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눕기
호반(湖畔)에 벤치가 누워 있다.
그 위에 길게 누웠더니, 온통 다 하늘이다.
굴러가는 구름이 누워서 물끄러미 나를 굽어보고 있다.
머리 돌려 호수(湖水)를 보니 호수도 누워서 나를 흘겨보고 있다.
드러눕기는 알파[α]와 오메가[Ω]인가.
우리 엄니도 호수처럼 누워서 나를 낳았고,
거기서 일어나 아등바등 사시다가 더는 일어설 수 없을 때까지 누워 앓다가 어디론가 가셨다.
드러눕기는 가장 편한 자세일 텐데-,
세상은 왜 저리 바삐만 굴러만 가며 방황하다 이렇게 편안히 누운 나를 왜 자꾸 세우려 하는가.
앓지 않고 누우면 천당(天堂)이 열리고, 일어서면 세상(世上)이 시작되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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