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징조 3단계
85세 고개를 넘어서 새해를 맞고 보니 가장 궁금한 것이 '나는 몇 년이나 더 살다 갈까?' 하는 궁금증이다.
내가 내 몸을 스스로 추스를 때까지만 살고 싶은데 그때가 어느 때쯤인가를 알고 싶다.
한국 남정네의 평균 수명이 83세라니 나는 그보다 3살이나 더 살았고, 친척이라고 할 수 있는 나의 4촌 이하에서 나는 나이로 따져서 4번째 어른으로 살고 있으니 이로 보면 나의 죽을 날도 멀지 않은 것 같다.
족보(族譜)를 펴 놓고 봐도 우리 고조부도, 증조부나 조부는 물론 우리 부모까지만 해도 내 나이만큼 사신 분이 없으시니 나는 살 만큼 산 것이 아닌가.
옛날 조선시대 나라님들은 최고의 어의(御醫)를 두고 건강관리를 해오던 27대 왕들 중에서 가장 장수한 왕이 83세로 승하하신 영조(英祖)도 나보다 3살 아래라니 말이다. 나는 옛날 조상들보다 더 좋은 세상을 만나 더 좋은 집에서, 잘 먹고, 잘 살면서, 옛날에 국록(國祿)이라 할 수 있는 공무원 연금까지 매월 받으면서 노후를 걱정 없이 건강히 잘 살고 있으니, 이 모두가 오로지 우리 부모님이 주신 건강 덕이니, 조상님께 감사할 따름이다.
그래서 그런가. '저승의 왕(王)으로 사느니보다 이승의 노예(奴隸)로 사는 것이 더 좋다.'는 서구 사람들의 속담처럼, 이 세상에서 나는 앞으로 얼마나 살다가 몇 살 즈음에 죽을 것인가가 궁금하다. 그때는 언제쯤, 어떠한 과정을 거쳐, 어떤 그림자를 이끌고 오는 것일까, 그 단계부터 알아보는 것이 궁금증을 해소하는 지름길일 것 같다.
먼저 한국인(韓國人)의 사망 원인부터 알아보자.
의학계가 발표한 2019년 '한국인의 10대 사망원인'은 암(265%), 심장 질환(10.7%), 폐렴(7.8% )-이상 3대 원인/, 뇌혈관 질환(7,7%), 자살(4.6%)- , 당뇨, 알츠하이머 병, 간 질환, 만성하기도 질환, 고혈압성 질환 순이란다.
이중 85세를 살아온 나에게 해당하는 질병으로는 행복하게도 고혈압(膏血壓) 하나뿐이다.
아침마다 식후에 혈압약을 복용하여 '평균 125' 정도의 혈압을 체크하며 전립선 약과 뇌 영양제, 오메가 3, 무뤂에 좋다는 뉴질랜드 산 푸른 홍합제 약, 비타민C와 칼슘 일액 등 영양제를 열심히 복용하고 있고, 그 나머지 병은 현재로서는 나와 무관한 것이니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이를 감안하여 현재 상태로만 본다면 나는 90살까지는 걱정 없이 살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만성 고질병이 없으니 말이다. 3년 전에 낙상하여 허리 병으로 걷기가 불편한 편이지만 외상 때문에 죽었다는 말은 못 들었으니 이는 크게 염려할 일이 아니라 생각된다.
내가 사는 고양시(高陽市) 일산(一山)은 자전거 천국이라, 운동 삼아 자전거를 타고 일 보러, 호수공원(湖水公園) 구경도 자주 나가는 편이다. 헬스클럽에 다닌 지는 10여 년이 훨씬 넘으니, 최소 한도의 건강관리를 하고 있는 셈이다.
친구와는 1시간 거리의 서울에서 만나는데, 부르면 망설이지 않고 달려 나간다. 친구도 만나 한두 잔 걸치고 자연스럽게 8,000 보 정도의 걸음을 걷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늙다리들은 면역력이 낮아서 숨어 있는 어떤 병이 언제 나타날지 모른다지만 나는 국민의 15%가 살아 있다는 90세~95세 사이가 내가 죽을 무렵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그때까지만이라도 건강 수명(健康壽命)을 살아야지 하는 게 나의 소망이요 생의 목표다. 다행히 그때까지 산다 해도 9년밖에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니 하루하루를 맞고 보낸다는 것이 아까와 죽겠다.
그래서 언제 죽겠는가를 확실히 알게 해 주는 것이 죽음에 앞서 나타나는 몇 단계의 징조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 죽음의 징조 3단계
죽음에는 3단계가 있다고 한다.
1. 사회적인 죽음: 외출을 혼자 못하는 단계 2. 생물학적인 죽음: 와상(臥床) 단계 3. 곡기(穀氣. 낟알기)를 끊는 단계다.
외출은 사회적인 활동이다. 그 외출을 남에게 의지하여야 할 단계로 그러다가 전연 외출이 불가능한 단계가 오게 되면 이는 사회적인(社會的)인 죽음 단계라고 할 수 있겠다.
와상(臥床)이란 참상(寢床)의 생활을 말하는 것이니, 집안에서도 걷거나 움직이지 못하고 침상에 누워서 생활할 때를 말한다. 이것이 심해지면 대소변을 타인에게 의존해야 한다. 이는 곧 생물학적(生物學的)인 죽음의 단계가 될 것이다.
곡기(穀氣. 낟알기)란 낟알기를 못하거나 못 먹는 단계로 억지로 입에 넣어 드려도 생키지 못하는 단계다.
이를 인위적인 의료술에 의하여 영양 공급을 할 수는 있겠으나 이는 생명을 일시적으로 연장시킬 뿐이니 이런 상태는 의학적으로 회복할 수 없는 단계이니 이런 경우에는 회복 불가능한 무의미한 의료행위를 하지 말라고 정신이 맑을 때 미리 문서로 작성해 두어야 할 단계라 할 수 있겠다.
이 단계가 오면 환자의 신상에 섬망(譫妄)이 온다. 섬망의 한자가 헛소리할 '섬(譫)', 망령될 '망(妄)'이란 뜻이다.
섬망이란 감각 이상, 감정 변화, 불면증, 수면 장애, 언어 장애, 초조감, 혼돈, 환각, 환시 등 정신 질환으로 자연사에서는 항상 나타나는 증상이다.
곡기를 끊는 단계에서는 임종(臨終) 증상이 나타난다. 임종 증상이란 몸 전체 기능의 저하 단계다.
*. 9988234의 죽음
노인이 99세까지 병 없이 살다가 2~3일만 앓다가 죽는다는 "9988234"를 모르는 노인이 어디 있겠는가?
그런데 의료인들은 "9988234"는 현대 의학으로는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고, 그것이 가능한 경우는 사고사(事故死)뿐이라고 단언하고 있다.
"9988234"를 '우리 부모님은 건강하게 사시다가 주무시다 돌아가셨다.'라고 말하는 경우를 두고 하는 말 같은데 주 무시다가 돌아가신 경우 그것이 사고사(事故死)이지 어찌 자연사(自然死)라 할 수 있겠는가도 곰곰이 생각해 볼 문제다.
*. Well- Dying
아름답게 죽고 싶어하는 노인들은 죽을 때는' 나는 'Well- Dying!' 하고 싶다'고 한다.
Well- Dying이란 죽음을 자연사(自然死)로 받아들이는 것을 말한다. 이를 한 걸음 더 나아가 말한다면, ', 당하는 죽음'보다 '맞이하는 죽음'을 맞고 싶다는 말이 된다. 맞이하는 죽음이란 자연사(自然死)라 할 수 있겠다.
'자연사(自然死)란 큰 병 없이 늙고 쇠약해서 시름시름 않다가 저절로 죽는 것을 말한다.
의료인들의 말에 의하면 '죽음을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지 않고 죽어 가는 노인은 평생에 모은 그 귀한 돈을 죽기 몇 개월에 병원에서 70% 이상을 쓰고 죽는다.'고 한다.
삶을 정리하면서 죽음을 자연스럽게 맞이하면서 존엄사(尊嚴死) 하기 위해서 우리 늙다리는 그래서 보건소에 가서 반드시 '사전 연명의료 의향서'에 등록할 일이다. 등록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 정신이 또렷할 때 잊지 말고 앞서 말한 어떤 때는 어떻게 하라고 가족과 의료진에게 말이나 기록으로 남길 일이다.
*. '사전 연명의료(延命醫療) 의향서'
환자가 발생하면 누구나 가족이나 119를 통하여라도 응급실에 가게 된다. 응급실 의사들의 목적은 제1차적으로 무조건 환자의 생명을 살리기 위한 치료 행위를 하게 된다.
입원을 하여 치료를 받게도 되는데 그러나 만기 질환자인 경우에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만기 질환(滿期疾患)이란 다시는 원래의 건강을 되찾지 못하는 단계에 있는 환자의 경우를 말한다.
'얼마 후에 죽을 임종이 가까운 사람의 생명을 고통 속에서라도 살도록 연장시켜 주어야 하는가'가 논의될 때도 있다.
이런 분들에게 이런 말을 하는 고마운 의사가 있다.
'사람이 세상에 올 때는 마음대로 온 건 아니지만, 떠날 때는 내 의사대로 갈 수도 있는 것이지요.
이런 경우를 위해서 '사전 연명의료 의향서 등록증' 제도를 제정한 것 같다.
거듭 말하거니와 병든 환자의 몸을 현대 의학적 치료로는 회복의 가능성이 없는 경우, 환자는 정신이 맑을 때, '그런 경우가 닥치면 어떻게 해 달라고 치료 거부 의향을 밝혀 두는 것'이 현명한 조치가 될 수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이런 경우 의료행위는 일시적으로 병을 약간 연장해 뿐이기 때문이다.
* - 참고: 김현아 한림의대 교수. 서울의대 수석입학, 졸업
-2022. 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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