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조* (時調)☎

지리산 종주(縱走)

ilman 2017. 6. 19. 17:22

지리산 종주(縱走)

1.

어느 누가 쫓아오나 오라는 이 있던가.

거북과 토끼처럼 엉금엉금 쉬엄쉬엄

낙조의

몸을 이끌고

지리산 단독 종주길.


2.

의적 임걸 놀던 샘 임걸령을 지나서

노루목 날라리봉서 노을지나 밤길에서

두려움

잃어 버리고

넋을 잃고 본 별 무리


3.

반갑지 않은 태풍  비맞으며 벽소령 길.

사흘을 묶겼다가 푸르 씻긴 밤하늘

그믐달

닮은 이 하나

해벽달에 취해 있소.


4.

총각이 아니라서 총각샘을 지나치고

선비샘 찾아가서 엎드려 물 마시니

전설의

노인 한(恨)은

소원처럼 풀렸는가.


5.

세석평전(細石平田) 물 마시면

자식을 낳는다고

마시던 전설의 여인

피로 가꾼 철쭉 고개

굳어서
돌이 되도록

빌고 빌던 촛대봉


6.

저녁노을 지는 해 연하봉(煙霞峰)서 바라본다

1,700m 나무 사이 봉너머 구름 밖

혼자만

보는 게 아쉬워

찍고 또 찍는 카메라


7.

옛날에 마천 시천 인 만나던  장터목서

천왕 일출 꿈꾸는 이 제석봉(帝釋峰)을 서두른다.

통천문(通天門)

지났다 해도

서둘러야 해 본다고.


8.

구름 뚫고 붉은 해가 불끈 솟았다. 

삼덕(三德)을 쌓지 못하고 솟구친 붉은 해

구름 속

뜷고 솟은 봉(峰)

그런 일출 아니다.


9.

두 갈래 물즐기 바위 타고 흐르다가

뚝- 뚝- 뚝 떨어지는 무재치기 폭포(瀑布)가

나그네

발길을 묶어

소리 구경에 취하네.


10.

천년을 먹음고서 닦기고 흐른 세월

서재에 모셔다가 두고드고 보고 싶어

지리산

조각 돌 하나

고이 품고 갑니다.


11.

태풍에 떨군 다래 떨어진 밤송이로

가을을 먹으면서 개울가 탁족(濯足)하다

보는 이

하나 없길레

몸을 씻고 간 대원사

                   -2003년 66세 되던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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