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시(詩) ** ☎

예끼 놈!

ilman 2019. 6. 25. 12:10

예끼놈

오후 5시경 핀란드를 떠나 내일 아침 930분까지 타고 갈 호화 유람선이 실야라인(silja line)이다. 이 배는 58,400t 에 차량 400대와 승객 2,980명이나 실을 수 있다. 선실만도 985(41)로 침대수가 2,980개나 된다. 길이는 무려 203m로 위로 갑판까지 7층이나 되는 호화 유람선이다.

선 내에는 오늘 저녁에 식사와 각종 술을 마음대로 실컷 먹을 수 있다는 전통적인 스칸디나비아 뷔페식당을 위시해서, 카지노, 사우나, 디스코팩, 면세점, 회의실, 무료 나이트클럽, 가라오케 등 부대시설로 없는 것 빼고는 다 있다.

선 내 면세점에 들러 양주를 13병이나 샀다. 헬싱키에서 환전하여 가지고 주머니 깊숙이 모셔 두고 잃었다 해서 찾고, 시간 없어 못쓰고 온 핀란드 돈이기에 아낌없이 썼다. 여기 아니면 어디서 쓸 수 있으랴 해서다.

등산화 모양, 전구 모양, 만돌린 모양, 기타 모양, 삼각형 술병 등등 참 재미있게도 생겼다. 외화를 펑펑 쓰고 다닌다고 오해들 마시라. 내가 산 양주는 10cm 미만 크기의 장식용이니까.

 선창(船窓)을 통하여 지나가는 풍경이 너무 아쉽고, 다가오는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 그것들을 촬영하다가 보니 갑자기 생각나는 게 있다.

오늘이 무슨 요일이지? 토바라기가 손꼽아 기다리는 토요일이 아닌가?

 

          ()을 잃은 아내에게

  성을 내고 달려들면

  삼십육계 줄행랑

이순(耳順)의 주책이란다

급습하기도 하고

공갈과 협박에다 애걸을 더해도

언제나 불발탄 !

하여, 가엾은 몸을 이끌고

해우소(解憂所)에 서면

거울 속에 내가 내게 욕을 한다.

예끼 놈!

                        -예끼 놈(1995년 작)

 

그러나 우리 아내가 아내란 이름 때문에, 할 수 없이 아내를 열어주는 날이 있다. 토요일이다. 그래서 해바라기가 해를 바라고 사는 것처럼 나는 토요일을 바라고 사는 토바라기다.

 

'☎ ** 시(詩)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친놈  (0) 2019.08.10
아내와의 대화  (0) 2019.07.29
반갑습니다.  (0) 2019.06.08
다시 무엇이 되어 만나랴  (0) 2019.05.12
아아, 장모(丈母)님!  (0) 2019.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