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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 이름 짓기 나는 우리들의 이름들에게 거부감을 갖고 살아 왔다. 지명이나 아파트나 심지어 강아지의 이름에도 뜻이 있는데, 우리 한국인들의 이름은 거의가 한자를 꿰마추는 식의 아무 뜻도 없는 이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번 본 손자 이름을 아들과 며느리에게 한글로 이름을 짓는 게 좋겠다고 갖고 있던 '고운 이름 한글 이름'(배우리 지음)이란 책을 주었다. 아이를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그 이름을 지어주는 것이 좋다는 생각에서다. 그랬더니, 다음날에 아들에게서 우리 집안에서 처음 태어나는 친손자니 우리 성씨 가문의 돌림자를 넣어 짓고 싶다 하는 말을 듣는 순간 어찌나 기쁘던지. 그렇지, 우리 성씨가 얼마나 훌륭한 가문이더냐. 사육신 매죽헌 성삼문, 생육신 성담수, 용재총화를 쓰신 성현, 임진왜란에서 혁혁한 공을 세운 성윤문 장군 등등-. 오죽해야 만고열녀로 추앙 받고 있는 춘향이의 성을 성씨(成氏)로 하였겠는가. 우리 성씨(成氏)는 단본(單本)이라서 '종씨'란 말을 쓰지 않고 서로 만나면 '일가'란 말을 쓴다. 종씨(宗氏)란 같은 성을 가진 겨레요, 일가(一家)란 성(姓)과 본(本)이 같은 겨레붙이를 말하기 때문이다. 돌림자를 쓰는 것은 혈족관념에서 나온 것이다. 생면부지(生面不知)로 만나서도 돌림자만 보아도 군대 계급장처럼 일일이 묻지 않아도 서로 위아래를 알아서 우의(友誼)를 다지라는 선조들의 생각이 깃들어 있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조상들은 남편에 따라서 선후가 달라지는 여자에게는 돌림자를 고집하지 않았다. 돌림자는 역학(易學) 사상(思想)의 바탕인 오행 금목수화토(金木水火土) 가 들어있는 글자의 차례를 따르되 5대가 지나면 다시 되풀이해야 되기 때문에 항렬자를 위에 놓고 다음 대에서는 아래로 놓게 하여 10대까지 순서를 분명히 알 수 있게 한 것이다. 그러나 항렬의 단점은 성명 석자 중 성씨와 항렬 두 자가 탄생 전에 이미 결정되는 것이어서 하나의 한자만을 선정해야 되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다. 게다가 조상이나 성현이나 나라님의 이름 자는 기휘(忌諱) 하여야 하고, 거기에다가 4촌, 6촌에서 이미 사용한 한자는 피해야 한다. 그래도 어쩔 수 없이 동명이인(同名異人)이 알게 모르게 많게 된다. 그래서 이를 위해 같은 항렬마다 허용되는 돌림자가 두서너 개가 더 있는 법이다. 우리 손자의 돌림자는' 成 ○ 模'로, '모(模)'대신 쑬 수 있는 자가 '해(偕)', '식(植)'이 더 있지만 '해(偕)'는 보통 사람이 잘 모르는 한자이고, '식(植)'자는 이름에 너무 많이 쓰이는 흔한 글자라 '모(模)'로 하기로 하였다. 할아버지가 직접 지어 주는 이름이 성명 철학을 아는 자에게 말거리로 입방아가 되면 되겠는가. 더구나 국문학자로 살아온 사람이-. 글을 쓴다는 사람이-. 그래서 사주팔자로 시작되어 이름에 보태고 빼는 등의 전문분야는 몰라도 내가 아는 한 일반적인 규칙에 따라 주어야 한다. 성명 철학에서는 무엇보다 이름 이 세 글자가 음양(陰陽)의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이름 석 자가 홀수만이 되거나 짝수만이 되어선 안 된다. 획수가 짝수만으로 이름지은 '金東仁'은 온종일 걸어도 자기 땅을 벗어나지 못하는 거부 집 자손으로 태어나서도 6.25때 굶어 죽었다고 하지 않던가. 음양에서 홀수는 양(陽)이요, 짝수는 음(陰)이 된다. 이 음양이 골고루 조화를 이루어야 좋은 수인 것이다. '4'란 숫자가 아주 나쁜 것은 어떤 경우에도 음양의 조화가 어긋난 숫자이기 때문이다. 1+3, 2+2가 아닌가. '7'자는 그 반대의 경우다. 1+6, 2+5, 3+4. 절할 때도 살아 계신 분에게는 절을 한 번하지만, 돌아가신 분에게는 절을 두 번해야 한다. 살아 있는 분은 양(陽)이요, 돌아가신 분은 음(陰)이기 때문이다. 한자의 획수도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다른 경우가 많으니 가급적이면 옥편을 찾아보아야 한다. '成' 자도 언뜻 보면 획수가 6인데 옥편에 나오는 본자는 7로 나온다. '模' 자도 획수가 14 같은데 15가 된다. 초 두를 4으로 세어야 하기 때문이다. 둘째 자가 16이 좋다는 아내의 말 따라 고심 끝에 찾아낸 자가 '陳(진)' 자였다. 이 자도 얼풋보면 11자인 것 같지만 16자(阜+東=陳)로 획수를 세야야 한다. 성명 철학에서는 九의 획수도 2가 아니라 9인 것이다. '이룰 成(성) 베풀 陳(진) 법 模(모)' 글자 뜻으로 보면 ,성씨가 법도를 베푼다라는 뜻이 된다. 음양도 조화되고 뜻도 그러하지만, 발음으로도 음성모음 'ㅓ'와 양성모음 'ㅗ'가 조화를 이루며 부드러운 유성모음 음절끼리 이어지는 좋은 이름이다. 한글로 '성'의 'ㅅ'은 '金', '진'의 'ㅈ'도 '金', '모'의 'ㅁ'은 '水'라 '金金水'가 된다. 오행으로 길흉을 따져 보아도 金金水는 발전향상격으로 나온다. 元格(원격:둘째자 + 셋째자), 亨格(형격:첫째 자+ 둘째 자), 利格(이격:첫째자+세째자), 貞格(정격:첫째자+둘째자+셋째자)은 어떠한가. 우리 손자 '成(성) 陳(진) 模(모)'의 기초운이라는 원격(元格)은 세찰격(世察格), 흥가운(興家運)이요, 중심 운이라는 형격(亨格)은 혁신격, 왕성운이요, 총결운(總結運)으로는 문예격(文藝格), 학사운(學士運)이라니, 이 무명의 시인이요 수필가인 할아버지가 못이룬 학명(學名)이나 문명(文名)을 우리 '진모(陳模)' 대에서 떨쳐 줄려나. 나는 성명철학이 내세우는 음양이나 오행 사상을 믿는 사람이 아니지만, 귀여운 우리 손자에게 구태어 나쁜 이름을 주고 싶지 않아서 이렇게 몇 가지나마 따져 보고 있는 것이다. ![]() 성(成)씨의 나라 온 것 환영한다 '진모(陳模)'야. 네 이름 뜻대로 성(成)씨가 법도(模)를 베풀어(陳) 바른 사회 만들거라. 남이 하나 할 때에(人一) '진모(陳模)'는 열을 하며(己百) 남보다는 자기 마음 이기려 살면서 언제나 아름다운 하루 꾸며가며 살거라. - 2003년 12월 겨울에 할머니, 할아버지가 짓고 쓰다 아빠: 창녕성씨 25세손 성낙준(成洛俊) 엄마: 경주 정씨 정민영(鄭玟日+令 ) 생일: 2003년 12월 10일 늦은 3시 24분 장소: 충무로 삼성제일병원 *이명자 수녀: 진모 할머님!할아버님! 축하드립니다. 아기 예수님 꼭 닮은 진모가 이 세상 고통, 슬픔, 절망을 뽑아내고 살맛 나는 세상 만드는 위대한 인물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소석 김영덕 시인: Happy birthday to your grandson! 신의 축복입니다. 아기가 건강하게 자라 "우리 할배 '일만'의 재능을 받아 이렇게 시인이라는 아름다운 이름을 받게 되었습니다."라고 하는 대한민국에서 제일 큰 상 시상식에서 수상소감을 하는 손자의 모습을 띄워놓고 제가 이렇게 흐뭇해 하고 있습니다. 어제 술의 향기가 아직도 입안에 가득합니다. 다시 한번 축배를 올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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