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釜山) 이야기(1)/ '부산', '자갈치'의 어원
부산(釜山)은 한반도 동남단(東南端)에 있는 직할시로 한반도의 문호(門戶)요, 한국 제1의 국제 교역의 관문(關門)이며, 인구 3,358만(2021)여 명이 사는 한국 제2의 도시로 6.25 때는 대한민국의 임시 수도였던 경부선(京釜線)의 종착역이기도 하다.
한국 제1의 항구도시 부산은 옛날에는 동항(東港)은 상항(商港)이고 자갈치 시장이 있는 남항(南港)은 어항(漁港)이었다.
명승고적으로는 소설이나 영화로 자주 보던 송도(松島)와 해운대 해수욕장(海雲臺海水欲場), 동래 온천(東萊溫泉), 영도 대교(影島大橋), 태종대(太宗臺)도 그렇지만 최근에 본 영화 '國際市場'으로 부산은 우리들의 눈과 귀에 익숙하다.
그러나 한국인으로 부산(釜山)에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사람은 의외로 많아 그런 분들에게는 부산은 생소한 곳이다.
나도 그랬다. 교직(敎職) 시절 학생 따라 경주로 수학여행을 왔다가 서울행 열차를 타기 위해서 부산에 들려 용두공원(龍頭公園)을 올라 희미한 대마도(對馬島)를 보고 온 것이 부산을 방문의 처음인 것 같다. 부산은 우리들의 생활권이나 문화권 밖에 있는 곳이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 부산(釜山)이 자세히 보고 싶어 몇 년 전에 배낭에 며칠을 짊어지고 부산에 들려 이곳 저곳을 방문하였다.
허나 여행은 언제나 미련을 남기고 다니는 것이어서 '한번 더!'를 외우더니 오늘 부산이 고향인 친구 따라 부산에 왔다.
"무궁화호는요, KTX보다 좌석 간격도 넓고, 친절히 전국 역 곳곳마다 들려 여정을 챙겨 주기도 하지요. 그보다 더 좋은 것은 KTX와 달리 공휴일에도 우리 같은 백수(白首)에게 30%를 할인해 주는 서민 기차지요."
함께 한 KCCA 회장의 무궁화호 자랑이 한창이다. 나는 국문학을 전공한 사람이라 그보다 '부산의 어원'이 더 궁금하다.
-고려 때에는 이 고장 이름을 한자로 '富山'이라 하여 오다가, 조선초에 '釜山'(부산)이라 한 기록이 보인다. '증산(甑山; 현, 동구 좌천동 서쪽)'의 다른 이름이 '부산(釜山)이었던 것이다. 그 무렵 그 근처 바다를 '釜山浦(부산포)'라고 불렀던 것이 부산이란 이름으로 굳어지게 된 것 같다. '甑山'(증산)의 '증(甑)' 자의 뜻이 떡이나 쌀을 찌는데 쓰는 둥그런 기구인 시루인데, '釜山'(부산)의 '釜('부) 자도 솥을 뜻하는 가마로 야산의 모양을 비유할 때 흔히 쓰는 글자이기 때문이다.
-"釜山은 동평현(현, 당감동 지역)에 있으며 산이 가마 꼴과 같으므로 이 같이 일렀는데, 그 밑이 곧 부산포(釜山浦)이다." ('동국여지승람' 산천조)
부산 지도를 놓고 자세히 보면 부산은 산을 등지고 바다를 품은 형국이다.
그래서 해안선 따라 길게 동서로 뻗어나간 항구도시다. 함께 한 KCCA 우리 동인 회장 아들이 있어 사업을 전폐하고 그의 차를 운전해 주는 바람에 덕분에 우리들 6명은 부산, 거제도, 통영, 삼천포로 3박 4일의 호강을 한다.
영등포에서 8시경에 떠난 무궁화호는 장장 5 시간 걸려서 초량 진역에 우리를 풀어놓는다.
마침 점심시간이라 우리는 회하러 자갈치시장으로 직행하였다.
*. 자갈치 시장의 어원
'부산(釜山)!' 하면 생각나는 먹거리로는 단연 자갈치시장의 회(膾)다. '자갈치시장에 가보지 않고 부산에 다녀왔다고 말하지 말라.'라고 할 정도로 자갈치시장은 부산에서 유명하다.
지금의 자갈치시 시장이 있는 중구 남포동 4가 일대는 지금은 동남아의 최대 어시장이 되었지만 옛날 개항(開港) 당시인 1876년 무렵에는 주먹만한 자갈이 많은 '남진 정해 수욕장'이 있던 자리다.
이 해수욕장 자갈밭에 해방 이후 일본에서 귀국한 한 사람들이 수산물 노점상을 벌일 때였다.
그때 팔던 어류가 멸치, 갈치, 꽁치 등이어서 이곳 이름을 '자갈'에다 '치'를 더하여 '자갈치'라 하였다. '치'란 '이름씨 뒤에 붙어 물고기 이름을 나타내는 말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어원이 있다. 내 글의 독자 김경중님이 보내온 고마운 자료다.
'자가스'는 몽골어로 물고기이죠. 치는 직업을 뜻하죠 고려시기 여몽연합군이 일본 정벌 시 부산에서 생선 파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을 보고, '자가 스치', '자가치', '자갈치'의 변음으로 되었다는 유래도 있죠
그 무렵 장사하는 사람들이 아주머니들이어서 억척스러운 부산 어머니의 상징으로 '자갈치 아주머니'란 말도 생겼다. 그때의 판잣집은 1960년대 다 헐리고 1975년에 현대식 건물이 들어서서 지금은 '부산 어패류 처리장'이 되어 1층에서는 활어, 전복, 전어 잡어 등을, 2층에서는 주로 회와 식품, 건어물 상가로 바뀌어 운영하고 있다.
우리는 거기서 자갈치 아주머니에게 각종 세고치 회를 흥정하여 사 가지고 그 2층에 올라 점심을 하며 여행의 회포를 풀고 있다. 푸짐한 회를 먹고도 싶었지만 우리는 백수(白首)들이라 돈을 아껴 부산 일원을 돌며 식복(食福)보다 안복(眼福)을 조금이라도 더 누리기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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