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목(碑木) 이야기
1970년대 한국 3대 대중가요에 그리운 고향을 노래한 '가고파', 지금은 갈 수 없는 산하를 노래한 '그리운 금강산'과 함께 6.25에 희생된 젊은 이의 비극을 노래한 '비목' 이 있다.
대중가요 '비목'은 한명희가 노랫말을 짓고 거기에 장일남이 곡을 부친 국민 대중가요다.
다음은 노랫말을 지은 한명희(현 76세) 작사자의 회고담을 요약 정리한 것이다.
-1960년대 중반 제가 서울대 국악과를 다니다가 ROTC 학사장교로 입대하여 지금의 '평화의 댐'에서 북쪽으로 12km 떨어진 백암산(1,719m) 계곡 비무장지대에 소위로 배속되어 군복무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잡초가 우거진 백암산 기슭에서 6.25때 전사한 무명용사의 녹슨 철모와 돌무덤을 발견하고 거기에 꽂혀 있던 개머리판이 거의 썩고 총열만 남은 카빈총 한 자루를 주워왔습니다.
이를 깨끗이 수입(손질)하며 곰곰히 생각해보니 그 무덤의 주인공은 전쟁 당시 M1 소총이 아닌 카빈총의 주인공인 것을 보면 '나 같은 소대장 계급의 꿈 많은 젊은 소위구나!' 하며 제대후에도 그 기억을 잊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제가 TBC(동양방송국) 음악부 PD로 근무할 때였습니다. 방송 일로 자주 만나던 작곡가 장일남씨로부터 신작 가곡을 위한 가사 몇 편을 의뢰받고 문득 제 머리 속에 군복무시절의 화약 냄새가 쓸고 간 그 깊은 계곡 양지녘의 이름 모를 돌무덤을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비바람 긴 세월 동안 한결같이 그 무덤가를 지켜주고 있는 그 새하얀 산목련을 전사한 주인공을 사랑하다가 순절한 연인으로 상정하고‘비목 노랫말을 지었던 것이지요.
그 가사에 장일남이 곡을 붙여 비목(碑木)이라는 가곡이 탄생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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