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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바래봉 산행 Photo 에세이

ilman 2007. 2. 11. 11:17

 

 

바래봉 산행 Photo 에세이
-2006. 5. 9(화)/남원시 운봉읍, 철쭉주차장-바래봉- 팔랑치 원점 회귀 산행/ 한뫼산악회 따라-

*. 절구경만 하고 오세요
"여보, 오늘은 산에 오르지 말고 절구경이나 하고 와요."
어버이날이었던 어제는충남 유성에 성묘를 하고, 오는 길에 안산 누님의 병문안을 하고 오느라고  새벽 5시부터 밤 9시까지 차를 몰고 다녔기에 하는 아내의 걱정의 소리였다.
그래서 고양시 일산에서 바래봉까지 336km로 8백 40리를 차에서 내내 자면서 왔다. 새벽6시에 떠난 차가 바래봉철쭉주차공원에 도착한 시간은 11시가 지나서였다.
철쭉꽃 축제에 맞추어 전(廛)을 벌이고 있는 이 고장 상인에게 물어보니 정상의 바래봉은 봉우리만 영글었단다.
금년은 꽃샘 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바람에 비슬산의 진달래꽃이 지금에야 만발하였다고 하니, 바래봉 철쭉은 5월 30일 경에나 만발할 모양이다. 
3년 전 이맘 때 왔을 때에는 산상에 펼쳐진 철쭉꽃의 찬란한 '꽃 봉화(烽火)'가 감격의 눈물을 흘릴 정도였는데 요번에는 그게 아닌 모양이다.
 안내판에 있는 바래봉 철쭉의 개화시기는 "하단부: 4월초순~4월 하순/ 중간부: 5월 초순~5월 하순/ 상단부: 5월 중순~5월 하순"이었다.
그래서 아내의 말대로 운지사 절 구경이나 하고 막걸리나 마시다 가야겠다.
 
*. 미니 절 운지사(雲智寺)
 바래봉 기슭의 절 운지사(雲智寺)는 일명 우무실절이라고도 하는데 산행 들머리 오른쪽 운지사 계곡 쪽의 자그마한 폭포 옆에 있다. 
대웅전 앞에 있는 작으마한 탑을 보면 고찰인 것 같은데 크고 우람한 절만 보던 눈에 유난히 작은 대웅전이나 산신각을 보니 내가 지금 걸러버처럼 소인국에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을 일게 한다. 지리산 국립공원 내에 있는 절이어서 화엄사와 실상사의 명성에 밀려서 사세가 이럴 꺼라는 것이 미니 절 운지사에 대한 우리들의 의견이었다.
그러나 바래산 철쭉꽃으로 이름이 알려지면서 철쭉꽃대단지 공원이 한창 조성되고 있는 것을 보면 철쭉꽃과 함께 이 절도 전국에 알려질 날이 머지 않은 것 같다.
하릴없이 등산로 입구 상점의 아가씨에게 물었더니 알려준다.
"큰 길을 따라가면 바래봉까지 1시간 30분, 가파른 산길로 오르면 1시간이 걸려요." 
전날 과음을 하였을 때나 아니면 몸이 불편할 때에도 무리해서라도 나는 등산회를 따라 왔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은 산악회에 그만큼 손해를 끼치는 것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그러한 때마다 처음에는 산사를 둘러보거나 계곡에서 놀다 오지- 하다가도 막상 산에 오면 그게 아니었다.
마찬가지로 오늘도 바래봉 가는 산길로 들어서서 가고 있다. 
기슭에는 철쭉이 만발하여 있었다. 이 꽃길은 사람이 하나가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오솔길로 두 어깨로 꽃을 밀고 가는 그런 길이었다.
꽃길이 끝난 후 보이는 이름없는 쌍 묘부터는 계속 오름길이었다. 1시간 정도 오르니 우회도로인 큰길과 마주친다. 바래봉은 자전거를 끌고 올 정도로 우회하는 길이 좋았다.
길은 통나무로 울타리를 하고 구둘장 같은 크기의 돌을 다듬어 깔았는데 그 양 옆으로 황토길을 두어 오르는 이들에게 그 선택을 맡기고 있다.
 
*. '꽃 봉화(烽火)'
 봄소식은 남쪽에서부터 붉은 매화, 노란 산수유로 시작되어 목련, 진달래, 철쭉으로 피고 지며 북향하고 있진다.
우리 나라 철쭉꽃의 찬란한 축제는 남도 끝자락인 전남 장흥군과 보성군 경계에 있는 바닷가 제암산(778m)에서부터 시작된다.
모든 바위들이 이 산의 정상에 있는 '帝(제)' 자 모양의 바위를 향하여 절하듯이 엎드린 형상을 하고 있어서 임금 '帝(제)' 바위 '岩(암)' 제왕산(帝王山) 또는 임금바위라 하는 곳이다.
밑동이 유난히 굵고 키가 커서 유난히 큰 철쭉꽃이 산허리를 활활 붉게 태운다는 곳이다.
이것이 바래봉과 세석의 철쭉으로 올라왔다가 소백산(小白山) 능선에 가서는 주목과 어울려 흐드러지게 피었다가 다시 정선과 영월에 걸쳐 있는 산 첩첩, 물 첩첩, 구름 첩첩하다는 두위산(斗圍山1562.9m)의 주릉 5km에 걸치는 수만 평에서 한바탕 연분홍 꽃 물결을 이루다가 봄을 여름에게 물려주는 것이다.
그래서 제암산에서 바래봉, 세석으로 소백산에서 두위산으로 이어지는 이 철쭉꽃의 향연을 꽃봉화(꽃烽火)라 한다.
 
*. 바래봉의 어원
  바래봉의 원 이름은 발악(鉢岳)이다. '발(鉢)'은 '바리때'로, 나무로 대접 같이 만들어 안팎에 칠을 한 스님들의 밥그릇인데 그 '바리'가 '바래'로 변음 된 것이다.
그런데 팔랑치 쪽에서 보면 바리때 모양보다는 스님이 쓰는 삿갓 같다. 그래서 이 봉우리를  삿갓봉이라고도 한다.
이 바래봉은 운봉(雲峰)의 10경 중 '발악월경(鉢岳月磬)'이라고 하는 곳이다. 바래봉 달빛 아래 경쇠 악기 소리라는 말이다.

 *. 양들이 가꾼 바래봉 철쭉
  1971년 박정희 대통령 집권 시절이었다. 박대통령은 호주에 다녀와서 한.호(韓.濠) 시범면양목장을 설치 운영하기로 합의하였다. 그래서 호주에서 가져온 면양 2,500 마리를 키우기 위해서 적당한 곳을 물색하다가 바래봉 일대를 벌목하고 초지(草地)로 조성하였다.
그때 들여온 자연 제초기라고도 할 수 있는 면양은 참꽃이라는 진달래를 포함하여 모든 것을 먹어치웠는데 산철쭉은 건드리지도 않았다. 장미에게 가시가 있듯이 철쭉은 독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때 초지 조성을 위해 뿌린 비료에다가 면양의 배설물은 그대로 철쭉에게는 기가 막힌 거름이 되어서 전국 제일의 천상의 화원을 이룩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바래봉 철쭉꽃은 자연과 인공의 합작이다. 그래서 바래봉의 철쭉이 다른 곳보다 허리를 훨씬 넘는, 키를 파묻게 하는, 크고 진한 아름다운 꽃을 피우게 된 것이다.

   
 
초원만으로 된 녹색옷을 입은 민둥산, 나무 하나 막아서지 않는 정상의 모습이 한 눈에 들어온다. 사바세계의 모든 것을 버리고, 마음을 완전히 빈 높은 스님을 보는 것 같다. 하나의 가림도 없이 모두를 드러내는 바리봉의 모습이나, 초지로만 된 정상을 향하여 난 고운 길 따라 곰실곰실 오르고 있는 양들과 같은 등산객들의 모습이, 우리가 그 동안 보고 살던 세상 풍경과는 영- 다른것이 삽상하기 그지 없다.
 
 나도 그중에 하나가 되어 정상에 올라 카메라의 눈으로, 마음의 망원경으로  사방의 전망을 탐하다 보니
"일만 선생, 일만 선생님!"부르는 소리가 있다. 함께 온 반가운 고양시 한뫼산악회 우리들이 점심을 막 끝내고 부르는 소리다.
하산길에는 전에 와서 가 보지 못한 바래봉 바로 아래에 있는 식수대에서 수통에 가득 물을 담았다.  "물맛이 단 것이 어디 있소?" 하고 주윗 사람들에게 핀잔 아닌 핀잔을 하면서-.
 
 
*. 철쭉과 진달래는 어떻게 다를까
 
진달래꽃은 철쭉보다 작고 빛이 연한 꽃으로, 진달래꽃이 피고 진 후에 철쭉이 피기 시작한다.
진달래는 잎보다 꽃이 먼저 피지만 철쭉은 꽃보다 잎이 먼저다.
진달래 꽃은 그냥 생으로 먹을 수도 있지만 전(煎)을 붙이면 화전(花煎)이요, 술을 담그면 두견주(杜鵑酒)로 참꽃이라 한다. 그러나 철쭉꽃은 독성이 있어 먹을 수 없어 개꽃이라고 한다. 꽃잎을 만져보아 찐득찐득하면 철쭉이다.
 
*.바래봉에 처음왔을 때 
**2003년 5월 10일(토)/전북학생교육원-세동치-부운치-팔랑치-삼거리-바래봉-철쭉주차공원/뫼솔산학회 따라**
  산 아래를 굽어보니 부지 기수의 관광버스들이 길 따라 곡선을 이루어 차산차해(車山車海)였다. 전국에서 바래봉 철쭉 구경을 온 사람들이 피지 못한 꽃봉오리뿐이어서 얼마나 실망을 하였을까. 나도 그랬기 때문에 운지사로 싱겁게 그냥 하산하고 말았다.  그래서 지금부터는 3년 전 봄 철쭉꽃 만발했던 바래봉 이야기를 해야겠다.
당시에, 산행기를 그림과 함께 올려 놓았더니 용량이 너무 많다고 사이트에서 그림을 일방적으로 지워버리는 바람에 그림마다 배꼽의 흉한 산행기가 되어서다시 정리할 겸해서다. 그러니까 여기서부터는 바래봉을 향하여 철쭉군락지를 향하여 가는 길이 된다.

   
바래봉을 처음 왔을 때는 전문산악회를 따라 왔기 때문에 수청리 전북학생교육원에서부터 등산을 시작하였다.
그 근처에서는 최고봉이라는 1,207m 세걸산(世傑山)을 들러 바래봉을 향하는 것이라서 초입부터 경사가 만만치가 않았다.
기를 쓰고 1,110m의 세동치(世洞峙) 고개를 올라보니 15분 거리에 세걸봉(世傑峰,1,207m )이 있고 가슴을 설레게 하는 지리산 정령치가 4.7km 거리에 있었다.
거기서 멀리 동쪽 끝 부분에 천왕봉이 희미하게 보이며 그 능선이 파도처럼 오르락내리락 서쪽 끝 반야봉과 노고단으로 이어지고 있다.  
1,100m 이상이나 되는 봉을 세 개나 넘으니 거기가 바로 뜬구름도 머물다 간다는 고개 부운치(浮雲峙,1,123km)로 헬기장이 있다.
드디어 멀리 구불꾸불 능선길이 되다가 화원이 되면서 바래봉을 향하고 있는 환상적인 꽃길이 보이기 시작한다.

  
산 중에 왠 문인가. 나무문이 활짝 열려 있다. 아하, 옛날 양들을 몰고와 이곳에 풀어 방목을 할 때 철조망을 하고 사람이 다닐 수 있게 만든 문이었구나. 그래서 그런가. 오는 도중도중 막아 놓은 철조망이 보이고 자세히 보면 쇠말뚝이 군데군데 보이기도 한다.
갈수록 꽃들은 빛깔이 짙어지더니 철쭉이 무더기로 혹은 뭉텅이로 끼리끼리를 이루고 있는데 그 가운데로 멋진 오솔길이 지나가고 있다. 꽃터널도 있었다.
산의 정상을 향한 능선 모두가 훨훨 불타는 꽃 대궐로 커다란 붉은 양탄자를 깔아놓은 것 같기도 하고, 푸른 바탕에 진홍빛 무늬 비단을 깔아 놓은 듯도 한 것이 천국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는 듯, 갈수록 산정(山頂)의 화원은 그 색깔과 모양과 철쭉꽃 화원의 크기를 더해 간다. 점입가경(漸入佳境)이란 말은 이를 두고 생긴 말 같다.
아, 살아 있는 기쁨이여. 땀 흘린 보람이여. 아름다음을 찾아낸 행복이여! 필설로 다할 수 없다는 경치는 이를 두고 말함인가. 흥겨움이 시심(詩心)으로 이어진다.

가까이 예쁜
멀리 보니 더 아름답다.
꽃들이 더 고울 땐
닥지닥지 모여 살 때
고운님
사시는 곳도
서로 서로 꽃일 꺼야

  

여기는 바래봉 철쭉 군락지. 군락(群落)이란 말은 같은 환경 속에서 자라는 식물들의 무리요 띠 모양으로 펼쳐진 모습들이다.

그 철쭉 군락지는 팔랑치(八郞峙)가 절정이었다.
팔랑치(八郞峙)란 삼한 중 마한 왕이 달궁에 성을 쌓고 있을 때 8 장수(郞)를 시켜 적을 막던 고개(峙)라 해서 생긴 이름이다.
옛날 양들이 뛰놀던 곳에 관광객을 위하여 나무 계단을 만들어 놓았고, 거기 수 많은 행락객들이 줄을 이어 오르내리고 있는 모습이 꽃빛에 빨갛게 물들어 꼬물꼬물 움직이는 양들 같다.
사람들은 아름다움을 찾아 오갈 때가 가장 아름답다. 그때 사람들의 표정은 누구나 밝고 맑고 얼굴에는 누구나 선량한 웃음을 띠게 되는 법이다. 천국 가는 길에 만나게 되는 사람이 있다면 이런 사람이겠지- 하였다.

전국은 지금 월경 중이다
녹색 카페트에
가는 봄 수놓는 이
해(太陽)인가
바람이던가
기다리는 마음인가
                     -누구인가



지리산 바래봉 철쭉꽃 군락지가 절정을 이룬 그 한가운데에 있는 전망대에는 국립공원 지리산 안내판이 있다. 이 능선에서 저 능선으로 멀리 하늘과 맞닫은 파도치듯 동쪽에서 서쪽으로 흘러가는 모습을 그려 놓고 실제 능선을 향하여 화살표를 그려 놓은 것이다.
 
 화살표를 따라 시선을 주면 흐린 날이라서 희미 하나마 거기에는 우리들 산꾼의 마음을 뛰게 하는 천황봉이 있고, 뱀사골이 있고, 반야봉과 노고단이 보인다.
지리산은 보통 산을 넘어선다. 그 세계는 산이 아니라 산들이 사는 나라, 산국(山國)인 것이다. 이 바래봉 능선은 이렇게 지리산의 전망으로도 이름이 난 곳이다.
바래봉 가는 길 속을 거니는 것은 낭만적이요 목가적으로 그것은 하나의 그림이요, 시같이 아름다웠다. 
 바래봉의 철쭉은 한 번에 피고 지는 꽃이 아니다. 500m 하단 에서 4월 말 경에 피기 시작하여 5월 초순에는 700m 중간부에서 절정을 이루다가, 5월 중순이 되면 900m 8부 능선이다가, 5월 하순 경에 1000m 정상부에서 올라가 절정을 이루는 것인데 금년은 초여름이 더 빨리와서 이렇게 정상부를 빨갛게 수놓고 있는 것이다.
이름 없는 산이 철쭉 하나로 이렇게 1년에 단 한번만이라도 아름다움을 전할 수 있다면, 나도 더 열심히 나의 최선을 다하여 우리 산하를 찬양하는 작은 하나의 아름다움이되고 싶구나.


 

 

 

 

 

 
  2006-05-12
14:49:50

 

 

 

 

 

일만성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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