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맛/ 병상일기 4
아침에 일어나니 어제에 비해 몸이 가쁜 하다. 이제 차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려나. 그동안 나는 잠자다 일어 나는데 얼마나 고생을 하였던가.
심했던 날은 침대에서 일어나는데만 1시간 이상 지금까지 내가 겪어 보지 못한 수없는 고통과 싸워야 했는데 오늘은 거의 통증 없이 가쁜 히 일어 날 수 지 있었으니 말이다.
나는 이런 고통을 새벽마다 겪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고마워했었다.
병원의 입원실이 아닌 집에서의 통원 치료 정도로 다친 것이 얼마나 천만다행인가 해서다.
첨단 시설이 갖추어진 내 집에서 아내가 준비해 놓고 나간 갖가지 음식이 가득한 냉장고를 이용하며 음식을 해결하며 젊어서부터 쌓아놓은 책 속에 묻혀 널찍한 아파트에서 하루를 불편 없이 지낼 수 있기 때문이다.
허나 일단 아프고 보니 모든 것에 의욕이 없어지고 귀찮아 진다. 가족이나 친지의 병 문안 전화마저 귀찮아 졌다. 내게는 불행이 시작된 꼭 같은 과정을 되풀이해서 말해 주어야 하는 것은 또 다른 고통이기 때문이다.
외면에 들어나지 않는 허리의 통증이다 보니 겉으로는 꾀병하는 것 같이 멀쩡한 몸으로 문병객을 맞는 것도 그렇지만 그보다, 허리 아픈 것은 우리 또래 거의 모두가 경험하거나 진행 중에 있는 병이고 노후의 이 병은 긴 요양을 필요로 하는 병이기에 더욱 그렇다.
3 번째로 병원에 주치 의사를 찾았더니 중추 요추 조영전 컴퓨터 촬영을 영상의학과에서 하고, 핵 의학실에 가서 전신 골 스캔 등을 하고 4월 1일 오란다. 핵 이야기가 나오니 두려워진다.
이러다가 봄에 섬여행을 떠나기 위해 저축한 돈을 병원에서 다 써버리는 것이 아닌가 해서 CD기에 가보았더니 여유가 아주 넉넉하게 남아 있다. 그동안 금주(禁酒)를 한 덕분인 것 같다. 금주한 지가 한 달이 가까오지 않는가.
며칠 전에는 술꾼인 내가 술을 못 마시고 있는 것에 억울한 생각이 들어서 회(膾)를 사다 놓고 후회를 하였다.
술 동무 되던 회(膾)가
술 친굴 잃으니
술과 회(膾)는 여전한데
술을 외면한 주당(酒黨)에겐
회맛도
멀리 멀리로
도망가 버렸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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