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man의 세계여행(1)

하이텔브르/나도 독일에 왔네(5)

ilman 2012. 11. 11. 09:49
 나도 서유럽에 왔네(5)/ 하이텔브르그의 여정
   2003-11-14
   
옛시가지 퍼온 사진
노벨상 수상작가를 6명이나 배출했다는 낭만적인 하이델브르 대학가에 오니 갑자기 나의 대학시절이 생각난다.
 4년 내내 스스로 숙식과 학비를 해결해야할 정도로 우리 집은 가난하였다.
그러나 라인강의 지류인 네카 강 가 하이델부르크에 유학온 황태자처럼, 나도 바다가 보이는 인천 약우물 터에서 한 소녀를 사랑한 곱고 귀한 추억을 가지고 산다.
차비가 없어서 그 어렵다는 명문대학에 합격하고도 입학식에조차 참석하지 못했던 가난했던 젊은 시절의 이야기다.

그 이야기를 다음과 같이 시화한 일이 있다.

머리 위에 구름을 이고 살지만
눈만 감아도
그 우물 속에 잠든 세월처럼
반짝이는 별들의 이야기를
이렇게 두레박 가득 가득히 길어 올릴 수 있다.

쌍우물을 두고도
수돗물을 사 먹었던 그 시절에
약우물 터를 바라보는
바다와 함께 듣던 기적 소리 때문일까.
그 하얀 구름 속에 풍겨 오던
그리움을 억지로 지워 버리려고
하얗게 부서지던
밀물과 썰물 때문이었을까.
                                           -쌍우물 가


  영화 '황태자의 첫사랑'처럼 칼 하인리히 황태자와 학사 맥주주점의 케티와의 사랑과 재회와 그리고 이별- 그렇게 헤어진 그리움이었다. 언제 한번 마주칠 수 있는 우연이 있다면 분위기 있는 까페에 들려 당시의 이런 저런 이야기에 취하고 싶지만 구름 같은 세월에 지금도 살아 있을까.

우리는 하이텔베르크에 늦게 도착하여서 언덕 위에 13세기 경에 지었다는 황토빛 고성(古城)을 올려다보고 있다. 내려다보면 그렇게도 멋지다는 고성이 굽어보는 하이델케르크의 네모진 돌길을 밟고

황태자가 젊음을 구가하던 그 술집 '붉은 황소(Roten Ochsen)'를 지난다.
1703년에 개업했다는 이 학사 주점은 비스마르크, 마크 트웨인이 한 잔하던 곳이요, 영화 황태자의 첫사랑의 연인 케지의 일 터로 황태자를 만났던 곳이다.
투어는 가이드를 놓치지 않고 따라 다니는 여행이라, 우리는 그 옆 식당에서 역삼각 형 잔에 담긴 생맥주를 기울이며 낭만에 젖고 있었다. 어디선가 미리오란자의 축배의 노래가 들려오는 듯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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