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나는 20여 년 이상 먹던 고혈압 약을 끊고 먹지 않고 있다.
그 동안 의사가 시키는 대로 처방하여 주는 약만을 먹어 오다가 이러다가는 평생 이 의사가 시키는 대로 열심히 약을 먹다가 죽겠구나 하는 우려(憂慮)에서였다. 그래서 내 주치의와 상의해 보니 정색을 하며 책망해 온다.
"제가 다 생각해서 약을 조제하여 주는데 만약 그 약을 끊을 경우 불행이 닥치면 어떡하려고 그러느냐"고 말하는 것이 반 협박조로 들려온다. 그러나 보니 옛날에 백혈병과 관계있는 혈소판(血小板) 부족으로 백혈병동에 입원하여 세계적으로 백혈병의 권위라는 의사에게 치료를 받다가 퇴원하여 약을 먹고 있을 때가 생각난다. 약의 부작용인지 전신이 부어 하와이에 사시는 사촌 누님이 우리 집에 왔을 때 나를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얼굴이 부어 있을 때의 이야기다.
그 무렵 나는 병실에 누워 있고, 무료한 아내는 간병인으로 병실에 있다가 종종 병실문 밖에 나가 입원 환자들의 간병인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들은 말이라며 말한다. "의사가 주는 약을 먹고 나처럼 얼굴이 퉁퉁 부어 있을 때 다른 사람이 시키는 대로 혹시나 해서 약을 끊었더니 신기하게도 나았다."는 이야기였다. 당시 나는 여의도고(汝矣島高)에 근무하며 대입을 앞둔 고3을 맡아 있을 때라서 이말에 혹하여 약을 끊어보았더니 이게 웬일인가. 신기하게도 부기가 빠지고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는가. 하두 기쁘고 신기해서 한 걸음에 주치의에게 달려가서 고했더니 이 또한 웬일인가. 주치의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지 않는가.
"고얀 사람! 주치의와 상의 없이 자기 몸을 임상실험을 하다니-." 당장 나가라고 고함을 치는 것이었다.
그후 약을 먹지 않고도 신통하게도 멀쩡하게 나아서 그동안 끊었던 술도 다시 마시게 되고 지금까지 무탈하게 살고 있게 된 것이다. 그 후 마음 한 구석에는 의사를 부정하는 생각이 되살아나서 내 주치의에게도 움트기 시작하였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혈압약을 끊어볼까 하는 생각이 싹트기 시작하였다. 20여 년 전에 지금의 내 주치의와 상의하던 생각이 새롭게 났다.
"혹시 나도 혈압약을 먹어야 하는 나이가 아닐까요?' 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그 자리에서 혈압약을 지어주어 오늘에 이르렀다.
혈압약을 왜 먹어야 하는지, 각종 사전 진단도 없이, 혈압약의 부작용 같은 것은 한 마디 언급도 없이 혈압약을 먹을 나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혈압약을 먹기 시작한 것 같다. 노인은 고혈압 약을 평생 먹는 것을 당연한 시 하는 것 같았다. 그러다 보니 혹 내가 리베이트(rebert)의 피해를 받고 있는 것이 아닌가 망상으로 의심까지 난다.
병처럼 치료를 위한 것이 아니라 병원에 가는 것은 약 타러 가는 것이 일과 처럼 된 세월이 가고 또 왔다.
일본 같은 선진국에서는 국가가 지정하는 혈압 기준이 이 의사처럼 120~ 130이 아니라 130~ 140이라는 보도가 있어도 고혈압 약을 먹지 말라는 다른 의사글의 주장이 있어도, 우리 의사는 오불관언(吾不關焉)인 것 같았다. 그래서 망설이다 망설이다가 건강검진에서 그곳 의사와 상의해보니 처음 보는 '고혈압체크 노트'를 주며 거기에 몇주 혈압을 측정하여 기록한 후에 들리라 하지 않는가.
- 집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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