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기

정서진(正西津) 이야기/인천광역시 서구

ilman 2018. 2. 5. 07:56

*. 정서진(正西津) 이야기/ 인천광역시 서구 

광화문 동아면세점 뒤 우리은행 앞 도로에는 대한민국의 도로 원표(道路元標)가 있다.

도로 원표(道路元標)란 도로의 기점, 종점 또는 경과지를 표시하는 표지다.

우리나라에 도로원표가 처음으로 만들어진 것은 1914년 일제 강점기에 광화문 광장 지금의 이순신 장군 동상 자리에 있었다. 높이 70의 화강암을 깎아 서울에서 전국의 18개 도시까지의 거리가 음각으로 새겨져 있었다. 그 후 광화문 가로가 확장되면서 교보빌딩 앞 고종 즉위 40년 칭경기념비전안으로 옮겼다가 1997년에 다시 그 건너편 지금의 자리로 옮겼다.

  경국 대전(經國大典)에 "도로의 기준점은 대궐문으로 본다."는 기록에 의거 경복궁의 남문 광화문을 기준으로 하여 도로원표에서 동서 남북 국토의 끝을 정동진(正東津), 정서진(正西津), 정남진(正南津), 정북진(正北津)이라 하였다. 이 이름은 지명(地名)이 아니니 '정남진'이라 하기보다는 '장흥 정남진(正南津)' 이라는 표현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우리 KCCA 영상회원은 2월 해피 데이(Happy Day)로 정서진(正西津)을 간다.

정서진 가는 길은 인천 공항철도를 이용하기 위해서 김포 공항에서 모여 출발하여 청라 국제역에서 하차하였다. 인천의 청라역에서는 77-1 시내버스를 타고 가면 10여분 내외라지만 우리는 해안을 끼고 자전거 도로를 따라서 정서진을 향해 걷기로 했다. 강추위가 약간 풀린 입춘(立春)을 하루 앞둔 겨울의 모퉁이였는데, 걸어서 약 30분 정도지만 오래간만에 보는 바다 내음은 그 시간을 자꾸 연장하게 하였다.

가는 길 좌측에는 거대한 청라국제 복합단지 토지 조성 공사가 한창이었다. 화훼 산업용지, 휴양 용지, 첨단산업 용지, 상업시설이 들어설 부지였다. 

 

*. 영종대교 휴게실

이 휴게소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이 행운의 언덕(Fortune Hill)에 서있는 거창하고 우람한  '포춘 베어(Fortune Bear)'다.

 

5천 년  전 갑자기 사라져 버린  엄마 곰(熊女)을 아빠곰과 머리에 인 아기 곰은 오랜 세월 찾아 헤맸다. 이들의 애절한 마음을 딱하게 여긴  신(神)은 엄마 곰이 '행운의 언덕'에서 인간이 되었다는 사실을 말하여 준다. 아빠곰과 아기 곰도 험한 길을 헤매며 행운의 언덕에 도착하여 자기들도 인간 되어 아내 곰이자 엄마 곰을 찾을 수 있게 되기를 기도하다가 보니 70년이란 세월이 덧없이 흘러갔다.

신(神)은 변함없는 두 곰의 갸륵한 정성에 감동하여, 이들에게 인간과 소통할 수 있게 하고 인간의 소원을 이루어 줄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가지게 하여 주었다. 오늘도 두 곰은 자기들도 인간이 되기를 하늘에 기도하면서, 인간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단군신화에서 인간이 된 웅녀와 접목된 곰 이야기의 행운의 곰은 9m 높이에 무게가 40톤이나 되는 조각으로  세계 최대 스틸 조각품으로 기네스 월드 레코드(Gunnes World Records)로부터 인증받았다는 철제 조각품이다.  그런데 '포춘 베어'로 소개된 그 뜻이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으니 이를 '행운의 곰'이라 하고 ( )에 Fortune Bear라 병기하였으면 더욱 좋겠다.  

 모든 섬은 아름답지만 그 섬을 육지와 연결하고 있는 연육교(連陸橋)는 더욱 아름답다.
그 연육교 중에서도 사장교는 교량미의 극치다. 사장교(斜張橋)란 강이나 바다의 수심이 깊고 물살이 빨라 교각을 세우기 어려운 곳에 교각대신 양쪽에 높이 세운 받침 기둥(主橋) 위에서부터 비스듬히 드리운 쇠줄에 매달아 놓은 다리를 말하는데 영종대교의 사장교의 모습은 한옥(韓屋)의 기와지붕을 형상화한 것이라 더욱 아름답다.

 여행이란 목적지에 도달하는 기쁨보다 그 과정에 있는 것이어서, 우리는 청라국제도시역에서 정서진까지 2.2km를 걷기로 한 것이다. 역에서 1.7km 거리에 있는 영종대교 휴게실에 들려서 각종 조형물 구경도 하고, 거기서 점심을 챙겨 먹고 가기 위해서다. 정서진에서는 식사를 할 만한 곳이 드물다 하기 때문이다.

 영종대교(永宗大橋)가 신설될 당시에는 이곳을 '영종대교기념관'으로 조성하였는데 그 후 2011년 '영동대교 휴게실'로 명칭을 바꾼 것이다. 

  영종대교 기념관은 3층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1층은 식당이고, 2층은 영종대교의 건설물 전시실 소개, 3층이 전망대다. 거기서 본 영종대교와 한눈에 들어오는 정서진(正西津)의 멋진 풍경의 전망은 뛰어나다.

정서진(正西津)이  정동진(正東津)과 달리 우리들의 귀에 익숙하지 않은 것은 2011년에 '경인 아라뱃길 개항'과 연계하여 비로소 태어난 인천광역시 서구의 새로운 관광지였기 때문이다.

 정동진이 해맞이의 명소이듯이, 정서진은 해넘이의 명소가 된 것이다. 해돋이에 비해서 해넘이의 낙조(落照)는 얼마나 더 아름답던가. 아침 놀보다 저녁노을은 언제나 더 길고 아름다운 법이다.

정동진에는 '모래 시계공원'이 있듯이, 정서진은 '아라 뱃길'이 있다. 정동진이 해돋이를 향하여 새해의 소원을 비는 해맞이 장소라면, 정서진은 가는 해의 해넘이에 서서 가는 해를 아쉬워하며 다가오는 새로운 소망을 기원하는 장소다. 

   영종도휴게소에서 정서진(正西津)까지는 0.5km를 더 걸어야 했다.  

 드디어 정서진 광장 '정서진' 표지석 앞에 서니 그 뒤에 이상한 형태의 커다란 원형의 조형물이 있는데 무엇일까.

그곳에 종사하는직원에게 물으니 해넘이 명소로 포토 존(Photo Jone|의 명소라고  한다. 자세히 보니 그 내부 가운데에 시계추 모양의 조형물이 있고 그 겉모양은 종모양이다.

이 ’노을종'은 가로 2m, 높이 13.5m로 포항제철에서 제작하여 인천시에 기증한  정서진의 최고 명물이다.

 외형의 둥근 모양은 서해의 밀물과 썰물이 만들어낸 조약돌 모양이요, 내부는 종의 모양을 형상화 한 것으로 석양의 붉은 해가 그 종 안에 들어서면 이에 맞추어 오색의 조명(照明)이 아름다음으로 색깔을 바꾸는데, 그때에 맞추어 거기 매달린 시계추가 서서이 좌우로 흔들리면 음악이 사방으로 울려 퍼진다니 그 분위기가 얼마나 황홀하고 낭만적일까?
 그 모습을 찍으러 전국에서 카메라 맨이 몰려오는 모양이다. 노을종 주변에도 조그마한 많은 종이 달려 있는데 이를 '노을벽'이라 하는 모양이다. 거기에는 매점에서 구입한 종(鐘)에 써 놓은 방문객의 글이 가득하다. 

 바로 그 건너 633광장에 아취 위에 자전거를 타고 가는 조형물이 있다.

여기가 인천에서 부산까지 4대강을 거쳐 633km의 자전거길이 열리는 것을 기념하기 위해 조성한 출발점이자 도착지점인 자전거 광장이다.

정서진의 또 하나의 명소가 정서진에서는 제일 높다는 76m의 '아라타워 전망대'다.   

아라타워는 24층으로 그중 세 층만 공개하고 있는데 그 개방 시간은 다음과 같다.

1층 홍보관( 09:00~18:00)

23층 전망대(09:00~22:00)

24층 아라카페(11:00~22:00)

 
이 외의 정서진 전망대로 목교를 통하여 드나드는 서해 옛 섬마을의 모습의 인공섬인 '아라빛섬의 전망대'가 아름다움을 보태주고 있다.

아라뱃길은 서해(인천 서구)와 한강(서울 강서구)을 연결한 인공 수로(人工水路)로 물류를 운반하거나 관광의 바닷길이다.

정서진을 개발하면서 한국 최초의 운하라는 아라뱃길을 함께 만들고 수향8경(수향8경)을 조성하여 놓았다. 

경인 아라뱃길은 선박 통항만을 하는 다른 나라의 운하와는 달리 강 일원을 한국의 역사와 문화가 함께 흐르는 뱃길로 만든 것이다. 수향(水鄕)이란 물길 주변이 아름답고 특색 있는 지역을 의미하는 말이다.

 아라뱃길에 대하여 가볼 곳은 가보며 더 심도 있게 연구하여 다음 기회로 미루고 여기서는 이렇게 변죽만을 울린다.

호사다마(好事多魔)란 말 같이 '아라'는 바다란 의미로 만든 이름이라지만 그런 우리말이 없다 하여 많은 시비의 말이 오가지만 이름이 꼭 의미 있는 것으로만 짓는 것만은 아니니 이 정도로 자제하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름답지 않은 다리도 있던가.

아름답지 않은 전망대도 있던가.

아름답지 않은 조형물도 있던가.

해넘이가 아름답지 않을 수는 없다.

자연에 인공을 더하면 예술이 되는 것.

아라 뱃길은 길이 빛날  한민족의 역사.
와서 보라.
그 모든 눈요기가

정서진엔  다 있으니.

                            -정서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