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에 숨은 이야기

친일파가 작사 작곡한 국민가요 ‘선구자’

ilman 2017. 3. 28. 09:11
친일파가 작사 작곡한 국민가요 ‘선구자’

일송정 푸른 솔은 늙어 늙어 갔어도
한줄기 해란강은 천년 두고 흐른다.
지난 날 강가에서 말 달리던 선구자
♩♬~


한국사람 중에 ‘선구자’ 노래를 불러보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한 시대에서 다른 사람보다 앞서 새 시대를 사는 사람이 선구자(先驅者)다.
그 신선한 이미지가 이국적인 만주 용정의 일송정(一松亭)과 그 앞을 유유히 흐르는 혜란강과 어울려 일제 강점기에 독립군이 활약하던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애국적인 노래이기 때문에 우리는 애송하여 온 것이다.
그런데 그 선구자의 작곡가 조두남과 작사자 윤해영이 ‘친일인명사전’에 수록된 친일파라는 것이 최근에 밝혀졌으나 안타깝게도 이를 아는 사람이 거의 없는 것 같다.
국민에게 사실을 알려야할 매스컴이 그 보도를 소홀히 한 때문이다. 이들이 친일파라는 문제가 제기 되기 시작한 것은 2006년 마산에 '조두남 음악기념관' 을 건설하려 할 때부터였다.
마산은 6.25 이후 조두남 작곡가가 말년에 살던 곳이라서 마산시에서는 그 기념관을 짓고자 하였다.
이때 시민 단체가 선구자의 작곡자 조두남과 작사자 윤해영이 친일파라고 거센 항의를 하였다.
일제 강점기에 어쩔 수 없이 친일한 사람도 많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친일파가 독립군을 ‘선구자’로 하여 노래말을 짓고 작곡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일제 강점기에 조두남은 ‘스파이와 오드르’ 라는 악극을 작곡하였다. 스파이가 설치니 일본인들은 조심하라는 내용의 친일 악극(樂劇)이었다. 생각해 보라. 스파이가 누구였나를.
그가 작곡한 ‘징병령 만세’ 는 조선인 강제 징병제를 찬양한 노래요, ‘아리랑 만주’ 와 ‘황국의 어머니’ 등이 친일가요였다.
윤해영의 ‘낙토 만주’, ‘오랑캐 고개’, ‘아리랑 만주’ 등은 노골적으로 일본을 찬양하기 위해 쓴 가사(歌詞)다.
그뿐 아니라 윤해영의 가사에서 말달리는 ‘선구자’ 는 만주국을 건설한 일본 헌병을 미화한 것이라 는 설까지 있다. 생각해 보라 만주를 점령한 일본들 사이에서 어떻게 일본군 아닌 우리의 독립군이 말타고 달릴 수 있겠는가. 
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당시 만주에 사는 조선인들은 우리의 독립 운동가는 ‘선구자’ 아닌 ‘산사람’이라 불렀다는 것이다. 그래서 마산시는 ‘조두남음악관’을 부득이 ‘마산음악관’으로 그 이름을 바꿔야 하였다.
그렇다면 우리는 친일파가 만주의 일본헌병을 찬양한 노래를 60여년 간이나 독립군 노래인 줄 알고 잘못 불러온 셈이다.
"윤해영이 작사한 ‘룡정의 노래’를 조두남은 해방 후 2, 3절과 가사와 제목을 임의로 ’선구자‘라는 독립군 노래로 둔갑시켰다."라고 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회는 결론 지었다.
이 말은 ’선구자‘를 표절 가요로 보고 있다는 말이다.
전하는 말에 의하면 조두남은 생전에 친일 행각을 덮으려고 자기는 윤해영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고 다음과 같이 변명하였다 한다.

“1932년에 하얼빈 목단강의 싸구려 여인숙에 기거하고 있을 때입니다. 윤해영이란 사람이 찾아왔습니다. ‘선구자’의 가사를 주며 ‘우리 민족이 일제로부터 해방을 염원하고, 민족의 구심점이 될 노래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 하고 갔습니다.
이후 윤해영의 행방을 여러 차례 수소문 했으나 끝끝내 찾을 수 없었습니다.” (조두남의 회고록 ‘그리움’)

그러나 당시 조두남과 함께 만주에서 활약하던 음악인 김종화(83세)에 의하여 그것이 거짓말인 것이 밝혀졌다.
김종화씨는 중국 조선족음악계 원로로 ‘중국 음악가 사전’ 에 오른 분이다.
김종화씨는 만주에서 조두남이 단장으로 있던 고려악극단원의 기타 연주가(guitarist )로 활동하던 사람이다.
1944년 무렵 만주의 극장에서 조두남의 신작 발표회가 있었는데, 거기서 발표된 곡들이 윤해영이 작사한 ‘용정의 노래’ 나 ‘목단강의 노래’, ‘산’, ‘아리랑 만주’ 등의 신곡이었고, 그때 피아노 연주를 하던 이가 바로 윤해영이었다는 증언이었다. 

 
한국인들이 용정(龍井)에 가서 꼭 들리는 곳이 저항파 윤동주 시인의 모교인 용정중학교(옛날 대성중학)다. 그 옛 건물 2층에 ‘음악가 김종화’(민족출판사)란 책이 전시되어 있다.
그 책에 선구자의 노래의 진위와 위에서 말한 조두남의 친일 행적을 소상히 밝히고 있다 한다.
일찍이 문익환 목사는 선구자를 쓴 조두남의 친일 행적을 알고 있어서 평생 ‘선구자’를 부르지 않았다고 한다.
  지난 3월 31일 고양시 문화원에서는 고양시 발전을 위한 선구자며 독립유공자인 ‘양곡 이가순 숭모사업 발기인 총회’ 가 있었다. 그때 고양 xxx합창단이 부른 축가가 친일파가 쓰고 작곡한 ‘선구자’여서 그 노래의 내막을 아는 이를 가슴 아프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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