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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man의 '고희 기념 특집'/시조문학'(2005년 봄호)

ilman 2017. 7. 9. 07:15

  ilman의 '고희 기념 특집'/시조문학'(2005년 봄호)

 

 자연과  낚시와 술에 취하여 살다보니, 일만도 어느덧 고희(古稀)를 맞았습니다.
 마지막을 아름다운 단풍으로 불태우는 골드 세대로는 살지는 못하고 있지만,  요즈음 저는 주머니가 허하는 대로 한국의 산하, 해외의 아름다움을 찾아다니며 마지막 불꽃을 불태우고 있습니다. 이러한 것들을 주로 기록하고 있는 일만의 홈페이지가 'ilman의 국내외 여행기' 이구요.
 부족한  일만의 시조 몇 편으로,  '시조문학'지에서 인사를 대신하고자 합니다.
                                                                             -ilman 성철용 올림

*. 산수화(山水화(畵)

 

집 안에 들어서면 우리 산하(山河) 가득하다

구름 속 절 한 채에 계곡은 폭포수라

거기 서[立]
소리에 취 한
나 같은 이는 누구신가?

 

-내 거실에 도촌(稻邨) 화백의 그림 한 폭이 있다. 구름에 안겨 이끼 낀 산사(山寺). 그 옆에 폭포를 만들고 흐르는 여울이 하얗게 소리 내어 흐르고 있는데, 백의(白衣)의  촌부 하나 있어 그 소리를 엿듣고 있다. 그 모습을 구름에 싸인 산봉우리들이 병풍처럼 둘러서서 지켜보고 있다. 우리 동네 산꾼 하정우 형에게서 선물 받은 산수화였다.
서둘러 드릴을 빌려다 벽을 뚫고 못을 박아 거실 전면에 곱게 걸어 두었더니, 외출하다가 집 안에 들어서면 산하가  눈과 마음에 가득하다.

 

*. 봄 꽃 몇 수
1.
가까이 예쁜 꽃들 멀리 보니 아름답다.

작은 꽃이 더 고울 땐 닥지닥지 모여 살 때

고운님
사시는 곳도
서로 서로 꽃일 거야

2.
동백꽃 앞으로!
산수유 앞으로!

진달래, 개나리 함께 앞으로!

벚꽃은
망울로 서서
열중- 쉬어엇!

*. 행복한 고민


준치 급 참붕어들 붉은 찌가 올리던 날
5번째 자넘이를 어망에 담고 보니
엄지가
쏘옥 입에 드니
월척이 분명하네.

흥부가 되어 줄까. 놀부가 돼 버릴까.
노인정 어르신께 술안주로 줘버릴까.
낚시꾼
행복한 고민
염라대왕 되었다.

조사: 성철용
때: 2002년 5월 30일 이른 6시 12분
곳: 이산포 수로
낚싯대: 로이알3.5m, 낚시바늘: 5호 낚시줄: 3호
미끼: 구르덴
어종: 참붕어, 체장: 32.5cm
참관인: 최승조

 

 

 

*. 술

 

아침마다 술을 끊고
저녁에 또 술이라.
목 숨 걸고 마셨지만 후회 못할 우리라서
정 든 밤
그 자리 술은
깨는 것이 아깝구려.

 

 *. 단풍(丹楓)


북에서 남쪽으로
봉(峰)에서 산록(山麓)으로
가지 끝서 몸으로
가을을 불태우는
단풍은
왜 달려만 가나,
우리들 인생처럼.

 

*. 장기(將棋)

세상이 장기판이라면 어느 말이 내 말일까.
마상(馬象)일까, 사졸(士卒)일까.
장(將)은 분명 아닐 테고.
제자리
지키고 있는
차포(車包) 정도나 되었으면-.

 

*.  작명(作名)
                      -손자 성진모에게

‘성(成)씨’의 나라 온 것 환영한다,  '진모(陳模)'야.
법도[模]를 베풀어서[陳],  바른 가정 이루며[成]
남들이
하나 할때[人一]
백을 하며[己百] 살거라.

                  - 2003년 12월 겨울에
                         할머니, 할아버지가 짓고 쓰다

 

             *.인일기백[人一己百]:일만 가훈.
             남들이 하나할 때 백을 하자.

 아빠: 창녕성씨 25세손 성낙준(成洛俊)
 엄마: 경주 정씨 정민영(鄭玟日+令 )
 생일: 2003년 12월 10일 늦은 3시 24분
 출생지: 충무로 삼성제일병원

 

*. 시인(詩人) 하부지

 

손자가 누웠다가, 기더니, 걷고 있다.
하부지는 걷다가, 기다가, 누울 텐데.
손자가
말 배워갈 때
잃어 가는 하부지 말.

 

마음이 몸을 부리던 오늘을 접고 나서
이 몸이 이 마음을 부려야할 내일 오면,

진모야
읽어 주거라,
하부지의 글들을.

 

*. 해외여행

 

 지금은 여기 저기 나그네로 다 지낼 때다.
 가슴속에 하나 둘 고운 얘기 보태가며
 무엇이
 어떻게 아름다운가.
 노래하며 다닐 때다.

 사랑하고 미워하던 사람들 훨훨 떠나
 단 한번 만나는 이 우리로 하다가
 우리가
 그리워 질 때에
 다시 돌아오는 거다. 
 

*.  천섬(Thousand Islands)

 

작은 섬들 천섬 된 아름다운 수상(水上) 공원.

섬마다  그림 같은 별장 주인 누구신가?

내 맘도
저 섬 하나 되어
그리움 심고 싶네.
   
-캐나다 수도 오타와 가는 길에 물의 도시 킹스톤이라는 곳에, 뉴욕 인들이 즐겨 찾는 휴양지 중에 하나인 천섬[千島]이 있다.  세인트로렌스 강(St. Laurence River)에 떠있는 천여 개의 작은 섬으로, 이 작은 섬 하나마다 하나의 별장을 지어놓고 여름 한 때를 가족과 함께 요트와 낚시 등으로 삶을 즐기는 곳이다.
교과서에서는 호주보다 작으면 섬이라 한다지만, 작은 섬은 얼마만큼 작아야 섬이라 한단 말인가. UN에서 정한 섬의 기준으로는 나무가 3그루 이상 존재하면 섬으로 인정한다 하니 설명치고는 자못 시적이다.

 

*. 백도(白島) 가는 길

 

아까는 죽- 하나 수평선뿐이던데
어디서 해도 나오고 , 섬, -이 나오는 걸까?
백도(白島)가
가까운가 보다.
아름다운 우리 산하가.

 

*. 양(羊)

 

보이는 게 초원뿐인데 다툴 일 있겠어요?
내 것이 아닌 몸인데
두려울 일 있겠어요?
맹수가
없는 이 나라엔
인간들이 천적(天敵)이래요.

                         -뉴질랜드 남섬 ‘밀포드사운드’가는 길에

 

*.

 

물고기 잡아먹고
새처럼 살아가요.
날개 하나 부리 하나로
새집 짓고 살듯이.
내일이
있다는 것이
사치와 같은 걸요.

 

호수에 해가 뜨면
새처럼 눈을 뜨고
*톤레샵(Tonle Sap) 노을 보며
새들처럼 잠들지요.
가난이
제일 큰 재산인데
무슨 걱정 있겠어요.

                  -캄보디아 시엠립강에서

*톤레샵(Tonle Sap) : 캄보디아 제1의 호수. 대 호수란 뜻

 

*. 봄페이

 

자연이
이렇게도
잔인할 수 있습니까.
산이
저렇게도
잔혹할 수 있나요.

생매장(生埋葬)
폐허에 서서
옛폼페이를 웁니다.

                    -이탈리아 / 베스브스 화산에서

-기원전 79년 8월 24일 정오가 방금 지난 무렵, 폼페이에서 있었던 일이었다.
땅이 요란히 흔들리더니 커다란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검은 구름이 하늘을 온통 덮쳐오더니 살을 가르는 듯한 강한 열기가 확- 다가왔다. 바다를 향하여 달려가던 사람도,  이를 구하려던 로마 해군도 낮게 깔려 불어오는 개스에 모두 질식사하고 말았다.
그리곤 5m 내지 6m의 죽음의 재가 파도처럼 폼페이로 밀려왔다. 사흘 후 태양은 언제나처럼 밝게 떠오르고 하늘은 여전히 맑고 프르게 빛나고 있었다.

*. 거시기

 

은밀한 속삭임
하고 많은 사연들
여의봉 재주 부려 영원을 창조하는 것.
그리움
하나 되어서
나와 너 우리하던 것.
           -도봉산 ‘여성봉’에서

 

*. 짝 잃은 단정학(丹頂鶴)

십장생(十長生) 학(鶴) 한 마리 짝을 잃고 혼자 산다.
청아한 목소리로 때때로 울부짖으며-.
우리 집
여보, 당신도
저리 살다 가겠지-.

                     -일산 호수공원에서

그후 10여전 넘어선가 찾아 갔더니 신부를 얻었는가. 알을 부화하고 있었네


*. 인생

 

기어가던 10 대가
20 대엔 걸어갑디다.
3,40 대 달려가다
7,80 고개 넘은 후엔

하루는
기어가고요.
한해는 날아갑니다.

 

*. 건망증

 

기억으로 찾지 않고 눈으로 찾는 나이.
아침서 저녁까지 찾으면서 사는 나이.
찾다가
무얼 찾는지

그것마저 읽는 나이.

 

*. 아내

1.
보글보글, 보글보글 아침밥 짓는 소리.
딸그락 딸그락- 저녁 설거지 소리.

우리 집
우렁이각시가
아내 하는 소리들.
                           -우렁이각시

2.
다음 세상 또 있다면
다시 부부(婦夫) 되고 싶다
아내는 내가 되고, 당신은 남편 되어
녹발(綠髮)이
백발(白髮)이 되도록 우리로 살고 싶다.

잔소리 않는 아내
당신에게 되어주고
아내만 위해 사는, 나의 남편 당신 되어
저 세상
부부(婦夫)가 되어
지금처럼 살고 싶다. 
                                -부부(婦夫)

 

 *. 병(病)

 

바빠야 할 나이에 할 일을 주시더니-.
한가한 나이 되니 소일하라 주시는 병(病).
아픔은
세상 미련을
저버리라 하심인가.

 

 *. ^-^면서 삽시다

 

“!"표로 태어나서
“?"표로 자라다가

“?"표, ”!"표로 살다가
“.” 로 가는 세상

  가끔씩
“,”표로 서서
^-^면서 삽시다.

 

 *. 자린고비의 독백

 

체면보다 목숨보다 소중한 돈이여.
외면하자 체면 치례, 풍요로운 내일 위해.
우리가
밥 먹여주더냐.
인색만이 살길이다.

 

절약에 망하는 이 어디서 보았느냐
구두쇠, 자린고비 손해 나는 말 아니다.

욕(辱)이란

암만 먹어도

돈만 있으면 장땡이다.

 

성철용 아호 일만(一萬)
인천중학, 인천고등학교, 서울대학교, 고려대학교 교육대학원 졸업,

서울대 총동창회 종신 이사
'시조문학', '한국수필'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한국시조시인협회, 한국수필문학협회 회원. 시조문학진흥회 자문위원,

전 편집위원, 전 홈관리장. 전 한국수필가협회 홈 운영위원, 전 동인지문학관 운영위원,

전 달가람시조문학회 회장, 전 한국교단작가회 회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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