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마장 호수(馬場湖水)흔들 다리
내 고장 일산(一山) 주변인 파주(坡州) 광탄면 기산리 마장 호수(馬場湖水)에 전국 최대 길이의 '마장 출렁다리'가 개장되었다고 해서, '언제 한 번 가보지-' 하고 벼르다가 큰딸과 함께 드디어 오늘 찾았다.
둘째 딸이 엄마를 모시고 해외여행을 가자, 큰딸이 넘어져서 허리에 중상을 입고 요통(腰痛)으로 고생을 하고 있는 이 아빠를 위해서 1일 운전으로 자원 봉사해 주겠다고 함께 여행에 나선 것이다.
출렁다리란 골짜기나 강가 양쪽 언덕에 교각(橋脚) 없이 줄이나 쇠사슬 등을 건너질러 놓은 다리로 '흔들 다리'라고도 하는 다리다.
그런데 마장호에 와보니 여기서는 '출렁다리'라는 말 대신에 '흔들다리'라고 쓰여 있다. 사전을 찾아보니 '표준어로는 '출렁다리'로 쓰는 게 맞지만 '출렁다리'라고 하지 않고 왜 '흔들다리'라고 했을까?
'출렁거리다'나 '출렁대다'라 할 때 '출렁'이란 말은 물과 관련된 말로, 얕거나 깊은 곳에 담긴 물소리가 찰랑찰랑, 출렁출렁 나도록 계속해서 물결이 인다는 뜻으로 청각적인 표현이다. '흔들다'나 '흔들리다'란 말은 매달린 물건이 위아래 또는 양옆으로 연하여 천천히 움직인다는 시각적인 표현이기에 하는 말이다.
이를 우리가 보통 '출렁다리'라고 부르는 것은 '출렁다리'가 강이나 바다에 주로 많이 세워진 다리라서 '출렁다리'라고 한 것 같지만 파주의 '감악산 출렁다리', '수리산 출렁다리' 통영의 '사량도 출렁다리'나, 원주의 '소금산 출렁다리' 등은 산봉우리와 산봉우리를 연결한 다리인데 이런 다리들도 물과 관계있는 '출렁다리'라고 일괄하여 말하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기 때문에 그렇다. 이를 구별해 쓴 파주시 당국에 감사의 박수를 보내지만 호수에 있는 흔들 다리라 '출렁다리'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출렁다리와 흔들 다리를 구분해 쓰자는 것이 나의 생각이기 때문이다.
최근에 한국에는 출렁다리 붐이 일고 있다.
지자체(地自體)가 자기 고장에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서 다투어 세우고 있는 것 같지만 이렇게 남 따라 세워진 출렁다리가 전국에 50여 개가 넘어가는 것을 보면 이러다가 외국인들의 입에서 "Korea는 출렁다리밖에 볼 게 없는 나라야.' 하게 되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앞선다.
파주의 감악산 흔들 다리가 관광객 150만 명, 설치한 지 1년 정도의 마장 흔들 다리가 290만 명의 관광객을 기록했다지만 지금 전국의 각지에 있는 기존 출렁다리가 관광객의 분산(分散)으로 이를 찾는 관광객의 그 수가 급감하고 있는 실정 때문이다.
감악산이나 마장흔들다리가 크게 성공한 것은 배후 3,000만 가까운 수도권 인구에게 주말 가족여행의 테마에 딱 들어맞는 거리의 편리성에다가 파주 주변의 많은 명승지와 연계된 지역적 특성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우리는 마장흔들 다리를 평일에 와서인가 관광객은 거의 없어 한적하였다. 공휴일이면 인산인해(人山人海)를 이루던 곳이라는데 말이다. 이곳은 산악지대여서 여느 곳처럼 주차장 큰 곳이 하나 있는 것이 아니라 호숫가 지형을 따라 고만고만한 작은 주차장이 흔들다리 근처의 전망대의 제1주차장을 시작으로 해서 호수공원 입구 쪽까지 9개의 주차장으로 분산되어 600여 대의 차량을 수용하고 있었는데 아직은 주차 요금이나 입장료가 무료인 것이 관광객의 선호도選好度)에 큰 영향이 미쳤다고 생각된다.
흔들 다리에서 제일 가까운 전망대(展望臺)의 제1주차장 근처가 이 호수의 중심 같다.
그 전망대는 15m 높이의 4층 건물로 1층은 다과를 파는 커피숍이고 4층은 전망대라지만 이는 이름뿐이고 카페가 위주인 것 같아 유감이다.
감악산 흔들 다리에 관광객이 기대 이상 모이자 이에 고무된 파주시가 79억을 들여서 한국에서 가장 길다는 220m의 다리를 2018년 3월 말에 개통한 것이 마장 호수다.
전망대에서 굽어보니 마장 호수에는 취수탑(取水塔)과 서쪽 끝에 댐이 있고 수문(水門) 같은 것이 있는 것을 보니 전에는 저수지(貯水池)였던 곳 같다.
마장 호수는 2000년에 강을 막아 깊이 2m~25m의 20만m2의 농업용 저수지로 만들었던 곳을 마장 호수공원으로 조성하여 도시형 테마파크로 만든 것이다.
한자로 '馬場湖水(마장 호수)'라고 쓰는 것을 보면 옛날 이 고장 광탄면 마장리(馬場里)와 기산리 일대에는 말을 기르던 마장(馬場)이었음이 분명하다.
말을 기르던 마장(馬場)이 저수지(貯水池)로, 낚시터로 변하였다가 2018년에 와서 마장 호수에 랜드마크가 된 마장 흔들 다리를 설치하면서 마장 호수공원으로 변모한 것이다.
지금은 초봄이라서 벚꽃은 만발하지 않았지만 호숫가 수양 버들이 그 푸른 가지를 칭칭 내리고 있었다.
조금 더 있으면 진달래와 개나리가 그 고운 색깔로 산책로 3.6km를 꾸며 줄 터이고 이 수상 테크 로드를 따라서 벚꽃 만발한 길이 조성될 것이다.
그 로드 위로 둘레길은 인근의 심학산 둘레길 같이 인파가 넘칠 것 같은데 나의 낙산으로 인한 요통은 그때까지 나으려나?
마장호 흔들 다리는 안전상 오전 9:00~ 오후 6시까지 제한 시간이 있다지만 둘레길은 24시간 개방하는 모양이다.
마장 호수 남쪽에는 제방이 있고 하늘계단을 조성하여 야생화로 꾸민 것 같다. 이 호수는 새들의 천국이기도 하다. 우리보다 먼저 찾아온 선착객 새들이다. 새벽부터 호수와 산책길을 거닌다는 무리들이다. 사람들이 다가가도 두려워하지 않는 청둥오리 무리들이다.
흔들 다리가 말하고 있다. 이 멋진 낭만적인 다리에서 사랑하는 가족과 연인들과 함께 거닐면서 그림 같이 떨어지는 노을도 보고, 사계절 변하는 호수의 절경을 즐기라고.
이들의 안전을 위해 인파가 아무리 몰리더라도 마장 흔들 다리는 70kg의 성인 1,280명이 동시에 왕복할 수도 있다 한다. 초속 30의 강풍이 불어와도, 진도 7도 규모의 지진에도 끄떡없이 견딜 수 있는 안전한 다리라고 한다. 250 톤의 트럭 50대를 매달아 놓아도 견딜 수 있도록 안전하게 디자인했다고도 한다.
그냥 다리만도 우리를 즐겁게 하는데 하늘을 닮은 푸른 호수와 마음까지 트이게 하는 널찍한 시야는 물[水]로 가득하게 한다.
이 몸이 낫는다면 야생화로 꾸몄다는 하늘계단도 카메라 들고 달려 가 보고, 캠핑장에서의 젊음의 향연과 칸 누와 카약을 타고 노를 저어 가는 젊은이도 되 보고 싶다.
취수탑(取水塔)이 호수 가운데로 주욱 뻗어 있는 것을 보니 옛날에는 저수지(貯水池)요, 낚시 터였던 것 같다.
이 마장 호수가 고령산(高嶺山, 622m) 기슭에서 그 물을 받아서인가 더할 나위 없이 물은 맑고 푸르다.
이 청정 마장 호수를 호수 둘레 총 4.5km 중 3.6km에 산책용 수상 테크 로드를 만들어 이를 한 바퀴 도는데 1시간 30분 정도 걸리는 모양인데 나는 한 달 전 119에 실려갈 정도로 넘어져서 허리에 중상을 입은 몸이라 오늘도 허리띠를 착용하고 온 병든 몸이라 다음을 기약할 수밖에 없으니 벼르다가 이렇게 모처럼 찾아와서도 마음으로만 볼 수밖에 없는 것이 안 타깝기 그지없다.
출렁다리를 건넌다. 그런데 웬 바람이 이리도 셀까. 모자를 접어 주머니에 넣을 정도로 세다. 전설에 나오는 달미바람인가 보다.
봄이면 마천령 골짜기에서 센 바람이 불어 오는데 이곳 사람들은 이 바람을 '달미 바람'이라 했다.
12세가 초 고려시대였다. 윤관 장군에게 쫓겨 가다던 패잔병 여진(女眞) 족에게 잡혀 가던 달미라는 처녀가 있었다. 여진족들은 저녁밥을 해먹고 가려고 불을 피우다가 고려군이 이 불빛을 보고 공격하여 오자 황급히 불을 끄고 도망치려는 찰라 달미아가씨는 불무지에 달려가 치마폭에 불을 붙여 도망치는 적들 속으로 달렸다. 군사들에게 하나의 봉화가 되어 적들이 있는 곳을 알리고자 함이었다.
때마침 불어오는 거센 바람에 산림을 불태워 도망치는 여진 패잔병들을 윤관 장군은 추격하여 몰살되고 말았다. 아름다운 달미 아가씨가 몸바친 구국 충정이었다. 그후 마천령골짜기에는 봄마다 달미바람이 불어오는데 그 바람소리 속에는 달미 아가씨의 치마폭에 담긴 불길이 타는 듯한 소리가 들린다고 한다.
마장 흔들 다리를 걷다 보면 다리 폭 중앙 쇠 구조물을 호수 물이 보이도록 만들었다. 양쪽은 나무판으로 보도를 만들었고 6가닥의 어린이 손목만큼 큰 쇠로 프로 다리를 버티게 하였는데, 중앙 18 구간에는 강화유리로 밑이 보이도록 하여서 아찔한 느낌으로 흔들리는 다리에서 수면을 스릴 넘치게 굽어보도록 하였지만 흔들림이 적고 다리가 튼튼하여 두려울 정도는 아니었다.
감악산 출렁다리는 다리를 건너 법륜사(法輪寺)란 절 구경을 하고 둘레 산길을 걸어 하산하게 되었는데 마장호 흔들 다리는 일단 건너가면 되돌아오거나 호수 데크로드로 내려가서 호수 주면 산책길을 거닐게 되어 있었다.
꽃들도 모여 살듯이 경치도, 명승지도 동반자가 있는 법이다. 이 호수에서 내가 사는 일산(一山) 가는 길에 들릴 수 있는 곳에 마장 호수 주변의 명승지 천년고찰 보광사(普光寺)와 용미리(龍尾里磨崖二佛立像)가 있다.
보광사(普光寺)는 통일신라 진성여왕 때 왕명으로 고령산(高嶺山) 기슭에 도선국사(道詵國師)가 지은 사찰이다.
영조(英祖)의 생모인 숙빈 최 씨의 원찰로 최 씨를 모신 어각실과 영조가 직접 심었다는 300년 된 향나무가 특히 유명한 절이다.
용미리 석불입상(龍尾里石佛彌勒二佛立像,보물 제 93호)은 파주 광탄면 장지산 자락 경내에 있는 한국 최고의 쌍미륵 석불인 용미리석불입상이다.
고려 시대에 제작된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쌍 미륵탑 석불 입상으로 천연바위 벽을 이용하여 제작된 것이다.
그 위에 목, 얼굴 갓 등은 따로 만들어 얹어 놓은 거대한 불상이다. 전설에 의하면 고려 선종이 후사가 없어 고민하던 차에 꿈에 두 명의 도승이 나타나서 "우리는 장지산 바위 틈에 사는 사람들인데 매우 배가 고프니 먹을 것을 달라."고 말했다 하여 그 자리에 있는 두 개의 두 개의 불상을 새겼다 한다. 그후 후궁인 원신 궁주(元信宮主)를 맞아들였더니 득남하여 왕자 한산후(漢山侯)가 태어났다는그후 기자(祈子) 전설이 전해 온다. 이승만 초대 대통령 어머니도 이 바위에 기도 하여 이 대통령을 낳았다는 전설의 바위다. 또 다른 전설에 의하면 원립(圓笠)을 쓴 불상은 남자이고 방립(方笠)을 쓴 불상은 여자라고 한다.
- 2019. 03.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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