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병상일기/ 까운 입은 세일즈 맨

ilman 2019. 4. 2. 03:30

 

병상일기/ 까운 입은 세일즈 맨

 

 사고 1달 7일 째 되는 오늘까지 나는 10일 간격으로 병원에 다녔다.

누웠다 일어날 때마다 그동안 내가 80평생 겪어본 적이 없는 통증으로 나는 얼마나 고생했던가.

고진감래(苦盡甘來)란 말처럼 오늘은 그 통증이 어느 정도 가라앉고 이젠 회복기로구나 할 정도의 좋아진 몸을 이끌고 즐거운 마음으로 병원을 찾았더니 이게 웬 벼락인가. 10일 전에 왔을 때 찍고 간 CT 중추 요추 조영전 컴퓨터 촬영 영상과 핵 의학실에서 찍은 '전신 골 스캔' 그리고 오늘 찍은 'X레이'를 살펴 보던 의사가 진료 결과를 알려 준다.

"이 보세요. 척주 요추(腰椎) 1번째 뼈가 부러졌군요. 지금 차고 온 복대 말고 다른 깁스를 해야겠어요.' 그냥 깁스를 하면 소대변에 지장이 있으니 더 나은 걸로 바꾸라는 것이다. 권하여 주는 것이 의료보험이 안되는 반깁스라는 복대(腹帶)였다.

이게 웬 말인가. 응급실에 왔을 때부터 지금까지 올 때마다 한 번도 빠짐없이 수없이 X-레이를찍어 대면서도 뼈를 다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진단하였고, 나와 내 가족이 이를 천만다행이라고 얼마나 위안을 받았던가. 

그런 고통을 힘겹게 이겨내고 이제는 차도가 있구나 하는 마음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에게 골절이라는 진단을 새롭게 내린다니-. 그렇다면 응급실에서의 의사는 오진(誤診)을 한 것이고 그 동안 잘못된 치료 과정의 모든 책임은 환자인 이 몸의 몫이라니 이런 경우도 있었구나.

그것도 모르고 헬스에 가서 뼈골절에 해로운 운동을 내가 해 왔으니 말이다. 

 

수납하는 아가씨가 "처방받은 복대는 의료보험이 안 되는데요." 해서 그 값을 물어보니 42만원 가량된다고 한다. 이 깁스는 약국에서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내일 우리집까지 친절하게도(?) 배달해 준다는 것이다.

갑자기 생각난다. 그렇구나. 몇 년 전 새로 증축한 이 종합병원 건축비 때문인가. 환자에게 다른 병원보다 부담을 크게 더 주는 병원이라고  이 고장 사람들에게 악평이 있더니 사실이었구나. 그렇다면 내가 그동안 받은 검사도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 병원의 이득을 위한 면도 있었을 것이 아닌가. 
나도 이 병원의 호갱(호구와 고객을 합친 조어)이 되었구나 생각되니 그 값의 고하를 막론하고 불쾌하기 그지 없었다.

42만원이면, 의사가 3개월이면 낫는다는 말대로라면 1달에 14만원을 투자하여 쓰고 버리란 말이 된다.

계산대에서 지금 준비된 돈이 10만원뿐이니 약처방만 우선 하게 해달라고 했더니 부분 비용으론 약처방을 해 줄 수 없다고 딱 잘라 말한다. 복대 구입 여부는 의료보험에 해당 안 되는 것이라서 분명 이는 환자의 선택 사항일 터인데 약처방전만은 따로 줄 수 없다니, 그렇다면 물품 강매(强賣)에 해당하는 법에 어긋난 행위가 아닌가. 

나는 이러한 일이 의사나 거기서 근무하는 의료계 여인들이나 의사가 아닌 병원들을 운영하는 이가 책임져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까운 입은 의사에 대한 커다란 불신을 어찌할 수가 없었다.

하릴없이 아픈 허리로 돈을 가지러 집에 다녀오면서 다른 병원으로 옮길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지만 그 놈이 그 놈일 것이란 불신(불信)에다가 돈 때문에 그동안 공들여 다니던 병원과 의사를 바꾸는 초라한 내 꼴이 보이는 것 같아 의사의 말을 좇기로 했다.

 전화 벨이 울린다. 누굴까. 마춘 듯이 깁스 제조업 직원이 내 집에 와서 기다린다는 전화였다. 병원에서는 내일 내 집을 방문할 것이라 하였는데 왜 이리 사전 전화도 없이 서두르는 것일까. 또 부정적인 생각이 내 머리를 추하게 만든다. 

깁스 자료를 가지고 오지 않고 그냥 왔길레 물어 보았더니 가봉(假縫)하러 왔다는 것이다. 오랫만에 듣던 말이다.
이런 이야기를 듣던 아내가 말한다. 당신이 깁스할 것을 망설이니 이들이 선수를 미리 친 것이라고.

오늘은 까운 입은 세일즈 맨을 통하여 한국의 의료계의 치부(恥部)를 본 불쾌한 하루였구나. 하였다.

며칠 후 배달된 복대는 조잡한 것으로 원가가 지불한 41만 1400원의 1/4에도 못 미치는 조잡한 복대(腹帶)였다.
다음은 내 병상일기를 글을 읽은 환자(患者)가 댓글로, 그리고 우리 아파트 경비원이 하는 말을 모은 것이다.

고관절 지인 환자 강xx 기자: "제가 입원했던 병원에서는 정형외과 의사가 분야 별로 5~6명이 있었는데 간호사가 담당의사가 추천하는 업체에서만 구매하라고 계속 재촉을 해서 저도 할 수 없이 40만원에 구입했습니다."

고양시 X아파트 경비원: "종로3가 의료기 상가에 가서 12만원에 사온 사람도 있던데요."

 

 

 

 

 

'건강'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lona 19) 이야기  (0) 2020.02.22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0) 2020.02.06
쾌유(快癒)  (0) 2019.03.29
회맛/ 병상일기 4  (0) 2019.03.21
낙상 9일째/ 병상일기(病床日記)(3)  (0) 2019.0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