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싶은 음식을 알고 먹는 행복/ 광어회(廣魚膾)
말리거나 절이지는 아니하였지만 죽은 물고기인데도 생선(生鮮)이라 하는 것처럼, 활어(活魚)는 살아 있는 모든 물고기를 뜻하는 말이 아니라 생선회로 먹기에 적당한 어류만을 뜻하는 말로 쓰인다.
우리나라에서는 활어가 대개 4월~6월이나 10월~11월에 많이 잡혀서, 그 무렵이 회꾼에게는 좋은 계절이다.
동해안에 한류 난류가 교차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 활어(活語) 중에 한국인들이 가장 즐겨먹는 회가 광어(廣魚)요 도다리다.
‘넙치가 되도록 맞았다.’ 거나, ‘넙치 눈은 작아도 먹을 것은 잘 본다.’는 속담을 보면 전자는 그 몸 모양이 넓적해서 생긴 말이요, 후자는 왼쪽으로 몰려 불뚝 튀어나온 눈 때문에 생긴 말이다.
도다리 광어
광어와 도다리는 입이나 주둥이를 가지고 구분한다.
머리 쪽에서 볼 때 눈과 입이 왼쪽으로 치우친 놈이 광어(廣魚)요, 오른쪽으로 간 놈이 도다리여서 '좌광우도(左廣右도) '라는 말은 그래서 생긴 말이다.
전에는 도다리보다는 광어를 으뜸으로 쳤으나 도다리는 자연산이 많아서 기호(嗜好) 순서가 바뀌었다.
옛날 어부들은 광어나 도다리의 등뼈를 발라낸 후 펴서 햇볕에 말려 포를 만들어 그 쫄깃한 맛을 즐겼는데, 요즈음에는 회(膾)의 대명사처럼 회, 하면 광어회(廣魚膾)나 도다리회를 치고 있다.
머리와 등뼈만을 남기고 회를 쳐도 손님 상에서 꿈틀거리며 입을 쩍쩍 벌려서 회꾼을 즐겁게 해 주는 것이 광어다.
이렇게 광어는 어느 고기보다 흔하고 성질이 급하지 않아서 오래 살며, 비교적 값도 저렴하다.
머리가 작고 넙치란 이름처럼 몸뚱이가 넓적하고 두꺼워 살이 많고 담백한 흰 살 생선회라서 대중적인 인기가 높은 횟감이다.
광어는 한국 연근해에 분포하는 바다 바닥고기로 낮에는 모래 바닥에 꼭꼭 숨었다가 밤에 주로 활동하는데 카멜레온처럼 몸 색깔을 수시로 바꾸어 자기 몸을 보호한다.
모래 속을 파고 들락날락 하느라고 모래에 씻겨 광어의 눈 반대쪽 배는 하얗다.
그래서 배에 해당하는 부분이 하야면 자연산이고, 물이끼가 끼어있으면 양식산으로 구분한다.
3년쯤 되면 몸길이 45cm로 자라고 그러면 2월서 6월까지 수심 20∼40m의 암초 바닥이나 자갈 바닥에 14∼40만 개 정도의 알을 낳는다. 광어는 몸길이 85cm까지 성장하는 어류다.
자연산 광어는 활동하던 고기라서 육질이 단단하고 따라서 쫄깃쫄깃하여 으뜸으로 치지만 비싼 것이 흠이다.
어떤 회집에 가면 ‘광노’를 파는 곳이 있다. 광노란 ‘광어+노래미’의 준말이다.
젊어서 동해 화진포 해수욕장에 낚싯대를 가지고 놀러갔다가 소낙비가 오던 날 비를 긋느라 군초소를 비우는 바람에 바다 가운데의 바위에서 30분에 30여 마리의 노래미를 잡은 즐거운 추억이 있다.
노란 어두운 갈색의 불규칙한 얼룩무늬가 있는 40cm 내외의 연안이나 섬의 바위 근처에 사는 놈이다.
노래미를 잡기 위해서는 뽕과 낚시 바늘을 간격을 짧게 하고 이동하면서 바위틈에서 잡아야 한다.
요즈음은 세꼬시를 파는 가게가 늘었다.
세꼬시란 회 뜨기에는 약간 작은 성어가 되기 전의 물고기를 뼈째로 오도독 오도독 씹어 먹을 수 있게 뼈째로 썰어놓은 것을 말한다. 광어, 도다리, 우럭, 전어 등 모두가 세꼬시의 재료가 된다.
세꼬시 회는 연한 뼈째 씹는 것이어서 씹을수록 담백하고 더 고소하지만 무엇보다 값이 저렴하여 나같은 서민 회꾼에겐 인기다.
광어회는 지금까지 그런대로 먹었으니 가난한 친구 불러 세꼬시집에 가서 1만원 어치 술을 먹자는 내 호 ilman을 버리고 이를 몇 배 하여서라도 함께 할까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