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에게 반가운 문안 전화가 왔다.
별일 없소?
아니, 별 일 있소.
다음은 '나의 별 일'의 내역이다.
아내가 코로나에 걸린 것 같다.
고양시 체육관 수영장에서 수영을 하고 친구들과 함께 식사를 한 것이 화근이었던 모양이다. 열은 없었지만 목이 아파 목소리가 이상하고, 가래가 생긴다. 몸살이 나서 얻어맞은 듯이 전신이 아프다는 것을 보니, 혹시나 코로나에 걸린 것이 아닌가 해서다.
아들에게 걱정을 했더니, 동내 슈퍼 가서 '코로나 자가 검사 키트'를 사다가 검사해 보라 해서 가게 슈퍼에 들러 개당 6,000원씩 하는 '자가 검사 키트'를 몇 개 사 왔다.
면봉과 용액(溶液) 통이 있어 면봉을 양쪽 콧속에 깊숙이 넣고 10회 정도 둥글게 문질러 생긴 콧물을, 용액 통에 넣고 10회 정도 돌린 다음 면봉을 짜듯이 꺼내서 '검체 점검' 부위에 3~4방울 떨어뜨려서, 10여분 후 두 줄(빨강, 파랑)이 나타나면 음성(陰性), 한 줄(빨강)이면 양성(陽性)을 가리는 검사다.
양성이면 병원(동네나 종합병원)에 가서 'PCR 검사'를 다시 받아 코로나 확진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다.
병원에 함께 가는 것은 그 무서운 확진자가 모이는 곳이라서 아내 혼자 보냈더니 역시나 양성이란다.
다음날 설문지를 써 가지고 가서, 간 김에 확진자의 동거인으로 검사를 받았더니 나는 역시나 음성이었다.
확진자 아내에게 처방한 90만 원이나 한다는 치료 약 은 시에서 정한 약국에서만 판매한다며 약국 연락처에 전화를 걸고 찾아가라 하기에 확인해 보니 택시비 8,000원 정도의 거리에 있는 약국에 '팍스 로비드'란 그 귀한 치료 약이 있다 한다. 서둘러 달려가서 카드를 내었더니 코로나 치료 알약을 주면서 국가가 주는 무료 약이란다.
흥이 절로 난다. 우리가 언제 국가의 혜택을 이렇게 구체적으로 받아본 일이 있었던가 해서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모처럼만에 아내를 위해서 실기(失機) 하지 않고, 그 귀한 약을 구했다는 생각에서였다.
게다가 평소에도 많은 약을 먹던 병약한 아내가 소화가 안 된다고 병원에 전화를 하였더니 병원에서 약을 집 현관 앞까지 갔다 주기도 하고, 매일 아침에는 병원의 간호사(看護師)가, 저녁에는 병원 의사(醫師)가 확인 전화를 해 병상을 살펴 오는 것을 보니 저절로 '우리나라 좋은 나라'란 콧노래가 절로 난다. 우리나라도 선진국이로구나 하는 것이 실감 나기도 한다.
*. 코로나 치료제 팍스로비드 이야기
코로나 치료제 팍스로비드는 세계적인 글로벌 제약사 화이자가 만든 회심의 코로나 확진자에게 꼭 필요한 치료제 먹는 알약이다. 코로나 확진을 받고 증상 3일 이내에 이 약을 먹으면 사망 확률이 89% 줄어준다는 신비의 약이다.
임상실험(臨床實驗)에서 이 약을 먹은 607명 환자 중 6명만이 입원을 하였고, 사망자는 한 명도 없었다.
반면 대조군에서는 약을 먹지 않은 612명 중 41명이 입원을 하였고 그중 10명이 사망했다는 결과였다.
이 MSD 약값은 5일분에 원가가 712 달러(84만 원)이지만 개인이 돈으로는 살 수 없고 확진을 해준 병원의 처방전을 받은 자에게만 국가가 무료로 제공하는 약인데, 우리 아내가 확진자 판정을 받는 날은 요행히 팍스로비드를 다행히 구할 수 있는 날이었으니 이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그래 그런지 7일 이후에는 멀쩡한 편이다.
*. 확진자의 가족 이야기
우리 가족은 2녀 1남 다섯 식구였는데, 다 출가 보내고 80대 노인 둘만 사는 2인 가족이다.
사람들은 흔히 늙어서 죽을 때는 남편이 먼저 죽어야 편하다 하던데, 불행하게도 나 아닌 아내가 코로나 확진자가 되고 보니 애로가 많았다. 젊어서부터 우리 부부는 아내 일과 남편 일을 철저히 따로따로 구분하여 살아와서 노후에도 부엌일을 나 몰라라 미안하며 살아온 우리 집에, 콜로나 19 확진자가 아내가 되었으니 이를 어쩌랴.
그래서 방안에 쿡- 박혀 주는 밥을 따로 먹어야 하는 격리자 아내가 부엌에 자주 나오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 되고 말았으니 말이다.
생각해 보라. 학교나, 운동장이나, 체육관 같은 공공건물이나 큰 쇼핑 몰 등에 확진자가 1명이라도 들렸다 하면, 보름 이상이나 휴관하던 시절을 살아온 우리에게, 나처럼 확진자와 함께 몇 주일을 힌 집에서 먹고 자고 있어야 하는데 그 코로나 숙주가 되는 아내를 하루에도 수없이 1m 이내에서 마주치고 있으니 이 얼마나 두려운 일인가.
처음에는 질색을 하다가도 거듭되다 보니 만성이 되고 말아 나도 확진자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가 되고 말았다.
그래 그런가. 오늘도 그랬지만, 어제도, 그제도 아침에 눈을 뜨면, '아! 아직도 나는 건강히 살아 있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난다. 그것은 '혹시나 나도-' 하는 생각은 의심에 의심을 낳게 하고, 그러다 보면 멀쩡한 몸도 머리가 띵- 한 것도 같고 지끈지끈 아픈 것도 같다. 콧물이 나거나 재채기가 날 때면 점염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수시로 난다.
그런 공포 속에서 잠들었다 아침에 깨어나니 그런 생각이 어찌 안 들겠는가?
이를 안타까워 하면서도 와서 도울 수 없는 딸들이 밥반찬과 그릇과 수저 젓가락과 고급 과일과 등 1회용을 10일 치나 택배로 보내왔으니 미안해 죽겠다.
큰 일을 당해보면 알게 된다. 누가 가장 가까운 사람들인지를-. 가족 중에서도 누가 더 가까운 우리인가를-.
29살 처녀 외손녀가 얼마 전에 코로나를 앓고 있을 때에는 나라에서 코로나 치료 알약을 받았다는 소식을 못 들었다.
그런데 고가의 코로나 치료 약 '팍스 로비드'를 아내가 받은 것을 보니 아내가 경로자 때문만이 아니라 사망 치명률이 높은 80대라서 그런 것 같다. 그렇다면 아차 하면 나는 홀아비가 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에 불안하다.
생각해 보니 지금 우리 부부는 일생 중에 가장 큰 위험한 경지를 하루하루 살고 있는 것 같다.
아내는 80대 초반이요, 나는 그 후반이니 앞으로 더 오래 살게 되더라도 이 이상 위험한 경우가 몇 번이나 더 있겠는가?
우리 집 거실에는 봄에 핀다는 보세란이 활짝 꽃을 피운데 이어, 우리 집 정원인 베란다에서는 군자란이 만발하였고, 영산홍이 나날이 분홍빛 봉우리를 나날이 키우고 있는데, 우리는 이런 공포 속에 이렇게 살고 있다니-, 죽음에 대한 공포보다 오는 봄이 아까와 죽겠다.
죽기 전에 남기고 싶은 나의 블로그가 독자 30만이 가까워 오는 'ilman의 국내외 여행기'를 몇년째 정리하여 왔고, 내 생에 마지막으로 출간하고 가려고 하는 '국립 해상공원 섬 이야기' 책자를 완성하여야 할 터인데-. 걱정이 태산이다.
여행기는 손보다 발로 쓰는 것이어서 더욱 그러하다. 이 몸이 나날이 늙어가며 기력이 떨어져 가기 때문이다.
그래도 아내의 방에서 건강할 때 늘 들려오던 중국어 회화 소리가 들리는 것을 보니 건강이 다시 찾아오는 소리 같아서 반갑기 그지없다. 나는 달력에다가 검사일로부터 붉은 사인펜으로 써 놓은 1, 2, ~ 6, 7이 무사히 가기를 기다리며 하루하루룰 보내고 맞고 있다.
*. 7일 격리를 마치고
오늘은 확진자 아내가 격리를 마치는 7일째가 되는 날이다.
3차 맞은 백신의 효력은 코로나를 예방해 주기도 하고 양성의 확진자가 되더라도 일과성 감기 같이 잠깐 앓고 말게도 하는 것 같이 아내 모습에 생기가 도는 것이 다 나은 것 같다.
나 같은 확진자의 보호자도 7일째 되는 날은 키트 검사를 다시 받아야 한다 하여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았더니 다행히 양성이었다.
귀가하는 길에 백화점 반찬 코너에 들려 새우 졸임, 장조림, 낙지, 소고기 장조림 팩을 사서 오는 길에 동회에 들렸다.
유튜브에서 코로나 확진자에 대한 국가 보조금이 있다 해서 이를 챙기기 위해서였다.
담당자가 말하더라. 다음을 준비해 가지고 해지 후 2주일 경과한 후에 다음 서류를 갖추어 동회에 신고하라고.
1. 보건소에서 온 휴대전화 문자 '해지통지서 2, 확진자 통장
그동안 나는 안하던 설거지도 해보고, 어설프게나마 식사도 확진 아내 따로, 나 따로 일주일 동한 해결해 왔다.
자식들이 나더러 수고했다 위로하는 소리를 듣고 보니 병자인 아내에게 그동안 나는 너무 소홀히 한 것 같아 마음에 찔린다. 그러나 그런대로 내가 가장 잘한 일이 있다면 그게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니 무엇보다 내가 지금처럼 확진자가 되지 않은 것이다. 그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나도 3차까지 백신을 맞았기 때문에 확진자가 되지 않았구나 하는 깨달음이다.
전화 벨이 울린다. 다음 토요일에는 그동안 고생하신 시어머님께 몸보신시켜 드리러 온다는 딸들의 전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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