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건너온 블타바 강을 가로지른 카를교 넘어 바라보이는 프라하 성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이방인으로서 세계 사람들이 그렇게 와 보고 싶어 하는 아름다움이 머문 자리에 서서, 그 성을 가기 위해 만들어 놓은 이렇게 아름다운 카를교에서 나는 지금 아내와 함께 프라하 성을 바라보며 감격하고 있다. 저기 보이는 고지대는 이곳 말로 후라트 차니라라고 불리는 성(城) 지구다. 프라하 성(Prazsky Hrad, Prague Castle)은 9C 초에는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지은 것을 14C에는 고딕(Gothic cathedral) 양식으로, 16C에는 르네상스, 18C에는 바로크(Baroque palaces) 양식을 거쳐 중세로부터 근세에 이르기까지의 건축양식을 집대성한 건물이 되었다. 14C에 유럽 천하를 호령하던 '체코의 아버지'라는 카를 4세가 지금의 모습으로 완성시킨 것이 프라하 성이다. 옛날에 궁정이었듯이 지금도 대통령 집무실 영빈관으로 쓰고 있었다.
프라하(Prague) 성 중에서 가장 눈에 잘 띠는 곳이 프라하의 대표적인 교회 성 비투스 대성당이다. 길이가 124m, 가로 60m, 제일 높은 탑은 96.5m나 되는 웅장한 프라하 고딕양식의 대표적인 건축물이다. 성당의 제단 뒤에는 3톤의 순 은제관이 유명하다. 이 관은 비츨라프 4세가 왕비의 고해 성사를 말하지 않는다고 혀를 잘라버리고 죽여 카를 교에 수장시킨 네포묵 신부의 관으로 카를교에서 보던 동상의 시신이다. 신기하게도 그때 잘린 혀는 수백 년이 지난 지금까지 썩지 않고 박물관에 보존되어 전한다고-. 아름다운 것은 모두 다 아름답다는 말인가. 외부는 물론 성당 내로 들어서니 나도 모르게 '아아!'하고 탄성을 발하게 한다. 저 오색영롱한 스테인드 글라스 때문이다. 색만이 아니었다. 갖가지 색깔 무늬는 물론 4만장의 스테인드 글라스로써 꾸며 놓았다는 '최후의 심판'도 그랬고, 입구의 색유리 2만7천장으로 만들었다는 '장미창(薔薇窓)도 또한 그랬다. 세계적인 화가 무하 뮈샤(Alponse Maria Mucha)가 그렸다고 하는 유명한 스테인드글라스였다.
저런 스테인드 글라스는 구리, 철, 망간 등의 금속 화학물을 이용하여 만든다고 하였던가. 창을 통하여 성당 안으로 들어오는 찬란한 신비로운 빛은 하나님의 세상에서 멀리 사는 이 노시인의 옷깃을 저절로 여미게 한다. 왕들과 왕족만이 예배를 볼 수 있다는 제단은 말할 것도 없고 샹데리아 하나만으로도 당시 프라하가 얼마나 큰 강대국의 수도였던가를 말해주고 있다. 왕궁 정문에서는 위병 교대식을 하고 있었다. 영국 버킹검 궁에서 보던 거창한 위병교대식이 아니다. 두 명의 보초를 교대하는 소박한 형식이었다. 그 프라하 성에서 붉은 기와 지붕으로 가득한 관광 엽서에서 보던 프라하 시 전경을 조망하다가, 너무 멋있어 내려가면서도 자꾸 뒤돌아보게 하는 층계를 지나 우리는 바츨라프 광장을 향하였다. 바츨라프 광장은 얼핏 보기에는 광장이라기보다는 도로 가운데의 긴 대로로 폭 30m에 길이 750m 정도가 되는 시민들의 만남의 장소가 되는 신시가지의 중심이 되는 휴식처였다.
거기서 멀리 보이는 궁궐 같은 돔 건물이 국립박물관이고, 그 앞에 10 C에 보헤미아 수호성인으로 추앙 받던 체코 건국의 아버지 성 바츨라프1세의 기마상이 4명의 수호성인들의 호위를 받으며 깃발을 들고 우람하게 서있다. 동굴에서 자고 있는 기사를 깨워서 그들과 함께 적군을 무찔렀다는 전설의 주인공이 바로 이 거리의 이름이 된 바츨라프 왕이었다. 일행들은 오늘 일정에 걷는 시간이 많아서 함께 하기를 포기하고 쉬고 있기 때문에 부지런히 서둘러 국립박물관을 향하였다. 가다가 보니 사람들이 모여서 무언가를 내려다보고 있다. 무얼까? 두 젊은 청년의 얼굴이 동판에 찍혀 있고 주위에 꽃다발과 함께 정성스럽게 써놓은 글들이 있다. 우리의 4.19탑처럼 '프라하의 봄'의 주인공들이었다. 침입해 오는 소련군에 맞선 프라하 대학의 학생 얀 발라브와 그의 친구였다. 1989년 벨벳혁명(벨벳처럼 부드러운 무혈 혁명이었다 해서 생긴 말)을 이끈 '프라하의 봄'에 해당하는 격동기에 자유를 위해 순국한 영령 이다. 자유는 이렇게 비싼 대가를 지불하고야만 얻어지는 역사인가 보다.
아름답다는 프라하의 야경이 보고 싶어 현지 가이드를 따라 나섰다. 유학 와서 현지인과 결혼하여 살고 있는 웃음이 많고 선량한 여 가이드였다. 다시는 올 수 없는 프라하의 밤을 거닐며 그 유명하다는 프라하의 생맥주를 맛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플젠 산(産) 피그너는 세계적인 맥주라 하지 않던가. 맥주 버드와이져는 체코에서 처음 만들어졌다 하지 않던가. 1인당 맥주 소비량이 제1위인 나라가 체코라 하지 않던가.
화약탑 근처에 갔더니 왁자지껄 떠들며 춤추는 소리가 있다. 여기서는 20대 처녀들이 춤추며 멋지게 빙글 빙글 돌아가고 있는데 그것을 장난기 어린 남자들이 빙 둘러 구경을 하고 있다. 스페인에 갔을 때 보았던 프래밍고였다. 카메라를 다시 또 들이대었더니 처음부터 다시 멋지진 춤을 한바탕 놀아준다. 스페인에서 관광 온 흥에 겨운 남녀 대학생들이었다.
프라하에서는 곳곳의 아름다운 야경을 위하여 밤마다 건물의 조명을 담당하는 부서가 곳곳마다 따로 있다 한다. 그래서 그 조명도 계절에 따라 달리 하고 있는 모양이다. 보라! 저 환상적인 프라하의 야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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