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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순 기념 시조 모음

ilman 2017. 5. 30. 22:18

2005년 칠순 기념 시조 모음 

자연과 술과 낚시에 취해서 살다보니, 일만도 어느덧 고희를 맞게 되었습니다.
아름다운 단풍으로 불태우는 골드세대를 살지는 못하지만, 요즈음 저는 주머니가 허하는 대로 한국의 산하, 해외의 아름다움을 찾아 마지막 불꽃을 불태우고 있습니다. 그것을 기록해 두는 일만의 홈페이지가 http://ilman031.kll.co.kr 이구요.
다음 부족한 시조 몇 편으로나마 인사를 대신하고자 합니다.
                                  -일만 성철용 올림
*. 산수화(山水화(畵)

집 안에 들어서면 우리 산하 가득하다
구름 속 절 한 채 계곡은 폭포수라
거기 서[立] 

폭포소리에 취 한
나 같은 이는 누구신가?

-내 거실에 도촌(稻邨) 화백의 그림 한 폭 속에 구름에 안겨 이끼 낀 산사(山寺)가 있다. 그 옆에 폭포를 만들고 흐르는 여울이 하얗게 소리 내어 흐르고 있는데, 백의의  촌부 하나 있어 그 소리를 엿듣고 있다. 그 모습을 구름에 싸인 산봉우리들이 병풍처럼 둘러서서 지켜보고 있는 하정우 형에게서 선물 받은 수묵화(水墨畵)였다.
서둘러 드릴을 빌려다 벽을 뚫고 못을 박아 거실 전면에 곱게 걸어 두었더니, 외출하다가  집 안에 들어서면 산하가 가득 가득하다.

*. 봄 꽃 몇 수
1.
가까이 예쁜 꽃들
멀리 보니 더 아름답다.
작은 꽃이 더 고울 땐
닥지닥지 모여 살 때
고운님
사시는 곳도
서로 서로 꽃일 거야.
         -꽃 나라
2.
동백꽃 앞으로!
산수유 앞으로! 
진달래, 개나리,
함께 앞으로! 
벚꽃은
망울로 서서
열중- 쉬어엇!
     -구령

*. 행복한 고민

준치 급 참붕어들 붉은 찌 올리던 날
5번째 자 넘이를 어망에 담고 보니
엄지가
쏘옥 입에 드니
자넘이 월척이네.

흥부가 되어 줄까. 놀부가 돼 버릴까.
노인정 어르신께 술안주로 줘버릴까.
낚시꾼
행복한 고민
염라대왕 되었다.

조사: 성철용
때: 2002년 5월 30일 이른 6시 12분
곳: 이산포 수로
낚싯대: 로이알3.5m, 낚시바늘: 5호 낚시줄: 3호
미끼: 구르덴
어종: 참붕어, 체장: 32.5cm
참관인: 최승조 

*. 술

아침마다 술을 끊고
저녁에 또 술이라.
목 숨 걸고 함께 마신 후회 못할 우리라서
정 든 밤
그 자리 술은
깨는 것이 아깝구려.

*. 단풍(丹楓)

북에서 남쪽으로 봉(峰)에서 산록(山麓)으로
가지 끝서 안쪽으로 가을에서 한겨울로
단풍은
왜 인생처럼
달려만 가는 건가. 

*. 장기(將棋)

세상이 장기판이라면
어느 말(馬이 내 말일까.
마상(馬象)일까, 사졸(士卒)일까.
장(將)은 분명 아닐 테고.
제자리
지키고 있는
차포(車包) 정도나 되었으면-.

*. 라디오

중풍에 치매 더해 아내마저 잃으시고.
금주(禁酒)와 금연(禁煙)으로 불효자 무관심에.
배터리
업은 라디오
오직 하나 친구더니-.

‘아버지!’ 부름마저 거두어 가신 후에,
당신의 나이 넘게 살아온 이 자식도.
이제는
라디오와 함께
꿈나라를 찾습니다.

*.  작명(作名)
                     -손자 성진모에게

‘성(成)씨 나라 온 것 환영한다, '진모(陳模)'야.
법도[模]를 베풀어서[陳], 바른 가정 이루려면[成]
남들이
하나 할 때[人一]
백을 하며[己百] 살거라. 
                 - 2003년 12월 겨울에 
                    할머니, 할아버지가 짓고 쓰다 

                     *.인일기백[人一己百]:일만 가훈.  
                         남들이 하나할 때 백을 하자.

아빠: 창녕성씨 25세손 성낙준(成洛俊)
엄마: 경주 정씨 정민영(鄭玟日+令 )
생일: 2003년 12월 10일 늦은 3시 24분
출생지: 충무로 삼성제일병원


*. 시인(詩人) 하부지

손자가 누웠다가, 기더니, 걷고 있다.
하부지는 걷다가, 기다가, 누울 텐데.
손자가
말 배워갈 때
잃어 가는 하부지 말.

마음이 몸을 부리던 오늘을 접고 나서
이 몸이 이 마음을 부려야할 내일이면,
아가야
읽어 주거라,
하부지의 글들을.


*. 해외여행

지금은 여기 저기 나그네로 지낼 때다.
가슴속에 하나하나 고운 얘기 심어가며
무엇이
어떻게 아름다운가.

찾아서  다닐 때다.

사랑하고 미워하던 사람들 훨훨 떠나
단 한번 만넌 이와 서로 우리 하다가
우리가
그리워 질 때에
다시 돌아오는 거다.


*.  천섬(Thousand Islands)

작은 섬들 하나 하나 아름다운 수상(水上) 공원. 
섬마다  그림 같은 별장 주인 누구신가? 
내 맘도
저 섬 하나 되어
그리움 심고 싶다.
   
-캐나다 수도 오타와 가는 길에 물의 도시 킹스톤이라는 곳에, 뉴욕 인들이 즐겨 찾는 휴양지 중에 하나인 천섬[千島]이 있다.  세인트로렌스 강(St. Laurence River)에 떠있는 천여 개의 작은 섬으로, 이 작은 섬 하나마다 하나의 별장을 지어놓고 여름 한 때를 가족과 함께 요트와 낚시 등을 즐기는 곳이다.
교과서에서는 호주보다 작으면 섬이라 한다지만, 작은 섬은 얼마만큼 작아야 섬이라 한단 말인가. UN에서 정한 섬의 기준으로는 나무가 3그루 이상 존재하면 섬으로 인정한다 하니 설명치고는 자못 시적(詩的)이다.

*. 백도(白島) 가는 길

아까는 죽- 하나 수평선뿐이던데
어디서 해가 나오고 , 섬, 이  나올까?
백도(白島)가
가까운가 보다.
아름다운 우리 산하가.

*. 양(羊)

보이는 게 초원뿐인데 다툴 일 있겠어요?
내 것이 아닌 몸인데
두려울 게 있겠어요?
맹수가
없는 이 나라엔
인간들이 천적(天敵)이지요.

                        -뉴질랜드 남섬 ‘밀포드사운드’가는 길에

*.

물고기 잡아먹고 새처럼 살아가요.
날개 하나 헌 부리로 새집 짓고 살듯이.
내일이
있다는 것이
사치(奢侈)와 같은 걸요.

호수에 해가 뜨면 새처럼 눈을 뜨고
*톤레샵(Tonle Sap) 노을 보며 새들처럼 잠들지요.
가난이
제일 큰 재산인데
무슨 걱정 있겠어요?  
                  -캄보디아에서
*톤레샵(Tonle Sap) : 캄보디아 제1의 호수. 대 호수

*. 봄페이

자연이
이렇게도
잔인할 수 있습니까.
저 산이
저렇게도
잔혹할 수 있나요.
생매장(生埋葬)
폐허에 서서 
폼페이를 웁니다. 
       -이탈리아 / 베스브스 화산에서

-기원전 79년 8월 24일 정오가 방금 지난 무렵 폼페이에서 있었던 일이었다.
땅이 요란히 흔들리더니 커다란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검은 구름이 하늘을 온통 덮쳐오더니 살을 가르는 듯한 강한 열기가 확- 다가왔다. 바다를 향하여 달려가던 사람도, 이를 구하려던 로마 해군도 낮게 깔려 불어오는 개스에 모두 질식사하고 말았다.
그리곤 5m 내지 6m의 죽음의 재가 파도처럼 폼페이로 밀려왔다. 사흘 후 태양은 언제나처럼 밝게 떠오르고 하늘은 여전히 맑고 프르게 빛나고 있었다.
인구 2만명 중 2,000명이 이렇게 땅속에 깊이 생매장 당하고 만 것이다.
그후 가족을 잃고 애통하던 사람도, 그 속의 보물을 욕심 내던 사람도 죽고, 그것을 기억하던 사람들도 가고 그리고는 폼페이는 역사 속에 묻혀 잊혀진 도시가 되고 말았다. 

*. 거시기

은밀한 속삭임
하고 많은 사연들
영여의봉여(如意棒) 재주 부려
영원을 창조하고 
그리움
하나 되어서
나와 너 하던 우리 
          -제천 동산(東山)’에서

*. 짝 잃은 단정학(丹頂鶴)

십장생(十長生) 학(鶴) 한 마리 짝을 잃고 혼자 산다,
청아한 목소리로 때때로 울부짖네..
우리 집
여보, 당신도
저리 살다 가겠지-.  
                     -일산 호수공원에서 

*. 인생

기어가던 10 대가
20 대엔 걷습니다.
3,40 대 달려가다
5, 60 고개 넘어서니
하루는
기어가고요.
한해는 날아갑니다.

*. 건망증

기억으로 찾지 않고 눈으로 찾는 나이.
아침에서 저녁까지 찾으면서 사는 나이.
찾다가
무얼 찾는지 그

것마저 잃는 나이.


*. 아내

1.
보글보글, 보글보글
아침밥 짓는 소리.
딸그락 딸그락-
저녁밥 설거지 소리.

우리 집
우렁이각시가
아내 하는 소리들. 
         -우렁이각씨

2.
다음 세상 또 있다면
다시 부부(婦夫) 되고 싶다
아내는 내가 되고,, 당신은 남편 되어
녹발(綠髮)이
백발(白髮)이 되도록 우리로 살고 싶다.

잔소리 않는 아내
당신에게 되어주고
아내만 위해 사는, 나의 남편 당신 되어
저 세상
부부(婦夫)가 되어 지금처럼 살고 싶다.  
                           -부부(婦夫)
*. 병(病)

바빠야 할 나이에
할 일을 주시더니-.
한가한 나이 되니
소일하라 주시는 병(病).
아픔은
세상 미련을
저버리라 하심인가.

*. ^-^면서 삽시다

“!"표로 태어나서
“?"표로 자라다가

“?"표, ”!"표로 살다가
“.” 로 가는 세상

가끔씩
“,”표로 서서
^-^면서 삽시다.

 

            - 시조문학 2006년 봄 ilman 성철용 古稀 특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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