 학자 후지쓰카
추사 김정희가 그린 불후의 명작 세한도(歲寒圖)는 1944년 서예가 손재영씨가 일본 동경제대 교수며 수집가인 후지츠카 치카시(1897~1948년)에게서 되찾아 온 작품이다. 세한도는 후지쓰카가 정식으로 구입한 작품이었다. 손재형과 추사 연구 일인자인 후지츠카와는
서로 친한 사이였다. 진도 갑부 출신 손재형은 김정희 버금가라고 할 수 있는 서예가로 거금 3,000엔을 들고 연합군 폭격이 한창인 도쿄로 건너 갔을 때는 후지쓰카는 와병 중이었다. 손재형의 간청을 들은 후지쓰카는 완강히 거절하며 "내 모든 소장품을 내놔도 이 세한도(歲寒圖)만은 안되오." 하는 것이었다. 그래도 계속 찾아 간곡하게 부탁하자 그 아들 아키나오를 부르는 것이었다. "내가 죽거들랑 손재형 선생에게 세한도를 내드려라." 손재형이 더욱 열심히 지성을 다하여 간곡히 부탁하였다. "훗날을 기약하지 마시라고-." 근 석달을 병문안을 드리면서 끈질기게 드리는 간청에 지성이면 감천이라 드디어 후지츠카가 손재형을 부르는 것이었다. 후지추카는 세한도를 건내 주며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내가 돈을 받고 세한도를 내 놓는다면 지하의 완당 선생이 나를 뭘로 치부하겠소?
내 대신 세한도를 잘 간직해 주시오." 3,000엔을 거절하며 하는 말이었다. 손재형이 세한도를 가지고 귀국한 석 달 후 미군의 동경공습으로 거처를 옮겼더니 그 사이 후지츠카의 서재는 폭격으로 불타 버리고 말았다. 세한도가 기적적으로 이렇게 부활하여 보존 된 것이다.
그후 62년 뒤인 2006년 아들 후지츠카 아키나오는 대학교수로 정년 퇴직하여 넉넉지 못한 형편에도 불구하고 부친 소장 자료가 조선에 큰 유물이 될 것이라는 자부심 하나만으로 2006년에 보관하고 있던 선친의 추사 관련 유물 2,200 여점을 가지고 와 대한민국 과천시에 기증했다. 그때도 어버지처럼 아무 조건도 없는 기증이었다.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었다.
과천시는 그 유지를 받들어 지금까지 추사 전시실을 만들어 보관하고 있다. -출처: 조선일보 기사에서
이렇게 기구한 역경을 가진 세한도(歲寒圖)는 소장자 소헌(素軒) 손재형이 국회의원에 입후보하였을 때 자금이 부족하여 전당포에 잡히게 되는 인연으로 이근태가 이를 구입하게 되고 이는 다시 개성 출신 수장자 손세기 소유가 되었다가 현재는 그의 아들 손창래가 2011년 국립박물관에 기탁 보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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