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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슬산(琵瑟山) 진달레

ilman 2017. 6. 18. 07:28

*. 비슬산(琵瑟山) 산행기/ 짝 사랑 연서

*1. 술산[酒山]이 된 비슬산(琵瑟山)
*2. 비슬산의 유래
*3. 유가사의 유래
*4. 대견사(大見寺) 전설
*5. 진달래와 철쭉꽃은 어떻게 다를까

1. 술산[酒山]이 된 비슬산(琵瑟山)
오늘은 4월 29일 진달래꽃으로 훨훨 산이 불타고 있다는 비슬산(琵瑟山)을 가는 날이다.
그러나, 어제부터 걱정하던 대로 창 밖에선 비가 주룩 주룩 내리고 있다.
연인과 약속을 하고 비가 온다고 파하랴. 눈이 온다고 미루랴-. 작년에는 태풍 루사호를 뚫고 벽소령대피소에서 3일 간이나 묶이고도 대원사까지 종주를 하지 않았던가.
비옷에, 판초에 우산까지 단단히 준비하고 나섰다. 빨리 가서 김밥 두 줄을 사 가지고 약속 장소로 가야지-.

또 '그러나'가 시작되고 있었다. 예정대로라면 2대의 버스가 와야 할 텐데 1대만이 왔다. 일기 예보가 내일 오전까지 비가 온다는 바람에 예약을 취소한 사람이 많아서란다.
버스 1대로는 넘치는 15∼6 명이 있어 차가 못 떠나고 있다.
아무리 천재지변이라 하지만 꼭두 새벽에 일어나서 짓궂은 비를 맞으며 찾아온 우리들을 두고 어떻게 훌쩍 떠날 수가 있으랴. 하물며 친목을 목적으로 하는 동내 산악회에서-.
주최자 측에서는 비슬산을 가되 안전을 위해서 산에는 못 올라 갈 것 같다며 은근히 하차할 것을 권하더니, 다시 또 말한다. 대구 아래까지 5시간 이상의 빗길 운행은 위험하니 춘천의 오봉산으로 가야겠다는 것이다.
그 말의 저변에는 자리를 좀 비워주기를 바라는 것 같은데 좌석을 차지 한 사람들은 요지부동이다. 이런 경우 양보를 하지 않게 되는 것이 사람들의 마음이 아니던가.

비슬산이 오봉산이 된 데다가 우중 산행이라서, 버스에서 내려 같은 아파트에 사는 하(河)형과 함께 집으로 향하였다.
70세의 하정우 씨다. 약관에 행정고시에 패스한 영재로서, 전 국회 자문위원을 지내신 분. 시집 '애산송(愛山頌)'의 저자. 서울의 명산 백운대(白雲臺)를 금년 11월까지 2,000회 등반을 꿈꾸는 산꾼 중에 산꾼이시다.
마침 아내가 여행 중이어서 우리는 자연스레 우리집을 향하였다. 우리들 남정네가 집을 두고도 그 비싼 술집을 전전하게 되는 것이 오로지 우리들의 고양이 같이 집을 지키고 있는 아내 탓이렷다- 하면서.
그래-, 지금부터 우리는 술산[酒山]을 오르는 거다. 비오는 날은 개인 날의 나머지가 아니던가.
아침 7시도 못되어 시작된 술은 농주, 가양주인 매실주, 토닉워터에 진토닉과, 비장의 30년산 바랜타인에다가 하형이 준비한 캔맥주와 양주를 더하였다. 그것도 부족하여 생맥주집까지 쳐들어 가는 경지에까지 이어졌다. 안주는 물론 산(山)이다.
그렇게 하며 우리가 헤어진 것이 오후 4시가 넘어서인 것 같다. 오봉산에 갔던 사람들이 서울로 되돌아 올 무렵이다.
늘어지게 한잠을 자고 나니 지금은 밤 12시. 지금 나는 벼르던 비슬산을 다녀와서 쓰려던 산행기를 위해 나름대로 수집한 자료를 가지고 컴퓨터에 앞에 앉아 있다.
이 글은 소문만 듣고 짝 사랑하던 연인을 그리는 나의 일방적인 연서(戀書)라고 생각해 달라.

2. 비슬산(琵瑟山)의 유래

왜 비슬산(琵瑟山)이라 하였을까?
인도 스님들이 신라에 왔을 때 이 산을 구경하고 이곳은 영험있는 수도처라 하여 인도의 옛말인 범어(梵語: 산스크리트)로 '비슬'이라 하였다는 이야기가 전해 오고 있다.
그 비슬의 뜻이 한자로 포(苞:대나무)여서 옛날에는 포산(苞山)이라 하다가 산의 모습이나, 정상에 있는 바위의 모습이 신선이 비파와 거문고를 타는 모습과 같다하여 비파 琵(비), 거문고 瑟(슬) 비슬산이라 하였다는 것이다.
국보 삼국유사를 지은 일연(一然)이 보당암에서 20대를 보냈다는 유명한 곳이 바로 이 비슬산이다.

3. 유가사(瑜伽寺)의 유래

 우리들이 산행을 하였다면 유가사(瑜伽寺) 버스 종점에서 시작되었을 것이다.
비슬산 천왕봉(大見峰) 아래 자리잡고 있는 이 사찰은 절 뒤로 각양각색의 봉우리들이 돌 병풍을 이루어 운치를 더하여 준다고. 이 절도 바위 모습이 옥 같이 아름다운 곳에 있는 절이라 하여 옥 같이 아름다울 '瑜(유)', 절 '伽(가)', '유가사(瑜伽寺)'라 한 것이다.

유가사에서 왼쪽 길로 골짜기 따라 꼬불꼬불 30분쯤 오르면 전망이 확 트인 곳에 도성암이 있을 것이다.
이 암자는 비슬산에서 가장 오래된 암자로 그 부근에 도통바위가 있다.
得道(득도)암이라고 할까. 이 바위는 이름처럼 수많은 스님이 도통하여 득도한 암자로 유명하다. 성인 천 명이 난다는 이 바위에 얽힌 전설도 그러하다.
신라 흥덕왕 2년에 유가사(瑜伽寺)를 지었다는 도성 스님이 바로 이 바위에 앉아 도통하였다는 도통바위를 지나 1시간 가량을 비지땀을 흘리고 오르면, "비슬산대견봉1083.6m)"이란 표석이 있을 것이다.
작은 산에 '비슬산'이면 되었지 '대견봉(大見峰)'은 왜 끼어 들었나 했더니 거기에는 재미있는 전설이 있다.

4. 대견사(大見寺) 전설

당문종(唐文宗)이 세수하다
대야 속서 본 절 하나
수소문(搜所聞)하다 신라서 찾았네,
대국(大國)서 보던[見] 모습을.
비슬산
대견사(大見寺) 터는
신의 게시로 지었던 절

지도로 보니 제1봉인 대견봉(1083.6km)에서 능선 따라 4km쯤 가면 제2봉 조화봉(照華峰)(1057.7km)이 있다. 당문종이-태종이란 말도 있다- 대야에 비쳐서 보았다는 비칠 照(조), 중화(중국:中華) 華(화)라 한 것이고 거기서 조금 내려간 곳에 멋진 탑이 옛날 여기가 대견사 사지(寺祉)라 말하고 있을 것이다.

진달래와 철쭉은 어떻게 다를까.
진달래는 '참꽃'이라 하여 이것으로 술을 담으면 두견주(杜鵑酒)가 되고, 전(煎)을 붙이면 진달래 꽃전[花煎]이 되어 먹을 수가 있다. 그러나 철쭉은 '개꽃'이라 하여 독성이 있어 먹으면 위험하다.
진달래는 잎보다 먼저 꽃이 피나, 철쭉은 그 반대다. 철쭉은 진달래보다 꽃이 크고 색깔이 진한데, 진달래꽃은 철쭉꽃보다 색이 연하고 꽃잎이 얇다.
이상은 지난해 지리산 단독 종주 때 세석평전 자연 학습원에서 배운 것이다.
비슬산의 제1봉인 대견봉에서 제2봉 조화봉까지 약 4km로 이어지는 능선은 계절 따라 각각 다른 모습이 된다.
오늘 같은 봄이면 30만평이나 되는 산 전체가 붉게 타는 참꽃 군락지가 되다가, 여름이면 유행가로 노래하던 '저 푸른 초원'이 되고, 가을이면 억새가 무성하게 우거져 바람따라 흔들린다고-.

나이가 들면 내년을 기약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힘 든 산행을 하면서도 '다음에는 다시 못 오지-' 하고 기를 써 정상에 오를 때가 많다. 하물며 예수님보다 두 배 이상을 살아온 나이에 서니, 가고 싶은 산은 서둘러 가보아야지- 하고 산다.
비슬산은 언제나 있지만, 비슬산 참꽃은 다시 또 1년을 기다려야 필 것이다. 그때가 오면 홀로라도 찾아가 다 못쓴 나의 이 '비슬산 산행기'를 완성하고 싶다.
비는 사랑을 싣고 온다더니, 이번 비는 비슬산의 산행을 훼방하려 오는구나

 

비슬산(琵瑟山) 진달레
능선에 올라서니 양쪽으로 진달래나무가 작달막한 키로 도열해 서있는데 붉은 봉오리만 맺은 체 피기는 멀었다. 정상의 능선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대견봉(일명 天王峰) 400m 앞두고 있는 이정표가 있는 곳부터는 억새밭이었다. 그러더니 나타나는 같은 크기의 진달래나무는 30만평의 평원 같아 보이는데, 보고 싶어 천리를 달려온 그 진달래는 나무뿐 꽃이 피기는 멀었다. 우리는 2주일 정도나 앞서 온 것이다.


진달래 보고 싶어 애써 오른 대견봉(大見峰)  참꽃 나라는 봉오리로 봄이 막 시작일 뿐
찬란한
비슬산(琵瑟山) 명성(名聲)은
마음에만 피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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