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 따라 DMZ 탐방(5)/ 강화 제적봉 평화전망대
*. 제적봉(制赤峰) 이야기
강화도(江華島) 지도를 가만히 보면 경기도(京畿道)와 비슷하게 생겼다.
그래서 그런가 경기도 북쪽이 휴전선으로 임진강 북이 민간인 통제구역이듯이, 강화도 최북단인
제적봉(制赤峰)
도 역시 민간인 출입 통제 구역이다.
제적봉(制赤峰)은 강화 최북단에 위치해 있는 북한과 마주 대하고 있는 우리 해병대 주둔지역 내에 있다.
그러나 우리들은 인천(仁川)이라는 고향을 마음속에 묻고 살아온 유지들이 모인 인천향우회(仁川鄕友會) 멤버라서 특별 허가를 맡아 가는 길이다.(2017년 현재 민간인에게 개방되어 있음)
우리들은 강화읍내로 나와서 역사관 가는 길로 하여 강화대교 아래로 해안선 따라 양사면 철산리의 제적봉을 향하고 있다.
검문소를 막 지나다 보니 멋진 연미정(燕尾亭)이란 정자가 있다. 이곳은 한강과 임진강이 합류하여 그 한 줄기는 서해로, 또 한줄기는 강화해협(염하강)으로 흐르는 그 모양이 마치 제비꼬리 같다 하여 제비 '燕 ', 꼬리 '尾' '연미정(燕尾亭')이라 이름하였다는 곳으로 강화 8경 중 3경에 해당되는 곳이다.
-이 연미정은 고려 고종이 구제(九齋) 하기 위하여 학생들을 이곳에 모아놓고 면학케 하였다는 곳이다. 그러나 이곳은 정묘호란 때인 인조 5년(1512년) 청나라와 강화조약을 체결한 비극의 장소이기도 한 곳이다.
그 비극이 오늘날까지 이어져 온 것일까? 제적봉(制赤峰)이 또한 국토분단의 현장에 서 있는 봉이다.
군 연병장에 도착하여 버스에서 내려 언덕을 조금 오르니 거기가 바로 제적봉이었다.
그 정상 숲 속에
'制赤峰 丙午 五月 金鍾必 씀' 이란 정상석이 서있다.
-1970년 대 김종필 씨가 국무총리 시절이었을 때 이곳에 와서 '赤(적)'을 '制'壓(제압)하는 峰(봉)'이라 명명하여 생긴 이름이다.
'적'은 '敵(적)'이란 뜻도 되고 '빨갱이'란 뜻도 되는 말이니 수사법상 중의법(重喩法)을 염두에 두고 지은 이름 같다.
제적봉에서는 북한이 아주 가깝게 보인다. 북한까지가 2~3km밖에 되지 않아서였다.
북녘 땅이 바라다 보이는 곳에 '彼恨'이란 두 자를 쓴 입석이 있다.
'彼'는 저 '피' 자이니 저 북한 땅을 가리키는 말이요, '恨'은 그곳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마음속 한(恨)일 것이니 가족을 두고 온 실향민의 천추의 한(恨)을 피눈물의 두 자로 새겨놓은 마음이었으리라.
거기서는 다른 곳보다 북한의 마을이 더 많이 보였고 말로만 듣던 예성강(禮成江)이 보인다.
국문학을 전공한 사람이서 그러한가 불현듯 '예성강곡(禮成江曲)'이 생각난다.
가사(歌詞)는 전하지 않고 제목과 내력만이 고려사(高麗史)에 전하여 오는 고려의 부전 가요다.
-우리나라 고려 때 바둑을 아주 잘 두는 하두강이란 당나라 상인이 있었다. 예성강에 왔다가 미모의 부인을 보고 자기 사람으로 삼고 싶었다. 하여 그 부인의 남편과 내기 바둑을 두어 첫 판에서는 일부러 져 주고 두 번째 판에서는 그 부인을 걸고 내기 바둑을 두어 그 아내를 빼앗았다. 배에 실려 떠나는 아내를 보내며 그 남편이 얼마나 회한의 눈물을 흘렸겠는가. 그때의 심정을 남편이 부른 노래가 예성강 곡(禮成江曲) 전편이었다. 배가 바다 한가운데 이르자 배가 뱅뱅 돌고 가지 않았다. 점을 쳐보았더니 정절이 굳은 여인이 이 배에 타서 뱃길이 어렵다는 점괘가 나와서 부득이 돌려보내 줄 수밖에 없었다. 그때 그 부인이 천지신명에게 감사하며 눈물로 불렀다는 노래가 예성강곡(禮成江曲) 후편이다.
그 예성강을 보니 그 강에 오버랩되어 나타나는 북한의 여인들이 생각난다.
옛날에는 남남북녀(南男北女)라 하였는데 지금은 아무리 보아도 남남 남녀( 南男南女) 같다.
미모도 여유가 있어야 살아나는 법인데, 세계가 도와주지 않으면 굶어 죽을 수밖에 없는 사람들을 두고 어찌 미(美)를 논하겠는가.
베트남에 갔더니 하노이 베트남인 가이드가 평양 김책대학교에 유학을 다녀온 사람이었는데 그가 말하더라.
'한국 사람들은 우리 베트남보다 25배나 더 잘 삽니다. 그러나 북조선 사람들은 우리 베트남보다 10배 이상이나 못 삽니다."
전 세계를 둘러보아도 공산주의 나라는 거의 다 멸망하고 있고 , 그중 그래도 잘 사는 나라가 오직 중국뿐이던데 그것도 상류층 10%뿐이라는데 우리 북한 여인들은 얼마나 지금 고생을 하며 살고 있을까?
북한을 바라보며 그 예성강곡의 그 남편처럼 언젠가 나도 시 한 수를 써 바치고 싶어 진다.
제적봉 바로 우측에 제적봉 안보관광지[전망대] 건물(현, 강화 평화공원)이 완공을 앞두고 있었다.
사업비 47억 5천만 원을 투입하여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로 만들고 있는 시설인데 북한 관련 전시관, 전망시설, 군부대 시설로 이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낙후된 지역을 안보관광 차원으로 개발 발전시키기 위해서 연내에 개방할 예정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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