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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룡산 조무락골

ilman 2013. 5. 22. 11:24
가평군 석룡산 조무락골
  글쓴이 : 일만성철용     날짜 : 07-08-09 14:57     조회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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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평군 석룡산 조무락골 답사 Photo 에세이 (가평군 북면/2007. 8. 16/ 38교- 외딴집- 중봉 갈림길-무재치폭포/ 늘푸른산악회 따라)

*. 38교에서
 간밤 밤새도록 내리던 비가 새벽이 되면서 그치더니 배낭 메고 집을 나서니 또 비가 내리고 있다.
버스를 타고 가다 보니 개었던 하늘이 경기도 가평의 석룡산(石龍山, 1150m)이 가까워지니 또 비가 오고 있어 걱정했는데 석룡산 입구 38교에 내리니 비가 그쳤다.
비온 다음에 계곡 트레킹이니 그 수량이 얼마나 풍부하겠는가. 신의 축복을 주시는 것 같아 갑자기 콧노래가 난다. 

어머니 아버지 안녕히 계세요.
까마귀 싸우는 골에 나는 갑니다.
38선을 돌파하여 태극기를 날리며
죽어서 백골이나 도라오리다. .

석룡산 입구가 38교라서 갑자기 6. 25 사변 무렵 군에 입대하던 군인이 부르던 군가 노래가 생각 난 것이다.
석룡산은 대개 이 38교를 들머리로 하여 등산을 시작하지만 내 생각으로는 그보다 고새피골을 통하여 정상을 밟고 조무락골로 하산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
그러면 고새피골과 조무락골 두 계곡의 아름다움을 추억으로 마음에 가득 담아 올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고새피골은 38교에서 도마치 계곡을 좌측에 두고 20분 정도 더 직진하면 입구가 나타난다. 그러면 고새피골을 따라 쉼바위와 폭포를 지나 정상을 올라 조무락골로 하산하면 된다.
우리 산악회의 일정은 '38교-조무락산장- 우측길- 940봉- 1100봉, 석룡산(1,155m) - 쉬밀고개- 쌍룡폭포- 복호동폭포- 중봉갈림길- 조무락골- 38교 코스'로 원점회귀 산행이어서 수도권에서 승용차를 몰고 와서 1일 산행으로 인기 있는 여름 산이 되었다.

*.조무락골의 유래
 어떤 이는 말한다, 산새들의 '재잘거리다'의 강원도 사투리가 '조무락'이라고.
'표준어 조무락'은 '조물락거리다'의 준말로 작은 손으로 자꾸 주무르다라는 뜻의 의태어다. 이것이 재잘거리다와 같은 의성어에서 왔다는 것은 .사전에도 없는 말이고, 아무리 사투리라도 납득하기 어렵다.
그런데 38교에서 조무락골 계곡을 따라 임도를 오르다 만나게 되는 안내 표지판과 주차장이 모두 '鳥舞樂 주차장'이요, '鳥舞樂 골'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이 조무락골 계곡은 경기도에서는 제일 높다는 화악산(華岳山, 1,468.3m)과 석룡산(1,155m) 사이 에 있는 계곡으로 두 산이 만들어 놓은 가평천(加平川)의 최상류에 있는 험난한 6㎞에 걸쳐 흐르는 계류가 빚어낸 폭포와 담(潭)과 소(沼)가 이어지는 계곡이다. 다음은 이 조무락골계곡에 시집 와서 24년을 살았다는 외딴 농가로 소개 되고 있는 조무락산장의 안 주인 이금숙 씨의 이야기다.

-이 마을은 옛날 화전민(火田民)이 들어와 살기 시작하였는데 지금은 6대째 살고 있는 분들을 포함해서 3 가구뿐이지만 그 당시에는 30 가구 이상이었어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용수목 38교가 버스 종점이었는데 지금은 사창리까지 시원한 길이 뚫렸구요. 어린 아이들은 초등학교를 어떻게 다니냐고요? 옛날에는 버스 종점이었던 용수목까지 차로 아이들을 대려다 주었는데 지금은 스쿨버스가 와요. 이 조무락골 산장은 할아버지의 둘째 아들이 운영하다가 지금은 임정택 씨가 경영하고 있구요.
조무락골이라고 하는 것은요. 산새들이 이 계곡의 경치가 너무 좋아서 춤추고 놀다가 무아지경에 빠져서 계곡에 풍덩 빠져 죽었다 해서 조무락골이라고 했데요

 새 '鳥(조)', 춤출 '舞(무)', 즐거울 '樂(락)', 빠질 '汨(골)'로 딱 맞는 얘기다.
일부러 꾸민 것 같은 이 흥미로운 조무락골의 어원은 처음 듣는 석룡산에 큰 매력을 느끼게 한다. 유머로도 고급 유머에 속하여서 그렇다.

*. 석룡산(1,155m)
 경기도 가평군은 강원도가 부럽지 않을 만큼 산국(山國)의 고장이다.
1,000m나 되는 산들이 가평천 계곡을 따라 이리 불끈 저리 불끈 8개나 솟아 있어서다.
경기도의 지붕이라고 할 수 있는 가장 높은 화악산(華岳山, 1,468m)을 위시해서 명지산(1,267m), 연인산(,1068m), 국망봉(1,168m), 석룡산(1,155m) 등이 모여 한북정맥(漢北靜脈)을 이루고 있다.
 석룡산의 남서쪽으로 3km 거리에는 화악산이 있고, 그 주위에도 많은 이름난 산들의 명성에 가려서 석룡산은 최근까지 잘 알려진 산이 아니었다.
 그러다가 가평 사람들이 가평의 모든 계곡 중에서도 아름답기가 으뜸이라고 자랑하는 조무락골의 비경이 매스컴에 소개되는 바람에 알려지기 시작한 산이다.
가평군 북면 적목리에 있는 이곳 조무락골 계곡은 높은 산 맑은 물이 흐르는 경기도 유일의 청정계곡으로 지정된 곳이다.
 이 고을을 적목리(赤木里)라고 하게 된 것은 이 산에는 고산 지대에서 자생하는 주목(朱木) 나무가 많이 있다하여 '주목(朱木)'과 같은 뜻의 하자로 '적목(赤木)''으로 표기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군에서는 조림사업 수종으로 주목나무를 정하고 이를 추진하여 오고 있다.
그래서 나는 석룡산 정상은 제쳐 두고 이 산에서 으뜸으로 치는 아름다운 봉호동폭포까지의 절경의 이모저모를 카메라에 담아 가기로 하고 왔다.

*. 조무락골
 가평군 북면은 호사가들이 '경기도의 알프스'라 불린다.
이런 천혜의 자연림과 빼어난 경관으로 1985년에 환경처에서 청정 지구(淸淨地區)로 고시한 지역으로 경기도에서는 유일한 청정지역이요, 산지정화보호지역이다. 그래서 분뇨 및 오수처리 정화시설까지 하여 놓았다.
  산이 높으면 골도 깊은 법이다. 비가 막 그친 끝인데도 흙탕물이 아니고 맑기가 옥 같이 곱고 깨끗한 1급수가 흐르고 있다. 그래서 열목어, 쉬리, 꺾지 등이 서식하는 곳으로도 유명한 곳이 조무락골이다.
개울 모두가 산에서 굴러 내린 돌이 모인 곳이요 그 밑이 암반이라서 그런 것 같다.
조무락골 길은 임도로 비포장도로인데 골짜기 따라 난 그 옆길이 있다.
 첫번째 펜션에서 몇 가지 산에 대한 안내 설명을 보고 얼마를 오르니 확성기 6개가 달린 시설이 있다.
갑자기 계곡물이 불을 때 관광객들을 대피시키기 위한 시설이었다.
조무락골에서 아름다운 경치를 보고 싶으면, 펜션이나 산장이 있는 곳을 무심히 지나치지 말아야 한다.
  아름다운 풍경이 있는 곳에 산사(山寺)가 있듯이, 인가(人家)는 아름다운 풍경 근처에 있기 때문이다.
이 조무락골 초입에서 그중 아름다운 곳을 찾는다면 마지막 농가로 소개 되고 있는 조무락골산장 앞 계곡이니 지나치지 말아야 한다.
 집이 없는 곳에서는 사람의 발자국이 있는 곳이면 따라가 보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7월에 가본 강원도 인제의 아침가리골처럼 수없이 계곡을 건너며 넘나들어야 하는 물속의 트레킹이 여기서는 두세 번 뿐이고 대개는 나무에 가려서 계곡이 잘 보이지 않는 옆길로 하는 산행이기 때문이다.
인적을 따라 계곡으로 가면 어디에나 폭포와 담(潭)과 소(沼)가 이어지는 절경을 만나 감탄하게 된다.
그 절경을 어떻게 말로 다 할까.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니 보시라, 조무락골의 모습을.

*. 복호동(伏虎洞) 폭포
  조무락산장에서 1.10km 지점에 이르니 건너야 하는 큰 개울이 있는데 다리가 없다.
이곳과 강 건너 양쪽에 리본이 있는 것을 보아 건너는 길은 틀림없었다. 그래도 건너려면 신을 벗에 메고 건너야 할 것 같다. 만약을 위해서 준비하고 늘 다니는 로프도 있고, 스틱은 2개나 가지고 왔지만 나 홀로라서 엄두가 나지 않는다. 무사히 건넜다 해도 복호동폭포를 보고 다시 건너와야 하지 않을까?
그보다 더욱 망설이게 된 것은 고가를 주고 산 디지털카메라가 비를 맞아 서비스센터에 맡겼더니 수리비가 30만원이라 해서 최근에 목돈을 주고 소형 디카를 사서 애지중지하고 있는데, '아차'- 하고 물에 넘어지기만 하면 끝장이라는 생각이 조무락골에서는 필수 코스라는 복호동 폭포를 생략하게 되었다.
그 바로 아래쪽 바위 위에 물에 젖은 주인 잃은 등산화 하나가 있다. 등산화가 작은 것을 보니 무리해서 건너다가 넘어져서 잃어 버리고 간 여인의 신 같았다. 그 여인은 길위로도 넘쳐 흐르던 산길을 어떻게 맨발로 갔을까? 그 신이 나를 위로 하고 있었다.  호랑이가(虎) 엎드린(伏) 형상이라서 복호동(伏虎洞) 폭포라 했다고 한다.
근처는 햇빛이 비치지 않을 정도의 숲 속에다가 이끼 낀 바위 위로 높이 30m, 폭 5m의 3단으로 흘러 쏟아져 내리다가 바위에 부딪혀 부챗살처럼 물줄기가 퍼지는 것이 특히 일품이었다. 며칠 동안 내린 큰비 뒤라서 그 풍부한 수량으로 1년 중 가장 아름다울 때가 오늘인 것 같다.
그걸 여기까지 와서 생략하여야 한다니 안타깝기 그지없었다.
지도를 보니 38교에서 조무락산장까지가 1.3m, 거기서 여기까지가 1.4km,로 많은 시간을 남겨 두고 있다. 여기를 무사히 건넌다면 쉬미고개까지 3.2km 거기서 정상까지 400m만 가면 정상데 그 등산은 산의 높이에 비해서 완만한 산이라던데.
  그래서 물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홀로 점심을 먹기로 하였다.
전에 이 산악회를 따라와서 늘 행동 식으로 때운다는 말을 들은 항상 해맑게 웃으며 사는 '하늘'이란 분이 있어  오늘도 건네 준 밥을 보니 누이동생의 정성 같아 가슴이 찡-해 온다. 오늘 점심도 미수가루로 때우겠다고 준비해 왔는데-.
내가 좋아하는 검은 콩에 노란햇콩의 잡곡밥이었다.
이런 경우엔 열심히 다 먹는 것이 가장 큰 예의인데 밥이 너무 많지 않은가. 큰 일 났다. 그렇다고 버릴 수도 없는 일인데.
갑자기 바둑이 생각이 난다. 건빵을 주니 꼬리치며 좋아하던 조무락골산장의 바둑이 말이다. 그 놈에게 이 버터를 발라 주며 이야기 해 줄 것이다.
'바둑아 크지 마라. 너무 크면 주인에게 잡아 먹힐라.''

*. 무주채폭포
  조무락산장에 다시 돌아와서 등산길에서 만난 젊은 부부에게 가평이 자랑하는 잣막걸리를 마시다가 여주인에게 이 근처에 복호동폭포 말고 또 다른 폭포가 있는가 물었더니 38교에서 10분 거리에 무주채폭포가 있다 한다.
꿩 대신 닭이라고 복호동폭포 대신 무주채폭포나 보러 가자고 불이 낳게 38교를 향하였다.
삼팔교(三八橋)를 지나 도마치골을 왼쪽에 끼고 부지런히 약간은 오름길인 큰길을 가다 보니 내 건너에 '여기는 38선입니다'라는 표지가 있다. 그러니까 이곳부터 6.25 전에는 북한 땅이었던 것이다.
무주채폭포를 가다가 중간에서 나는 공연히 왔다고 후회하고 말았다. 왕복 1시간 코스에다가 무주채폭포는 석룡산에 있는 것이 아니라 국망봉에 있는 폭포인 것을 뒤늦게 알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다가 석룡산 기슭 길가에 서 있는 제7안식일 예수 재림교 적목리 신앙유적비를 보았다.
일제 강점기에 우리의 젊은 남정네들이 죄없이 태평양 전쟁터로 잡혀가고, 꽃다운 처녀들이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고, 창씨개명, 신사참배하던 암울한 시절, 교회 해산 앞에서 목숨을 걸고 거부한 100여명의 예수재림교회 신자들이 일경의 눈을 피해서 초근목피로 연명하며 조국광복을 기원하면서 신앙생활을 하던 유적지(향토유적 13호)였다.
  이곳은 전국 각지에서 징용을 피해 모여든 주민들이 목탄 생산, 경춘 철도에 소요되는 침목조달과 벌목작업 등을 하던 곳으로 교회 터 1개, 관솔 터 1개, 가옥 및 숙소 터 8개가 남아 있었다.
40분을 걸어 드디어 고개 마루에 이르니 무주채폭포 입구가 나타나서 층계 따라 계곡으로 내려갔더니 거기서도 800m를 더 가야 폭포가 있는 모양이어서 그냥 돌아가기로 했다.
  여기는 택시는 물론이고 오고 가는 차도 없는데 돌아갈 길이 큰일이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시계를 손가락으로 두드리며 지나가는 승용차에 손을 들었더니 이게 웬 떡인가 차가 서지 않는가. 차비를 드리려 했더니 극구 사양한다.  아아, 고마운 분 그분의 가정에 평화와 축복이 있으시라.
차창 밖의 시원한 도마치계곡 물소리가 유난히 아름답고 큰 오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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