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장생(十長生)3 / 거북
십장생(十長生)이란 불로장생(不老長生)하거나 장생불사(長生不死)한다는 열 가지 물건이다.‘해산, 물, 돌, 소나무, 대나 불로초, 거북, 학, 사슴’을 말한다.
이 열 가지 중에 인간 삶에 필요불가결한 자연물인 ‘해, 산, 물, 돌’과 동식물인 ‘소나무, 대나무, 불로초, 거북, 학, 사슴’ 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필자는 십장생 중 사람보다 더 오래 사는 동식물로는 ‘소나무와 거북’뿐이라는 말을 ‘실버 愛’ 7월호에서 언급한 바 있다.
거북은 거북목과에 속하는 파충류로 전 세계에 300여종이 있다는데 한국에서 볼 수 있는 거북으로는 ‘남생이, 자라, 바다거북, 장수거북’ 4가지다.
남생이는 냇가나 연못 등 민물에 사는 거북과 비슷한 동물로, 거북보다는 작고 네발에는 물갈퀴가 있는 다섯 개의 발가락이 있는 수귀(水龜)라고 하는 파충류다.
자라도 민물인 하천에 살지만 거북과 달리 주로 물속에서 살고 등껍질이 물렁물렁한 누런 갈색으로 몸길이가 30cm 정도로 발에 3개의 발톱이 있다. 사람들은 자라를 보강제(補强劑)로 먹는다. 자고로 자라탕은 한국은 물론 중국에서까지 최고급의 강장식품으로 유명하였다. 특히 자라의 피는 정력제로 인기가 높다.
옛 문헌을 찾아보면 거북이나 남생이는 한자로 ‘龜(귀)’, 자라는 ‘鼈(별)’이라 하고, 거북의 다른 이름으로는 현의독우(玄衣督郵), 청강사자(淸江使者) 등으로 불리기도 하였다.
김수로왕의 탄생설화에서 나오는 ‘구지가(龜旨歌)’나, 고대소설 ‘별주부전(鼈主簿傳)’, 이규보가 거북을 의인화해서 쓴 가전제 소설 ‘청강사자현부전(淸江使者玄夫傳)’이 그 예다.
거북은 대개 비공격적인 온순한 동물로 그 모양은 납작한 타원형이다.
얼굴 눈 주위에는 사람처럼 눈꺼풀이 있고, 입에는 이빨이 없는 대신 위아래 턱에 톱 모양의 용골돌기가 있어 이빨을 대신한다. 다리는 기본적으로 오지형(五指型)이고, 한대(寒帶) 아닌 육상과 민물이나 바다에서 살지만 산란할 때는 뭍에 올라와 모래를 파고 100개 이상의 알을 낳는다. 알에서 깨어나 바다에 이르기 전에 대다수가 포식자인 새와 인간의 먹이가 되기 때문에 알을 많이 낳아 종족을 보존하고 있다.
거북의 암수를 구별하려면 몸을 뒤집어 항문의 위치를 살필 일이다.
꼬리 끝 쪽에 항문이 있은 것이 수놈이요, 꼬리가 붙어 있는 몸체 부분에 항문이 있는 것이 암놈이다.
거북이는 머리, 꼬리 및 네발을 한꺼번에 감출 수 있으므로 ‘장륙(藏六)’이라고도 하였다.
우리가 애완용으로 어항에서 키우는 붉은귀거북은 20년 전 북미에서 수입한 놈들이다.
이들을 키우다가 방류하여 준 놈들이 우리 토종 물고기와 개구리, 곤충은 물론 과일과 채소까지 먹어치우며 우리의 생태계를 파괴하는 바람에 당국에서는 생태계 교란종으로 지정하고 있다. 붉은거북의 수명이 20~40년이나 되어 더욱 큰 문제였다.
그런데도 이를 모르고 석가탄신일인 초파일이 되면 불자(佛者)들이 강에 방생을 하고 있으니 삼가해야할 일이다.
방생하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최대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거북은 껍질인 상갑(上甲)은 둥근 하늘을 상징하고, 아래 껍질 하갑(下甲)의 정방형(正方形)은 지상을 암시한다 하여 거북의 모양은 우주를 상징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동양 사람들은 거북을 숭상하여 집의 장식품으로 박재하여 두기도 한다.
아름다운 등을 가진 이런 거북을 대모(玳瑁)라 하는데 그래서 대모는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나이지리아 흑인들은 거북을 여성의 성기를 암시한다고 믿으며 음란(淫亂)의 표상으로 간주하여 부정적인 동물로 취급하고 있다.
중국 사람들도 좋아하겠지 생각하며 한국 기업인이 중국 사업가에게 금거북을 선물을 하였더니 싫어하더란다. 거북은 남녀노소나, 부모 자식 등 상대를 가리지 않고 난교(亂交)하는 동물이기 때문이다.
가락국 수로왕 전설에 나오는 구지가(龜旨歌)가 있다.
그 노래에서 '머리'는 거북이 머리요, 그 모양을 남성의 남근(男根)과 관계하여 해석된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이야기다. 음경(陰莖)의 끝부분을 귀두(龜頭)라 하지 않던가.
그러나 동양인들에게는 거북은 부정적인 면보다 긍정적인 동물로 대우 받아온 동물이었다.
그래서 거북 꿈은 복권을 사게 하는 재복(財福)을 주는 꿈이요, 거북은 용왕의 사신인가 하면, 동화 속에서는 보은을 하는 지혜로운 동물로 나타나기도 한다.
거북은 그보다 장생(長生)의 상징으로 더욱 유명하다.
귀령(龜齡)이란 말이 있다. 거북 같이 장수하는 인간의 긴 수명을 비유하여 하는 말이다.
그러나 거북이라고 해서 다 오래 사는 것만은 아니다.
보통 거북은 20~ 30여년, 바다거북은 40~ 50여년, 그중 코끼리거북은 150여년, 천년 거북이라는 장수거북은 수령이 200~300여년 이상으로 그 크기가 보통1.5m정도나 큰 것은 2.5m까지로 몸무게가 650∼800kg까지 나간다. 그래서 거북은 문방사우(文房四友)의 벼루 문양(紋樣)이나, 비석의 받침돌은 거의가 다 거북모양의 귀부(龜趺)다. 장수를 기원하는 마음 때문이다.
나라님의 도장인 옥새(玉璽)에도 거북이 모양의 손잡이인 꼭지를 귀뉴(龜紐)로 만들곤 했다. 거북 같이 그 왕조가 오랫동안 번창하기를 기원하는 뜻에서다.
거북은 십장생(十長生) 중에 하나이기도 하지만 사령(四靈)의 하나이기도 하다.
사령(四靈)이란 전설상 장수한다는 신령스런 네 가지 동물인 기린 , 봉황 , 거북, 용을 말한다.
고분 벽화의 사신도(四神圖)에서도 ‘좌청룡(左靑龍), 우백호(右白虎), 남주작(南朱雀), 북현무(北玄武)’에서 북방의 방위를 맡은 신이 거북이다.
이렇게 거북을 신성시 하는 나라는 주로 한국, 일본, 대만, 중국이지만, 이솝우화에 나오는 ‘거북이와 토끼의 경주’ 이야기를 보면 서양 사람들도 거북을 상서로운 동물로 보는 모양이다. 이솝(Aesop)이 고대 그리스 사람이기에 하는 말이다.
이 세상 동물 중에서 가장 장수의 복을 누리며 사는 것이 거북인데 그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생명학자들이 지금까지 발견한 장수의 비결은 한 마디로 '소식(小食)'이다. 그 소식을 선천적으로 타고난 동물이 거북이라고 한다.
다음은 KBS에서 방영된 '에니멀 사이언스'를 참고한 거북 이야기다.
거북이의 먹는 량을 맹수들과 비교하여 보았더니 거북이의 먹는 양이 생각 이상으로 적었다. 거북: 940g/ 호랑이: 8kg/ 곰: 8kg이었다.
거북이에게 그가 좋아하는 오징어를 먹이로 주었더니 호랑이나 곰과 달리 일주일에 2번 주는 것으로 족했다 한다.
거북이는 먹이를 아주 천천히 소화시키고 있었고 평소에도 그랬듯이 식사 후에 다른 동물과 달리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장수거북은 한번만의 호흡으로 바다에서 1,280미터까지 잠수할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심장박동수를 재보았더니 아주 낮았다.
거북: 1분에 33회/ 토끼: 1분에 222회/ 사람: 1분에 97회
소식과 함께 거북이 장수하는 비결은 슬로모숀이라는 것이다.
운동을 하려면 에너지를 얻기 위해서 산소를 태워야 하는데 그때 불필요한 활성화산소가 많이 생겨 노화를 촉진시킨다는 것이 생명학자들의 말이다. 거북의 슬로모션은 활성화산소를 적게 하고 노화를 느리게 한다는 것이다.
활성화산소(活性化酸素)란 자동차가 움직일 때 배기가스와 같이, 인체에 백해무익한 것이다.
동물세계를 주의 깊게 살펴보면 성질이 급한 놈들의 수명이 짧다.
먹이를 공격하여 얻기 위해서나, 이를 피해 재빨리 도망가야 하는 동물세계에서 스트레스는 수명과 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 그런가. 동물의 수명(壽命)으로 살펴 보았더니 개는 20년, 말도 20년, 소 는 30년 산다는 세상에서 쥐는 2~3년밖에 못살고 가장 빨리 죽는다.
밴댕이는 밴댕이를 잡는 사람조차 밴댕이가 살아있는 것을 못 보았다던지, 맹수의 수명이 짧은 것이 그 예다. 그러한 맹수도 동물원에서 사육하면 야생보다는 더 오래 사는 것을 보면 스트레스는 장수의 적인 것을 실감하게 된다.
거북은 인간에게 생포되어도 먹이를 주면 주는 대로 먹는다. 막걸리를 주어도 꿀꺽꿀꺽, 낼름낼름 잘도 받아먹는다. 이렇게 비공격적이고 그만큼 유유자적(悠悠自適)해서 오래 사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솝우화에 나오는 것 같이 거북이 그렇게 느리기만 한 동물은 아니다.
물속에서는 물고기를 잡아먹을 수 있을 만큼 재빠르다. 육지 아닌 물에서는 올림픽 메달리스트 박태환보다 더 빠르다는 것이다.
짠 것을 적게 먹는 것이 장수의 비결이라고 흔히 말한다.
바다거북은 바닷물보다 두 배나 짠 눈물을 눈 위 구멍을 통해 내보내어 체내에서 과다한 염분을 조절할 수 있다고 한다.
이상 거북에 대한 이야기는 거북에게서 장수를 배우고 싶어서 하는 이야기였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우리는 장수하는 것일까?
거북은 집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머리, 꼬리와 네 발을 움츠리면 딱딱한 갑옷 같은 집이 천적(天敵)으로부터 자기를 지켜 주기 때문이다.
그러니 우리는 거북처럼 안분지족(安分知足)하며, 거북처럼 소식(小食)하고, 거북처럼 슬로모션으로 여유작작하게 살며, 너그러운 마음으로 환경과 주위를 포용하는 생활을 실천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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