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과 슬픔,
축하와 회식과 우정의 다리에서
섹스보다 더 좋아하던
여인보다 더사랑한다고 노래하던
그 술을 나는 왜 끊고 있는 것일까?
술을 끊는 세 가지는
금주(禁酒)와 단주(斷酒), 절주(節酒)
그중에서도 가장 어렵다는 절주를 택하여
3년째 술 한 방울을 마시지 않고
50년 이상 퍼 마시던 소문난 술꾼이,
신통하게도 이렇게 버티고 있구나!
그전부터도 소주 대신 약주(弱酒)인 막걸리로,
그것도 소주잔에 딸아 커피처럼 홀짝홀짝 마시며 희희낙락(喜喜樂樂)하다가
술이 나를 버리기 전에
내가 술을 먼저 버리겠다는 웅대한 결심을 세우게 된 것은
하루에 술 한 잔도 알코올 중독이라는 어느 의사의 말보다,
늙음 길에 가장 두려워하는 치매의 약이라는 말보다
금주보다 더 좋은 보약이 없다는 갸륵한 생각에서였다.
허나 술안주에 접할 때마다
인생의 커다란 낙(樂)을 잃은 아쉬움에
단주 전의 세상을 그리워 그리워하며 산다.
-- 2024. 8. 광복절 날에
'☎ ** 시(詩)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의 젊은 시절 시집 (2) | 2023.11.27 |
---|---|
내 고향 수도국산 달동네 (1) | 2023.09.08 |
얼굴 (0) | 2023.05.16 |
낙상(落傷) (0) | 2023.04.30 |
여인보다 시랑하던 술이여! (0) | 2023.03.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