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 대승사(大乘寺)
문경 공덕산(公德山, 913m) 정상에는 길이 두 갈래가 있다.
동쪽으로는 천주산 가는 길요, 남쪽으로는 반야봉 가는 길이다. 나는 반야봉(720m) 바로 아래까지 왔던 것이다. 왔던 길을 되돌아 20분 거리에 대승사로 내려가는 방광재가 있었다.
거기서부터는 대승사까지는 편하고 큰 길이지만 먼 길이었다. '비도 오는 날이고 해서 공덕산(公德山)이나 천주산( 640m) 하나만이라도 자세히 보고 갔으면-' 하던 마음이 있기도 하였다. 그냥 지나치게 되는 대승사를 아쉬워하던 것도 사실이었다. 건너 산에 벌목하는 것을 바라보며 대승사(大乘寺)를 향하고 있다.
대승사(大乘寺)의 대승(大乘)은 소승불교에 대하여 생긴 말일 텐데 '대승(大乘)'이란 무슨 뜻일까?
대승은 범어로 '마하야나'를 번역한 말이다.'마하'는 크다[大]는 뜻이요, '야나'는 탄[乘]는 말이다.
우리나라 불교는 소승불교인 미얀마, 타이, 스리랑카 등의 남방불교와 달리 대승불교이다. 중생을 제도하여 불타의 경지에 이르게 함을 이상으로 그 교리와 이상과 목적이 모두 크고 깊다 하여 소승불교에 대하여 일컫는 말이다.
예정대로 천주산을 향하였으면 다시는 못보았을 대승 길을 잘못 들어서 보게 된 것도 불연(佛緣)인가 하는데 처음보는 대승사 암자가 있다. 그 건물보다 그 마당을 고인 돌들이 더 고색창연하여 막아놓은 줄을 넘어 사진 한 장 찍으러 들어섰다가 내친 김에 절의 구내에 들어섰더니 스님 한 분이 저리로 빨리 나가라고 호통을 친다. 내 차림이 이 절에서 금하는 반소매에 반바지 차림이라서도 그러한가 하였더니 그게 아니라 이곳은 외인출입 금지의 스님들만의 참선 선원 구역이었던 것이다.
곱지 않은 눈총을 등뒤에 맞아가며 수통에 물을
*. 대승사(大乘寺)의 보물들
그 동안 전쟁과 화재 등으로 아무리 1,400 여 년의 세월이 지났다고 해도 유서 깊은 이 대승사에 역사의 흔적이 어찌 없을까.
이런 고찰에서는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대웅전 앞에 있는 그 소개의 입간판들이다.
이 대승사에도 두 개의 보물을 소개하고 있었다.
대승사의 유적으로는 대성사에 있는 '대승사목각탱부와 관계문서'(보물 제575호)와 '대승사마애여래좌상'(도유형문화재 제239호)요, 윤필암에 있는 '목조아미타여래좌상 및 지감'(도문하재 제 300호)이다. 묘적암 약수터 오른쪽 산기슭에 있는 '나옹화상부도', 윤필암 가는 길에 있는 '우부도', 묘적암 뒤 바위 위에 있는 '오층석탑' 등이 그 유물이요 유적지였다.
이 중 가장 유명한 것이 대승사 대웅전에 봉안되어 있는 '목각 탱화'다.
'탱화'란 그림으로 그려서 걸어놓은 불상으로 보통의 경우에는 헝겊이나 종이인데 이곳 탱화는 조선 후기에 조성된 나무에 조각한 귀한 목각탱화로 그 크기가 280×256㎝나 된다.
절에서 설명하고 있는 것이 위 사진과 같은데 문외한인 내가 이에 대하여 어찌 중언부언(重言復言)하랴.
원래 이 탱화는 부석사 무량수전에 있던 것인데, 이 대승사가 1862년 화재로 소실되어서 법당을 새로 지을 때 부석사에서 옮겨온 것이다. 반환을 요구해 오던 부석사의 '조사전'을 수리할 때 그 수리비용을 부담하여 주면서 그 소송을 마무리 지었다는 소식이다.
대승사(大乘寺)에는 그밖에도 들러볼 곳이 많다. 차집 뒤의 '대승사사적비'나 더 내려오다가 보게 되는 '대승사 비구니탑'도 그냥 무심히 지나칠 일이 아니다.
그 근처에 아름드리 큰 전나무 두 구르는 이 절로 출가했던 나옹화상이 중국에 다녀와서 기념 식수로 심었다는 것이니 유념할 일이다.
대승사 '一柱門'(일주문)은 '不貳門'(불이문)이라 쓰여 있다.
일주문은 두개의 기둥을 한자의 '一'(일) 자처럼 지은 문으로 이를 경계로 절 밖의 속계(俗界)와 절 안의 진계(眞界)를 구분하려는 뜻으로 서 있는 문이다.
'不貳門'(불이문)이란 불교 진리로 중생과 부처, 선과 악, 공(空)과 색(色) 등이 둘이 아닌 하나이기 때문이라는 불교 용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일주문이 남성을, 불이문이 여성을 상징하는 것으로 '남녀가 둘이 아니라 하나다 .'라는 뜻이라고 풀이하는 스님도 있다.
우리 우정 산악회 일행은 사과 과수원을 통하여 한창 내려가서 있는 주전리 마을 개울가에서 등산 뒤풀이로 전을 벌이고 있는 모양이니 절을 둘러 보았다고 큰 험이 되지 않다고 생각하니 여유가 작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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