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차이나 반도 여행(1)
인도차이나 반도여
나라 사람들마다 돈을 모으는 목적이 다르다고 한다.
서구 사람들은 여행을 하기 위하여 저축을 하는데, 중국 사람들은 잘 먹기 위해서라지만 한국 사람들은 좋은 집을 사기 위해서 돈을 모은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서구 사회와 같이 사회보장제도가 잘 되어 있지 않아서 교육비, 의료비 등 모든 것을 국가가 아닌 개인이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든든한 부동산에 묻어두려고 하는 것일 께다.
헌데 노인의 나라에 들어간 내 나이로 하여 얻은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시간적 여유는, 나를 자꾸 불러내는 여정(旅情)의 소리를 자주 듣는다.
여행은 나이 먹는 것이 두려워지는 이 나이에 2001년의 세모(歲暮)를 부픈 마음으로 보내게 하였다. 새해 1월 5일 꿈에 그리던 인도차이나 반도로 여행을 떠나기 때문이다.
계절을 순서대로만 살아온 우리가, 겨울에서 여름 나라로 향하는구나 하는 생각은 즐거움을 더하게 한다.
몇 달 전 큰맘 먹고 어렵게 산 고가(高價) 디지털카메라로 낯선 나라 풍경을 수 천장 이상을 마음 놓고 찍으며 다닐 수 있다는 생각에 수학여행을 앞둔 초등학교 학생처럼 마음이 설렌다.
월남 파병으로 한 때는 우리나라와 총부리를 서로 겨누던 나라 베트남은 남한의 3.5배인 S자형의 가늘고 긴 국토에 7,300만 명이 살고 있다. 우리나라와 같이 음력설, 대보름, 중추절(仲秋節)을 쇠는 유교(儒敎) 국가다.
영화 킬링필드로 널리 알려진 캄보디아는 한반도의 4/5의 국토에 인구 770만 명이 사는 불교 국이다.
오랜 세월 프랑스의 지배를 받아오다가 일본의 식민지가 되었었고, 군사 강국인 베트남에게 계속 시달림을 받고 있는 나라다.
작년에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 캐나다를, 금년에는 세계에서 가장 잘사는 나라 스칸디나비아 다섯 나라를 둘러보고 왔더니, 내년에는 세계에서 가장 못 사는 국민이 사는 나라 인도차이나 반도를 간다.
그중 라오스는 국민 소득 200불 미만의 세계 최빈국으로 평균 수명 46세의 나라다.
그 수도 비엔티엔에 가서 그들의 영욕의 삶을 영상(映像)에 기록하여 올 것이다.
인도차이나 반도는 어떤 모습으로 이 ilman을 기다리고 있을까? 그 모습은 나의 카메라에, 나의 기행문에 어떤 모습으로 담길 것인가?
아오자이의 미녀 스튜어디스
여행은 짐 꾸리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옷가지, 일용품, 비상약, 카메라, 술 등등. 추운 겨울 나라 Korea에서 남쪽 더운 여름 나라 인도차이나 반도로 떠나자니 무엇보다 옷의 안배가 생각대로 만만치가 않았다.
먼저 다녀온 아내의 말에 의하면 캄보디아 같은 나라에서는 일회용 라이터도 충전하고 수리하여 쓴다 하여 볼펜 라이터도 한 30여 개 준비하였다.
떠나는 즐거움으로 일 주일 전부터 준비하면서도, 전처럼 공항에 가서 빠뜨리고 왔다고 후회하지 말아야 하는데-, 돌아올 때 잃지 말아야 할 터인데- 하였다.
'함께 하는 투어 여행에서 만나게 되는 열 사람은 어떤 사람들일까. 작년 노르웨이에서 만난 왕초보 같은 가이드를 만나면 어쩌지?' 하며 은근한 걱정도 앞선다.
일정표에 의하면 인천공항에서 오전 10시 출발하여서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 오후 1시 도착한다니 5시간 걸리겠구나. 도착 시간은 시차가 2시간이나 우리나라보다 앞선. 현지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VN937 베트남 비행기에 오르니 입구에서 붉은 아오자이의 베트남 여인이 우리를 상냥하게 맞는데 그중 하나는 우리 남정네가 부러워하는 늘씬한 키의 미녀였다.
멀리서 보아도 터억- 눈에 뜨이더니 가까이 보니 더욱 아름답다.
이 비행기는 30여 년 전 속초를 오가던 수준의 45인승 제트기로 에어컨도 대형 하나만 있는 모양이다.
창가에 앉은 이는 여행 중 언제나 나에게 즐거움을 주던 상냥한 40대 후반의 골드 미스 최 여선생이었고, 내 옆에는 옛날의 직장 동료인 여행가 장 선생이 앉았고, 나는 통로 편에 앉았는데, 수시로 오가는 아까 그 미녀 이국 스튜어디스가 가끔 겨드랑이 맨살이 살짝 보이는 매혹적인 붉은 아오자이를 입은 히프로 나의 어깨를 툭툭 치고 지나가는 것이 싫지 않았다.
오랜만에 먹는 기내식에다가 미녀가 주는 와인이라 주는 대로 석 잔이나 마시고 보니 취기가 돈다. 술 때문인가 미녀 때문인가.
아오자이에서 ‘아오’란 베트남 말로 ‘옷’이란 말이고, ‘자오’는 길다는 뜻이란다.
국가명이 ‘베트남’으로 바뀔 1802년 무렵 베트남의 한 화가가 중국 여성들이 입는 치파오를 참고하여 베트남에 맞는 옷을 디자인한 옷이 아오자이란다.
무더운 기후를 감안하여 가볍고 시원한 흰 천으로 하고 바람이 통하도록 옆구리 부분을 처리하였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으나 모든 것을 보여 준다.'는 옷으로 여성 특유의 몸매를 드러내 주는 옷이 바로 아오자이다.
처녀들은 아오자이 안에 흰 바지를, 기혼여성은 검은 바지를 입는다. 그 한 쪽을 남자에게 깔고 앉으면 둘이 서로 사랑하고 있는 사이라고.
하노이에서 35km 떨어져 있다는 노바이 공항(Noi Bai Airport)에 도착하니 일국의 수도 비행장 치고는 너무 작고 초라하다. 비행기도 두서너 대 밖에 안 보인다.
게다가 출국 수속에서 만난 군복의 세관원의 무뚝뚝하고 딱딱한 불친절이란, 공산주의 국가에 왔구나 하는 것을 실감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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