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애여래 삼존상에서 내려와 차로 오던 길을 되돌아가지 않고 직진하다 보니 우리의 일정에 없던 '보원사지(普願寺址)'가 나의 눈을 놀라게 한다.
보원사지는 까마득한 옛날에 거대한 사찰이었던 축구장 2배 가량의 넓이에 백제 시대의 보원사(普願寺) 절터로 10 세기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사지(寺址)다. 거기에 당시의 화려했던 불교 유적이 모습이 석물과 그 잔해인 사찰 지붕의 개와, 탑의 파편들의 석재도 그렇지만 보물로 지정된 석물들이 완벽하게 옛날 모습 그대로 남아 있다.
그중 높이 9m의 고려 '오층석탑( 五層石塔, 보물 제104호)', 그 서쪽에 높이 4.7m의 '법인국사보승탑(法印國師寶乘塔,보물105호)'과, '법인국사 보승탑(보물 105호)', '법인국사국사보승탑비(보물 106호)',ㄴ 북편에 있는 높이 90cm의 '석조(石槽, 보물102호)' 등이 그 조각이 섬세하고 아름다워서 예사롭지가 않다.
이 보원사를 둘러보다 보니 방금 다녀온 백제의 미소라는 '용현리 삼존 마애 불상(국보 제84호)에 대한 의문이 비로소 풀리며 보원사의 절이 백제 시대에 아주 유명한 사찰이었던 것을 깨닫게 한다.
나는 국보 84호로 지정될 정도로 유명한 '용현리 삼존 마애 불상'어찌하여 이런 후미진 이곳에 그런 위대한 작품을 남길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있었다.
마애삼존불과 보원사지는 거리가 불과 1,2km 내외의 근거리로 둘 다 같은 용현리에 있는 것을 보면 마애삼존불은 보현사의 암자(庵子)였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오늘날 사학자들이 입을 모아 한결 말하고 있는 것이 지금까지 한국에서 발견된 마애불 중에 가장 뛰어난 걸작이 '백제의 미소'라는 '용현리 삼존 마애 불상'이라고 극찬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이 마애 삼존불을 조각한 석공은 불자(佛子)라기보다 지금의 부원사에 남아 있는 보물들을 제작한 당시 유명한 보원사의 석승(石僧)이었을 것이라는 유추(類推)다.
그렇다면 석굴암처럼 다음과 같이 마애삼존불상을 소개하여야 마땅하다고 생각된다.
*. 석굴암(石窟庵)은 대한민국 경상북도 경주시 토함산 중턱(진현동 891)에 있는 불국사 소속 호국암자이다.
*.서산 마애여래삼존상(磨崖如來三尊像)은 대한민국 충청남도 서산시 상왕산(용현리, 309.5m)의 기슭에 있는 보원사 소속의 암자이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이 마애삼존불은 서산 9경 중 2 경으로 한국이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만큼 유명한 마애불로 대접받으면서도, 그 원찰인 보원사(普願寺)는 비록 사지 (普願寺址)' 만 남았다 해도 보원사란 이름은 필자도 서산에 와서야 비로소 처음 들어보는 무명 사찰이 되고 말았으니 말이 되는 일인가. 보원사지에서 출토된 국보급에 준하는 국가 보물이 무려 다섯이나 있는 데도 말이다.
이는 오로지 보원사와 마애불의 관계를 남남처럼 서로 무관한 각각으로 소홀히 다룬 불교계나 사학자들이 노친 데서 기인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참고로 석굴암의 발견도 마애삼존불의 발견과 유사한 이야기가 전해 오고 있으니 소개한다.
세계에 내놓고 자랑할 수 있는 석굴암의 주불은 방치된 체 천년 세월을 지내다가 일제 강점기 초기에 경주의 한 우체부가 지금의 토함산 근처에 갔다가 비를 만나서 비를 긋기 위해 주위를 살피다 보니 지금의 석굴암이 무너진 체 있어 우연히 들어갔다가 발견하게 된 것이다.
보원사에서 1.2km 떨어진 곳에서 발견된 용현리 마애여래 삼존불은 석굴암보다도 더 늦게 오랜 세월 수풀 속에 잠들어 있다가 필자가 대학을 다니던 1958년에야 비로소 발견된 불상이다. 국보로 지정된 것도 5. 16 혁명이 지난 1962년에야 비로소 '백제의 미소'란 이름으로 '국보 84호'로 지정된 불상으로, 지금까지 발견된 한국 마애 불상 중 가장 뛰어난 백제 후기(600년 경)의 작품이라 한다
2024. 3.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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