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man의 세계여행(1)

동유럽 여행()/ilman의 카페

ilman 2012. 12. 7. 10:12
 
 일만의 카페

 우리가 동유럽 여행 내내 타고 가는 관광버스는 45인승에 28명이 타고 가는데 기사는 50대 초반의 성격이 넉넉한 뚱뚱보 체코 도베스씨였다. 우리가 돌아볼 6개국 중 물가와 임금이 싼 체코인을 기용한 것 같았다.
함께 여행하는 이는 주로 50대 내외의 여성들로서, 자식들을 막 고등학교를 졸업시키고 대학에 보낸 학부형들 14명, 친구와 함께 온 60대 내외 두 부부, 77세 희수를 맞는 노부부, 군의관으로 휴가 나온 의사 부부, 나와 같이 아내와 함께 한 두 부부 등으로 이질적인 집단이어서인가 아침마다 양보는 저리 두고자리 다툼이 심했다.
 좋은 앞자리를 가장 나이 많은 노인에게 양보하려는 그런 사람들도 없었고, 일본인들처럼 돌아가면서 좋은 자리를 번갈아 타는 그런  양보하는 그런 사람도 없었다.
그보다는 오히려 앉았던 앞 자리를 다시 차지하려고 일부러 모자나 우산을 전날에 두고 내리곤 하다가는 뜻대로 되지 않았을 때는 신경질을 내는 사람도 있는 이질적인 집단과의 여행이었다.
 자리를 두고도 서서 가는 여고생이나, 전철에서 자리에 앉아 그림처럼 비스듬히 그 예쁜 종아리를 옆으로 나란히 세워 놓는 처녀들도 아니고, 8팔자로 다리를 쩍 벌리고 남이 듣던 말든 건너편 의자에 앉은 자기네들끼리 큰소리로 떠들어 대는 그런 나이의 아줌마들이라서, 몇 사람을 제외하고는 한 번만 만나고 헤어지는 것이 전혀 아쉽지 않은 그런 전형적인 부인들이 많았다.
그러나 그들과 다투어 가며 여행 내내 뒷자리나마 두 자리를 혼자 쓸 수 있도록 마련해 주는 아내 덕분에 나는 아침마  다 자리에 카페를 차릴 수 있었다. 아내는 이를 'ilman 카페'라 하였다.


동유럽 관광버스에 카페를 차립니다.
디카와 켐코드에 녹음기도 있습니다.
차창 밖
산하경(山河景)안주하며
마실 맥주도 있답니다.
 
  물 값과 맥주 값이 같은 나라에 와서 나는 생각대로 여행 내내 1유로의 맥주를 마시며 행복한 여행의 나날을 이 까페에서 즐겼다. 독일까지 차를 몰고 온 체코 운전기사가 싣고 와서 파는 맥주는 500ml의 큰 깡통 맥주였는데도 물과 같  은 1유로(1,450원)에 팔았다.
  생각하여 보라. 이국인 체코 기사가 모는 관광 버스를 타고, 값싼 체코 맥주를 마음껏 들면서. 이국 산하를 눈 안주 삼아 열심히 켐코더를 촬영하며, 수첩에 감흥을 끄적이기도 하고, 피곤하면 배낭을 베고 잠들면서 천하를 누비며 달려왔 다가 황급히 지나가는 낯선 풍경을 때때로 시(詩)로 끄적이면서 달려가는 ilman의 모습을-.
  동유럽 버스는 2시간마다 쉬어 가도록 되어 있는 고속버스 휴게소에서는 매정하게도 서유럽처럼 화장실에서 요금을 받았다. 대개 0.5유로(750원)를 내는데 그 때마다 억울하기도 하고 아깝기도 하였다. 돈을 내고 화장실을 이용하다보니 더욱 오줌이 자주 마려웠다. 게다가 맥주를 마시다 보니 내 경우에는 더하였다.
그래서 '버스가 출발한 한 시간 정도 뒤에 맥주를 마시자. 하였지만 비상시의 대책을 세워 놓지 않을 수가 없었다. 술꾼의 비극은 모든 잘못이 술의 탓으로 항상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먹은 맥주 깡통 윗부분을 적당히 잘라 옛날의 요강처럼 소변기로 쓸 수 있게 만드는 일이다.
그런데 달리는 버스에서 이를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 거지? 나는 갑자기 맥가이버가 되어가고 있었다.
외화를 절약하는 해우(解憂)를 위해서, 즐거운 음주여행을 위해서-. 이렇게 한 유비무환(有備無患)의 준비는 여행 내내 이용은 못해 봤지만 얼마나 든든했던지-.
  체코 국경을 앞두고 독일의 드레스덴(Dresden)을 지난다.
엘베 강 가에 있는 이 도시는 슬라브어로 '숲속의 사람'이라 일컬어질 정도로 아름다워서 '독일의 엘베 강의 피렌체'라고 일컬어지는 작센 주의 주도(州都)이다.
츠빙거궁전과 왕성(王城)과 루벤스, 렘브란트의 그림을 소장했다고 자랑하는 미술관이 있는 이 예술과 음악의 도시는 7년 전쟁과 나폴레옹 계승 전쟁 때 전쟁터이기도 하였다.
그보다 드레센시는 1945년 2월 12일부터 14일까지 미.영 폭격기 800대가 3차례의 파상적인 폭격을 하여 도시 전체가 잿더미가 되는 참화를 입었다. 이때 죽은 사람만도 4만 명이 넘는 비극의 도시였지만 그 아픔을 딛고 일어나 옛날 그대로 복원하여 독일 국민의 저력을 보여준 도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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