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산(戀人山, 1,068m)
< 연인산(1,068m)/ 경기도 가평군 가평읍 하면, 북면/'한뫼산악회‘ 따라>
서울에서 60km로 3시간 이내에 갈 수 있다는 '연인산 (戀人山) 철쭉꽃'을 보러 일산 한뫼 산악회 따라 아내와 함께 가평(加平)의 연인산(戀人山) 백둔리 주차장에 왔다. 비가 막 갠 초여름 5월 아침이었다.
연인산(戀人山, 1,068m)은 경기도 가평군 한북정맥(漢北整脈, 광주산맥) 명지산 자락에 있는 1,068m의 고산(高山)이다.
작년 남원 운봉읍 ‘바래봉’의 진홍빛 철쭉꽃을 보고, ‘지상에도 이런 화원(花園)이 있었구나!’ 감탄, 감탄하였더니 오늘은 가평군 '연인산의 철쭉제'라, 그 이름에 끌려서 온 것이다.
어떻게 연인산이란 이름을 갖게 된 것일까? '연인산(戀人山)'은 경기도 가평군 가평읍(加平邑)과 북면하면에 걸쳐 위치한 산으로 가평 8경(加平八景) 중 제3경으로 꼽히는 용추구곡(龍湫九谷)의 수원 발원지가 되는 최고봉인데도 그동안 이름 없는 무명의 산이었다.
가평군에서는 이 고장 발전을 위해서 1999년 3월 15일 그 산 이름을 공모해서 정한 이름이 연인산(戀人山)이다.
옛날 이 고장의 한 처녀가 바위에 앉아 바느질을 하다가 주위 아름다운 경치에 취해 그 구경하는 중, 발을 헛디디어 못에 빠져 죽었다는 유래를 가진 '처녀소(處女沼)'가 있는데 이와 연관된 이름 같다.
이런 이야기가 '가평 홈페이지'에는 다음과 같은 전설도 전하여 온다.
옛날 길수라는 청년이 홀로 연인산 속에서 화전(火田)을 일구며, 겨울에는 숯을 구워 팔면서 생활하고 있었다.
흉년이 들었던 어느 해 그곳의 김참판 댁에 쌀을 꾸어 먹은 것이 빌미가 되어 그 집에 종으로 살고 있는 '소정'이란 처녀를 깊이 사랑하게 되었다.
길수는 용기를 내어서 김참판에게 소정과 혼인하고 싶다고 말하자, 소정을 탐내던 김참판은 길수에게 "조 백 가마를 내놓던가, 아니면 숯 가마터를 내놓고 이 고장을 떠나 살면 허락하겠다."라고 하였다.
이에 고민하던 길수는 연인산 정상 근처 밭을 발견하고 이를 일구어 조를 심고 밤낮으로 일해서 조 백 가마가 무르익어갈 무렵 김참판은 길수를 관가에다가 역적의 자식이라고 무고한 모함을 하였다. 갑자기 들이닥친 포졸들로부터 가까스로 도망친 길수는 소정과 함께 도망가고자 소정을 찾아갔으나 길수가 역적의 누명을 쓰고 잡혀갔다는 소문에 낙담한 소정은 죽어버린 후였다. 소정의 시신을 안고 아홉 마지기 밭으로 돌아간 길수는 그동안 열심히 가꾸어 오던 자신의 희망이었던 조를 불태우며 그 안으로 뛰어들어 함께 불에 타 죽고 말았다. 다음 날 아침 마을 사람들이 불란 곳을 찾아 올라가 보니 두 사람은 간 곳 없고 신기하게도 신발 두 짝이 놓여 있는 자리 주위에 철쭉나무와 얼레지가 불에 타지 않은 채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지금도 봄이면 연인산 정상 부근에 얼레지꽃과 철쭉꽃이 눈부시게 피어나고 있다. 이로부터 연인산은 연인들이 연인산 정상을 찾아 올라 사랑을 기원하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전설의 산이 되었다. -연인산도립공원 홈페이지
우리 부부는 연인 산의 철쭉을 보러 가는 코스로 장수능선을 타는 것이 가장 좋다 하여 그보다 1.4km나 먼 장수능선으로 연인산 정상을 오르고 있다. 지금은 폐교가 되어서 주차장이 되어버린 옛날 '백둔 초등학교'에서부터다. 허나 팍팍한 아스팔트 삼림 도로가 오래 계속되어 실망을 준다. 장수 고개에 이르니 비로소 이정표가 있어 연인산 정상까지가 3.9km임을 알려준다.
여기서 산을 오르지 않고 그대로 직진하면 859m 노적봉(옛 이름, 구나무산)으로 가는 길이다.
철쭉은 800m 이상서부터 시작된다, 흰빛 가까운 연분홍색으로 철쭉 꽃밭에서 해가 뜨고 해가 진다는 바래봉(남원 운봉)이나, 덕유산 평전, 지리산 세석철쭉, 제왕 봉 철쭉, 소백산 철쭉, 강원도의 두위봉 산철쭉 같이 군락으로 핀 철쭉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연인산 철쭉은 철쭉제라 이름 하기에는 너무나 초라하였다.
철쭉이 보이다가는 2m도 안 가서 없어지고, 그것도 요즈음이 철쭉의 계절이건만 한쪽은 지고 한쪽은 피고 그리고도 한참을 가야 다시 만나 볼 수가 있는데다가 무엇보다 철쭉의 군락(群落)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이 연인산에는 거의 없었다.
이런저런 생각으로 육산의 한가로 음을 걷고 있는데 앞서 가던 아내가 기겁을 하며 놀라 비명을 지른다.
요즈음은 산에 와서도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뱀을 만난 것이다. 그냥 도망가지 않고 나무 옆에서 방어 자세를 취하고 있는 놈을 보니 독사였다. 뱀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연인산이 청정지역이라는 증표렷다.
이곳에 많다는 은방울 투구꽃, 동자꽃, 하늘말나리 꽃은 길가에는 보이지 않았지만 다른 데서는 흔하지 않은 전설에 나왔던 엘레지 꽃과 양지꽃이 철쭉꽃보다 무성하더니 ‘그랬었구나!’ 하는 감탄을 자아내게 하는 ‘제6회 들꽃 축제’라는 현수막이 보이고, 들꽃이 온 산등성이를 덮고 있었다. 정상이라고 몇 번이나 속으며 오르다가 연인 산 정상을 앞두고 있는 ‘장수 샘’이 나그네의 목을 시원 히 준다. 옛날에는 '엘레지 샘’이러 불리던 샘이었다.
정상 입구는 돌로 기둥을 세운 것이 문을 열고 맞는 모양 같아서 신기하고도 반가웠다. 게다가 정상석 근처 커다란 바위에 방위를 음각하여 놓았는데 연인 들꽃 축제 소개 현수막이 이를 덮고 있었지만 이러한 노력을 기울여준 가평 인들이 고마웠다.
정상은 시야를 막는 나무 한 그루가 없어서 북서쪽으로부터 시곗바늘 방향으로 790m, 1,036km 귀목봉, 1267m 명지산, 794m 수덕산, 858m 구나무산 뒤 먼 곳까지 시야가 넓게 트여 호연지기(浩然之氣)를 도와주고 있다.
정상이 갈림길이 될 때에 거기 서있는 이정표는 나의 마음에 항상 묻고 있다.
‘어때 이리로도 저리로도 가고 싶지?’
그렇다. 언제 또 온다고 왔던 길로 다시 아깝게 내려가랴. 가능하다면 906m 우정봉을 밟고 우정능선의 산철쭉도 보고 싶고, 아니면 예서 하루 묵더라도 연인능선을 따라 내려가서 감추어진 용추구곡의 무엇이 어떻게 얼마나 아름다운가를 보고 싶어 진다.
하산 길에도 잣나무가 무성하다. 연인산 정상 근처에는 화전민(火田民)들의 생활 터전의 흔적이 남아 있다.
연인 산 정상의 서쪽으로 보면 숲과 숲 사이에 산불 방화 공간이 있다.
그래서였을까 연인능선 골로 내려가다 보면 전설 속의 총각이 쓰던 것 같은 '숯 가마터'가 있고 봄이 온 것을 알리려는 듯이 철쭉꽃과 엘레지 꽃이 수줍게도 땅을 향하여 꽃술을 터뜨리고 있다.
연인 산에는 연인과 함께 와야 이 산 특유의 등산의 그 멋을 더할 수가 있다.
이곳에 오면 그 연인이 나에게 어떤 존재인가. 나는 그녀에게 어떤 의미인가를 깊이 생각해 보게 할 것이다.
정상 표지에 쓰여 있는 말대로 이곳이 정녕 ‘사랑과 소망이 이루어지는 곳’이라면 나의 소망 하나를 이렇게 여기에 남기고도 싶다. 나를 향하여 평생을 함께 한 아내와 세월 속에 주운 시조(時調) 한 수로-.
내 나이 벌써 80세, 아내는 76세를 맞아 오는 금년 10월 3일로 우리는 금혼식(金婚式)을 맞기 때문이다.
부부(婦夫)
다음 세상 또 있다면
다시 부부(婦夫) 되고 싶다.
아내는 내가 되고,
당신은 남편 되어
녹발(綠髮)이 백발(白髮)이 되도록
우리로 살고 싶다.
잔소리 않는 아내, 당신에게 되어주고
아내만 위해 사는, 나의 남편 당신 되어
저 세상 부부(婦夫)가 되어
지금처럼 살고 싶다.
-2023년 봄 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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