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산 산행 Photo 에세이
<2010년 1월 19일 태백산/유일사매표소→유일사→주목군락→장군봉(정상)→천제단→만경사→당골/ 산속 세계 따라>
*. 유일사 등정길
태백산 등산 코스는 5개가 있다.
유일사코스: 매표소입구→유일사쉼터→장군봉→1.7km 천재단(4km/2시간)
백단사 코스: 백단사 입구→반재→만경사→천재단(4km/2시간)
당골 코스: 당골광장→반재→만경사→천재단(4.4km/2시간 30분)
문수봉 코스:당골광장 →제당골 →문수봉 →천제단(4km/2시간)
사길령 코스: 사길령 입구→유일사 쉼터→장군봉→천재단(4.7km/2시간 40분)
태백산을 관광으로 갔거나 승용차를 몰고 등산을 할 경우에는 원점 산행을 위해서 볼거리가 많은 당골 코스로 가야 하지만, 우리들은 유일사 매표소(해발 880m)를 들머리로 등산을 시작한다.
들머리가 해발 800m가 넘으니 700m만 오르는 것이니 크게 힘든 산은 아니다.
이 코스는 주목군락지를 거쳐서 장군봉과 천제단을 보고 만경사를 지나 단군성전과 석탄박물관 그리고 내일(1월 20일)부터 시작된다는 눈 조각축제를 볼 수도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산악회가 선호하는 코스다.
*. 도립공원 태백산(太白山) 이야기
태백산은 백두산과 더불어 우리 민족에게는 신성시 되는 태백산맥과 백두대간의 중추가 되는 민족의 영산인 도립공원이다.
한국의 국립공원은 대부분 한반도의 척추인 백두대간 중의 큰 산을 중심으로 지정된 산들이다.
백두산에서 설악산, 오대산을 따라 태백산까지 흘러가가는 백두대간은 월악산, 속리산을 지나 지리산으로 이어진다.
그중 태백산맥과 소백산맥이 갈라지는 곳에 있는 산이 태백산(1,567m)이다.
그래서 환경부는 태백산 국립공원 추가 지정을 놓고 타당성을 조사하여 21번째 국립공원으로 태백산을 지정하고자 하였으나, 오히려 태백시 의회와 사회단체 그리고 주민의 집단적 반발로 인하여 중단하고 말았다.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 영월군 상동에 있는 공군사격장 이전도 문제가 되지만, 그보다 태백산 주변의 각종 개발에 제약을 받고, 휴양도시 건설이 불가능하다는 등의 지역적인 이해타산의 이유에서였다. 게다가 지금처럼 도립공원이라도 2009년에 43만여 명의 찾을 정도로 유명한 산이라는 때문인 것 같다.
*.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 사는 주목(朱木) 이야기
“어디서 오셨습니까?"/ ”부산, 진해, 대구, 온양, 발안에서 오셨다구요. 저는 산에서 온 사람입니다. 일산(一山)이란 산 말입니다. 하하. “
금년은 유난히 춥고 전국적으로 폭설에 가까운 눈이 많이 내려서 설화(雪花)를 구경하러 전국에서 눈의 나라 태백산에 온 사람이 많았다.
그러나 올 겨울 영동 지방에는 건조주의보가 내릴 정도로 비와 눈이 적게 내려서, 눈의 나라 태백은 기대하던 설화는 없었지만 처음서부터 끝까지 눈길이어서 초입에서부터 아이젠을 하여야만 했다.
유일사 매표소에서 유일사(柳一寺)까지는 2.3km로 45분 거리다.
거기서 '500m 오르면 갈림길에 이정표가 있다.
'유일사 2km, 천제단 3.6km/유일사 매표소 0.5km/유일사 쉼터 1.8km'
거기서 유일사 쉼까지도 임도로 집차가 오를 수 있는 완만한 경사길이지만 이 길로는 유일사로 짐을 실어 나르는 삭도(索道)를 따라 100m를 내려가서야 유일사를 볼 수 있는 게 흠이 있다.
유일사 쉼터(해발1260m에)까지는 등산 초보자나 가족 산행지로 적합할 만큼 경사가 완만하다. 이 쉼터는 사길령 매표소에서 2.4 km 오르는 길과 합류점이기도 했다.
*.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 사는 주목 군락지
유일사쉼터부터는 차도를 버리고 등산길로 접어드는 가파른 오름길이 시작된다.
드디어 커다란 주목을 보니 주목군락지가 가까운가 보다.
여기에 4,000여 구루의 주목이 있다.
제일 처음 보는 주목은 '수령 600년, 수고 9m로 '표고가 700m 이상의 고산에서 자생하는 상록교목이다.
상록(常綠)이란 늘 푸른 나무요, 교목(喬木)이란 키 작은 관목(灌木)의 대가 되는 말이다. 줄기가 곧고 굵게 높이 자라는 나무로 소나무와 같이 위쪽에 가지가 많은 키가 큰 나무를 말한다.
그 줄기와 가지가 적갈색인 데다가 붉은빛의 염료로 쓰이기 때문에 붉을 '朱'(주) 주목이라고 하는 나무다.
주목은 4월이면 꽃이 피고 10월에 붉은 열매를 맺는다.
열매는 독이 있어 먹으면 설사를 한다. 한방에서는 그 잎을 말려 신장병에 사용한다 하니 잘 먹으면 약이 되고 잘못 먹으면 병이 된다는 말이 주목 열매를 보면 실감 난다.
주목은 설악산, 오대산, 소백산과 같이 한랭한 고산지대에서 자라는 나무로 남방 한계선으로 소백산 희방사 이남에는 없는 나무다.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 산다는 태백산 주목에도 쓰러지지 말라고 깁스를 하여 놓았고, 고사목도 있는 것을 보니 생명체의 유한성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한다.
*. 천제단[天際壇) 장군단(將軍壇)
주목군락지를 지나니 정상에 우뚝 돌탑 같은 것이 있다. 여기가 태백산 최고봉인 장군봉(1566.7m)이다.
드디어 나는 한국에서 7번째로 높다는 태백산에 오른 것이다.
한국의 높은 산 순위는
1위 한라산 1,950m제주도[국립공원]
2위 지리산(천왕봉) 1,915m전남 구례, 전북 남원, 경남 함양, 산청, 하동[국립공원]
3위 설악산(대청봉) 1,707.9m 강원 속초, 인제, 양양[국립공원]
4위 덕유산 1,614m 전북 무주, 장수, 경남 거창, 함양 [국립공원]
5위 계방산 1,577m 강원 홍천 내면, 평창 진부면
6위 함백산 1,573m 강원 정선 고한읍, 태백
7위 태백산 1,566.7m 강원 태백, 경북 봉화 석포면[도립공원]
8위 오대산 1,563.4m 강원 홍천 내면, 평창 진부면, 도암면[국립공원]
그 태백산 정상에 둘레 20m, 높이 2m의 장방형의 장군단(將軍壇)이 있다.
우리의 조상들의 제천의식(祭天儀式)이 거행되던 곳인데 지금까지 실제로 행하여지는 곳은 여기서 300m 아래에 천제단에서였다.
그런데 장군단 제단 위에는 돌 셋을 정성껏 세워 모셨는데 이는 무엇을 상징하는 돌일까?
여기가 태백산 천제단(天祭亶)이니 우리의 국조 단군왕검과 관련한 환인(桓因), 환웅(桓雄), 단군(檀君)을 상징하는 것 같다. 불교의 윤회사상에 의하면 생명체는 육도윤회(六道輪廻)가 있어 여섯 가지 세상에 번갈아 태어나고 번갈아 죽어 간다는 것이다.
그중 가장 불행한 곳이 육체적인 고통을 받는 지옥도(地獄道) 요, 다음이 굶주림의 고통을 받는다는 아귀도(餓鬼道)다.
육도 중 가장 행복한 곳이 하늘나라 천도(天道)이고 다음이 인간 세상인 인도(人道)다.
단군 신화에 의하면 그 셋째인 축생도(畜生道)에 있는 곰이 인도(人道)의 세계의 여자로 태어난 것만 해도 커다란 축복인데, 게다가 하느님인 환인의 아들 환웅과 결혼을 하였으니 우리 배달민족은 복에 복을 더 받은 민족이니 어찌 감축하지 않으랴.
그리 생각하니 천제단 앞에서 감사의 기원을 드리지 않을 수 없구나.
안도(人道)에서 사람으로 태어나게 하여 주신 것, 그 중에도 남자로 태어나게 하여 주신 것,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 되게 하여 주신 점을-. 그러다 보니 흥겨워진다.
천제단(1560m), 문수봉(1517m) 보다 높은 봉이라서
장군봉(1567m) 정상에도 장군 제단을 차렸지요.
천제단(天祭壇)
거기만 가시고
아니 올까 두려워서.
거기서 우리 민족의 얼이 어린 천제단(국가지정 중요 민속자료 제228호)으로 향한다. 한 반도에서 제단으로는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둘레 27.5m 높이 34m, 좌우 폭 7.3m의 자연석으로 타원형으로 단군 조선 시대 구을 임금이 쌓았다고 전해오는 제단이다.
담은 타원형으로 하늘을, 제단은 네모로 땅을 구도로 하였으니 이는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지다고 생각한 옛 조상들의 천원지방(天圓地方)의 사상 때문이다.
삼국사기를 비롯한 옛 기록에
"신라에서는 태백산을 3산 5악(三山五岳) 중의 하나인 북악(北岳)이라 하고 제사를 받들었다"라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미루어 태백산은 민족의 영산(靈山)으로 섬겨 왔다.
*. 단종(端宗) 이야기
천제단에서 직진하여 능선 따라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문수봉(1,517m)을 가고 싶지만 500m 아래에 있는 망경사(望鏡寺)로 향한다. 만경사 근처에 있는 있는 단종비각(端宗碑閣)을 보고 싶어서다.
1,300여 년 전 신라 28대 진덕 여왕 무렵. 함백산 정암사에서 말년을 보내던 자장율사(慈裝律師)가 만경대 건너편 봉에 문수보살 석상(石像)이 나타났다는 말을 듣고 만경대에 암자를 지어 그 석상을 모셨는데 그 암자가 월정사의 말사인 망경사(望鏡寺)라 한다.
이 절에서 유명한 것은 낙동강의 발원지 중의 하나라는 용왕각(龍王閣)이다. 물이 차고 맛이 좋아 한국의 100대 명수 중에 하나로 꼽히는 샘이다.
*. 단종과 태백산
천제단에서 500m라는 이정표 따라 가파른 내리막길이 다한 곳 우측에 보이는 것이 단종비각(端宗碑閣)이다.
조선 6대 왕인 단종이 영월에 유배되자 고을 추익한(秋益漢) 전 한성부윤이 태백산 머루 다래를 따서 자주 진상(進上)하였는데 어느 날 꿈에 산과(山果)를 진설하려 영월로 가는 길에 곤룡포 차림으로 백마를 타고 태백산으로 오는 단종을 만나게 되었다.
그날이 단종이 승하하신 날이었다.
이곳 주민들은 태백산 산신령으로 오신 것이라고 매년 음력 9월 3일에 제를 지내고 있다. 이곳 단종 비각은 1955년 망경사 박묵암 스님이 건립하고 비문 '朝鮮國太白山端宗大王之碑'는 오대산 월정사 탄허 스님의 친필이다.
세상에 가장 무서운 것이 배반이다. 그것도 혈육의 배반은 골육상쟁으로 비극 중에 비극이다.
단종이 작은 아버지 수양대군에게 억울하게 왕위를 빼앗기고, 영월 청령포에 귀양 와서 살다가 17세에 죽임을 당한 단종의 마음은 어떠하였을까.
그래서 항상 죽음을 염두에 두고 하던 말이 ''내가 죽거든 저 태백산의 산신이 되고 싶다' 하는 유언을 하였다는 말이다..
죽은 단종의 혼백이 지금의 어라현을 지나게 되었다.
단종은 그 경치가 너무 좋아서 "이곳은 신선이 살 만한 곳이라 하여 여기에 머물겠다." 하였다. 이때 갑자기 물살이 갈라지면서 크고 작은 물고기 떼가 줄을 지어 이어 늘어서더니 단종께 아뢰는 것이었다.
"대왕께서는 한 나라를 다스릴 임금님이신데 억울하게 승하하셨으니 영계(靈界)에서라도 통치하셔야 하옵니다. 부디 태백산 산신령이 되셔서 태백산맥이 미치는 모든 곳을 다스려야 하옵니다. 이는 하늘의 뜻이오니 곡 태백산으로 가시옵소서."
- 한국지명의 신비(김기빈 저)
이 천제단 등과 망경대는 태백시 소도동에 있다.
그 주소 '所道'(소도)는 그 음이 '蘇塗'(소도)와 같은 것이 그냥 우연이었을까.
'소도'란 삼한 때 각 고을에다가 방울과 북을 단 큰 나무를 세우고 신에게 제사하던 곳이나 일을 말한다.
제사 지낼 때에는 아무리 큰 중죄인이 있더라도 이 소도 구내에서는 잡아갈 수 없는 치외 법권적인 신성한 지역이었다.
옛날에 개인의 가정에서 경사나 기도를 드릴 때에 임시로 세우는 신간이요, 마을의 동구에 세우는 솟대요, 과거에 급제한 자가 자기 집 문 앞이나, 마을 입구나 산소에 세우던 화주(華柱)가 곧 소도(蘇塗)이다.
이렇게 태백산은 그 이름처럼 우리 민족과 역사를 함께 하여온 성스러운 산이었던 것이다.
*. 저승과 이승을 오가다 오른 태백산
태백산은 나에게는 각별한 인연이 있는 산이다.
어느날 갑자기 백혈 병동에 입원하여 죽음의 높은 고비를 오르내리다가 퇴원하였다. 자유롭게 걷기조차 어렵던 1998년 여름의 나의 병상일기가 그 사연을 이렇게 이야기해주고 있다.
"나는 지금 이승과 저승의 어디쯤에 와 있는 것인가. 머리를 빡빡 깎고 우두커니 앉아있는 환우(患友)들을 바라보니 각가지 두려운 생각이 엄습하여 온다.
난생처음 응급실에서 밤을 지새우고 있을 때 울면서 염불하고 있는 아내 옆에서의 감회를 정리하여 보는 것으로 공포를 잊고자 노력하였다.
하나, 둘' 셋----.
응급실에 누워
먼저 간 친구를 하나하나 헤아려 본다.
여기는
이승과 저승의 갈림길.
아픔과 죽음을 복습 예습하는 곳.
병문안도 올 수 없는
환자와 돈과 싸우는 간병인의 전쟁 터.
어느 날 갑자기 죄인이 되어버린
미안한 수혜자(受惠者)에게
삶을 더 사랑하게 된 아담 이브들에게
눈감으면 까만 축복이 내린다.
퇴원하면 알에서
깨어나리라.
그 알 속에 다시 들어가기 위해.
시혜자(施惠者) 쪽에 서는
세상의 간병인으로 태어나리라.
-1998. 5.6(화)
그해 겨울 퇴원하여, 불편한 몸을 이끌고 겨울 산 태백산을 넘어 보았고 그래서 내가 살았다는 것을 확인한 산이 바로 태백산이다.
태백산은 설악산 같이 빼어난 산도, 지리산 같이 장엄한 산도 아니었고, 도봉산 같이 아름답지도 아니한 그냥 평범한 대표적인 육산(肉山)일 뿐이었다.
물 같고 쌀밥 같은 맛이 아닌 멋. 어머니란 이름처럼 미를 초월한 그리움. 무엔지 그리울 때 기대보고 싶은 아버지와 같은 그런 산이었다. 그런 내가 고희를 훨씬 넘긴 12년만에 태백산에 다시 왔으니 어찌 감회가 없을까?
태백산(太白山)에
눈꽃 보러 찾아 갔더니
가지란 가지가 모두 흰 눈을 벗은 얼굴로 맞아서
죄 없는 흰 눈만 원 없이 밟다 왔습니다.
무릎보호대 하고 기를 써서
천제단(天祭壇) 오름 길에 만난 주목 중에는
시멘트로 깁스한 늙은 주목,
고사목(枯死木)도 많아서
100년도 못 사는 내가
살아 천년(千年)에
죽어도 천년 산다는 주목에게 물었습니다.
주목(朱木)도 늙는가.
우리들처럼 그대들도 죽는가.
이 몸은 살아생전 태백산 주목을 보고 가네만
그대들은 살아 천년 동안 무엇을 보았다고 말하겠는가.
묻는 이 있거든 전해 주게나.
세상에서 산(山)을 그중 사랑하던 이가
우리를 보고 갔다고.
오늘은 '산속 세계 속'에
태(太)
백(白)
산(山)의 행복한 하루더라고.
-경인년 1월 '태백산에서'
---------------------------------------------------------------------------------------------------원본 원고----------
태백산(太白山)
<2010년 1월 19일 태백산/유일사 매표소→유일사→주목 군락
→장군봉(정상)→천제단→만경사 →당골/ 산속 세계 따라>
*. 유일사(唯一寺) 등정길
태백산 등산 코스는 5개가 있다.
유일사 코스: 매표소 입구→유일사 쉼터→장군봉→1.7km 천재단(4km/2시간)
백단사 코스: 백단사 입구→반재→망경사→천재단(4km/2시간)
당골 코스: 당골광장→반재→망경사→천재단(4.4km/2시간 30분)
문수봉 코스: 당골광장 →제당골 →문수봉 →천제단(4km/2시간)
사길령 코스: 사길령 입구→유일사 쉼터→장군봉→천재단(4.7km/2시간 40분)
태백산을 관광버스로 갔거나, 승용차를 몰고 등산을 할 경우에는 원점 산행(原點山行)을 위해서 볼거리가 많은 당골 코스로 가야 한다. 태백산의 무속인들이 신성시하는 당골에서 산 기도를 드리면 신기(神氣)가 한국의 어느 산보다도 기(氣) 충전이 잘 되는 곳으로 많은 무속인들이 믿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들은 유일사 매표소(해발 880m)를 들머리로 등산을 시작한다.
들머리가 해발 800m라니 태백산(1,567m) 정상까지는 700m만 오르는 것이니 태백산은 크게 힘든 산이 아니다.
이 코스는 주목(朱木) 군락지를 거쳐서 장군봉(1,566.7m)과 천제단(天祭壇, 1,560.6m)을 보고 문수봉(文殊峰, 1,517m)을 건너다보며 망경사(望鏡寺)를 지나 단군성전(檀君聖殿)과 석탄박물관 그리고 내일(1월 20일)부터 시작된다는 ‘눈 조각 축제’를 볼 수도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산악회가 선호하는 한국의 대표 겨울산 코스다.
*. 도립공원 태백산 이야기
태백산은 백두산과 더불어 우리 민족에게는 신성시되는 태백산맥(太白山脈)과 백두대간(白頭大幹)의 중추가 되는 민족의 영산이다.
한국의 국립공원은 대부분 한반도의 척추인 백두대간 중의 큰 산을 중심으로 지정된 산들이다.
백두산에서 설악산, 오대산을 따라 태백산까지 흘러가가는 백두대간은 월악산, 속리산을 지나 지리산으로 이어진다.
그중 태백산맥과 소백산맥이 갈라지는 곳에 있는 산이 태백산(太白山, 1,567m)이다.
그래서 환경부는 태백산 국립공원(太白山國立公園) 추가 지정을 놓고 타당성을 조사하여 21번째 국립공원으로 태백산을 지정하고자 하였으나, 오히려 태백시의회와 사회단체 그리고 주민의 집단적 반발로 인하여 중단하고 말았다.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 영월군 상동에 있는 공군사격장 이전도 문제가 되지만, 그보다 태백산 주변의 각종 개발에 제약을 받고, 휴양도시 건설이 불가능하다는 등의 지역적인 이해타산의 이유에서였다.
게다가 태백산은 도립공원(道立公園)이지만 2009년에 43만여 명의 찾을 정도로 유명한 산이기 때문에 구태여 국립공원으로 지정할 필요가 없다는 배부른 이유에서다.
*.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 사는 주목(朱木) 이야기
“어디서 오셨습니까?" ”부산, 진해, 대구, 온양, 발안에서 오셨다고요. 저는 산에서 온 사람입니다.
‘일산(一山)’이란 산(山) 말입니다. ㅎ ㅎ~.
금년은 유난히 춥고 전국적으로 폭설에 가까운 눈이 많이 내려서 설화(雪花)를 구경하러 전국에서 눈의 나라 태백산에 온 사람이 많았다. 그러나 올 겨울 영동 지방에는 건조주의보가 내릴 정도로 비와 눈이 적게 내려서, 눈의 나라 태백산에도 기대하던 설화는 없었지만 처음서부터 끝까지 눈길이어서 초입에서부터 아이젠을 착용하여야 했다.
유일사 매표소에서 유일사(唯一寺)까지는 2.3km로 45분 거리다. 거기서 500m 오르면 갈림길에 이정표가 있다. '유일사 2km, 천제단 3.6km/유일사 매표소 0.5km/유일사 쉼터 1.8km'
유일사 쉼까지도 임도(林道)로 지프차가 오를 수 있는 완만한 경사길이지만 이 길로는 유일사로 짐을 실어 나르는 삭도(索道)를 따라 100m를 내려가서야 유일사(唯一寺)를 볼 수 있는 게 흠이다.
유일사 쉼터(해발 1,260m에)까지는 등산 초보자나 가족 산행지로 적합할 만큼 경사가 완만하다.
이 쉼터는 사길령 매표소에서 2.4m 오르는 길과 합류점이기도 했다. 유일사 쉼터부터는 차도를 버리고 등산길로 접어드는 가파른 오름길이 시작된다. 드디어 커다란 주목을 보니 주목군락지가 가까워졌나 보다.
여기에는 4,000여 그루의 주목이 있다.
제일 처음 보는 주목(朱木)은 '수령 600년, 수고 9m로 '표고가 700m 이상의 고산에서 자생하는 상록교목이다.
상록(常綠)이란 늘 푸른 나무요, 교목(喬木)이란 키 작은 관목(灌木)의 대가 되는 말이다. 주목(朱木)이란 줄기가 곧고 굵게 높이 자라는 나무로 소나무와 같이 위쪽에 가지가 많은 키가 큰 나무를 말한다.
그 줄기와 가지가 적갈색인 데다가 붉은빛의 염료로 쓰이기 때문에 붉을 '朱'(주), 주목(朱木)이라고 하는 나무다.
주목은 4월이면 꽃이 피고 10월에 붉은 열매를 맺는다. 열매는 독이 있어 먹으면 설사를 한다. 한방에서는 그 잎을 말려 신장병(腎臟病)에 사용한다 하니 잘 먹으면 약이 되고 잘못 먹으면 병이 된다는 말이 주목 열매를 두고 하는 말 같다.
주목은 설악산, 오대산, 소백산과 같이 한랭한 고산지대에서 자라는 나무로 남방 한계선으로 소백산 희방사 이남부터는 없는 나무다.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 산다는 태백산 주목에도 쓰러지지 말라고 깁스를 하여 놓았고, 고사목(枯死木)도 있는 것을 보니 생명체의 유한성을 다시 한번 느끼겠다.
*. 천제단(天祭壇, 1,560.6m)과 장군단(將軍壇, 1.566.7m)
주목군락지를 지나니 정상에 우뚝 돌탑 같은 것이 있다. 여기가 태백산 최고봉인 장군봉(1566.7m)이다.
드디어 나는 한국에서 7번째로 높다는 태백산에 오른 것이다.
한국의 높은 산(山) 순위는 1위 한라산 1,950m 제주도[국립공원], 2위 지리산(천왕봉) 1,915m, 전남 구례, 전북 남원, 경남 함양, 산청, 하동[국립공원], 3위 설악산(대청봉) 1,707.9m, 강원 속초, 인제, 양양[국립공원] ,4위 덕유산 1,614m, 전북 무주, 장수, 경남 거창, 함양 [국립공원], 5위 계방산 1,577m, 강원 홍천 내면, 평창 진부면, 6위 함백산 1,573m, 강원 정선 고한읍, 태백, 7위 태백산 1,566.7m, 강원 태백, 경북 봉화 석포면[도립공원], 8위 오대산 1,563.4m, 강원 홍천 내면, 평창 진부면, 도암면[국립공원].
그 태백산 정상에 둘레 20m, 높이 2m의 장방형의 장군단(將軍壇)이 있다.
우리의 조상들의 제천의식(祭天儀式)이 거행되던 곳인데, 지금까지 행하여지는 곳은 여기서 300m 아래에 천제단에서였다. 그런데 장군단 제단 위에는 돌 셋을 정성껏 세워 모셨는데 이는 무엇을 상징하는 돌일까?
우리의 국조 단군왕검과 관련한 환인, 환웅, 단군을 상징하는 것이다. 불교의 윤회사상에 의하면 생명체는 육도윤회(六道輪廻)가 있어 여섯 가지 세상에 번갈아 태어나고 번갈아 죽어 간다는 것이다.
그중 가장 불행한 곳이 육체적인 고통을 받는 지옥도(地獄道) 요, 다음이 굶주림의 고통을 받는다는 아귀도(餓鬼道)다.
육도 중 가장 행복한 곳이 하늘나라 천도(天道)이고 다음이 인간 세상인 인도(人道)다.
단군 신화에 의하면 그 셋째인 축생도(畜生道)의 곰이 인도(人道)의 세계에선 여자로 태어났다.
그것만 해도 곰에게는 커다란 축복인데, 게다가 하느님인 환인(桓因)의 아들 환웅(桓雄)과 결혼을 하였으니 이로 보면 우리 배달민족은 천손(天孫)으로 복에 복을 받은 민족이니 어찌 감축하지 않으랴.
그리 생각하니 천제단 앞에서 감사의 기원을 드리지 않을 수 없다. 사람으로 태어나게 하여 주신 것, 남자로 태어나게 하여 주신 것,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 되게 하여 주신 점을-.
천제단(1,560m), 문수봉(1,517m) 보다 높은 봉이라서 장군봉(1,567m) 정상에도 장군 제단을 차렸네요. 천제단(天祭壇) 거기만 가시고 아니 올까 두려워서.
거기서 우리 민족의 얼이 어린 천제단(天祭壇, 국가지정 중요 민속자료 제228호)으로 향한다. 한 반도에서 제단으로는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둘레 27.5m 높이 34m, 좌우 폭 7.3m의 타원형 자연석으로 단군 조선시대 구을 임금이 쌓았다고 전해오는 제단이다. 담은 타원형으로 하늘을, 제단은 네모로 땅을 상징하는 것이다.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지다고 생각한 옛 조상들의 천 원 지방(天圓地方)의 사상 때문이다.
앞서 말한 대로 제천의식은 천제단(天祭壇)을 중심으로 장군단(將軍壇), 하단(下壇) 세 곳에서 거행하였는데, 그중 거국적인 제례는 천제단에서 거행하였다.
천제단은 강원 도민 체육대회의 성화 채화 장소이기도 하다. 삼국사기를 비롯한 옛 기록에 "신라에서는 태백산을 3 산 5악(三山五岳) 중의 하나인 북악(北岳)이라 하고 제사를 받들었다"라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미루어 보면 우리 민족은 태백산을 민족의 영산(靈山)으로 섬겨 온 것이다.
*. 단종(端宗)과 태백산(太白山)
천제단에서 직진하여 능선 따라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문수봉(1,517m)을 가고 싶지만, 500m 아래에 있는 망경사(望鏡寺)로 향한다. 망경사 근처에 있는 있는 단종비각(端宗碑閣)이 보고 싶어서다.
1,300여 년 전 신라 28대 진덕여왕 무렵. 함백산 정암사(淨岩寺)에서 말년을 보내던 자장율사(慈裝律師)가 망경대 건너편 봉에 문수보살 석상(石像)이 나타났다는 말을 듣고 망경대에 암자를 지어 그 석상을 모셨는데 그 암자가 월정사의 말사인 망경사(望鏡寺)라 한다.
이 절에서 유명한 것은 낙동강의 발원지 중의 하나라는 용왕각(龍王閣) 때문이기도 하다. 물이 차고 맛이 좋아 한국의 100대 명수 중에 하나라는 샘이다.
천제단에서 500m라는 이정표 따라 가파른 내리막길이 다한 곳 우측에 보이는 것이 단종비각(端宗碑閣)이다.
-조선 6대 왕인 단종이 영월에 유배되자 고을 추익한(秋益漢) 전 한성부윤이 태백산 머루 다래를 따서 자주 진상(進上)하였는데, 어느 날 추익한의 꿈에 산과(山果)를 진설하려고 영월로 가는 길에 곤룡포 차림으로 백마를 타고 태백산으로 오는 단종을 만나게 되었다.
그날이 단종이 승하하신 날이었다. 이곳 주민들은 이를 단종이 돌아가시어 태백산 산신령으로 오신 것이라고 매년 음력 9월 3일에 제를 지내고 있다.
이곳 단종 비각은 1955년 망경사 박묵암 스님이 건립하였는데 그 비문 '朝鮮國太白山端宗大王之碑'는 오대산 월정사 서예가 탄허 스님의 친필이다. 세상에 가장 무서운 것이 배반이다. 그것도 혈육의 배반은 골육상쟁(骨肉相爭)으로 비극 중에 비극이다.
단종이 작은 아버지 수양대군에게 억울하게 왕위를 빼앗기고 영월 청령포에 귀양 와서 살다가 17세에 죽임을 당하였으니 당시에 단종의 마음은 어떠하였을까.
-그래서 항상 죽음을 염두에 두고 하던 말이 ''내가 죽거든 저 태백산의 산신이 되고 싶다' 하는 유언을 하였다는 말이 전하여 온다. 죽은 단종의 혼백이 지금의 어라현을 지나게 되었다. 단종은 그 경치가 너무 좋아서 "이곳은 신선이 살 만한 곳이라 하여 여기에 머물겠다." 하였다. 이때 갑자기 물살이 갈라지면서 크고 작은 물고기 떼가 줄을 지어 이어 늘어서더니 단종께 아뢰는 것이었다. "대왕께서는 한 나라를 다스릴 임금님이신데 억울하게 승하하셨으니 영계(靈界)에서라도 통치하셔야 하옵니다. 부디 태백산 산신령이 되셔서 태백산맥이 미치는 모든 곳을 다스려야 하옵니다. 이는 하늘의 뜻이오니 꼭 태백산으로 가시옵소서." - 한국 지명의 신비(김기빈 저)
이 천제단과 망경대는 태백시 소도동에 있다. 그 주소 所道(소도)는 그 음이 '蘇塗(소도)'와 같은 것이 그냥 우연만이 아닌 것 같다.
'소도란' 삼한 때 각 고을에다가 방울과 북을 단 큰 나무를 세우고 신에게 제사하던 곳이나 일을 말한다.
제사 지낼 때에는 아무리 큰 중죄인이 있더라도 이 소도 구내에서는 잡아갈 수 없는 치외 법권적인 신성한 지역이었다. 이렇듯 소도란 옛날에 개인의 가정에서 경사나 기도를 드릴 때에 임시로 세우는 신간(神竿)이요, 마을의 동구에 세우는 솟대요, 과거에 급제한 자가 자기 집 문 앞이나, 마을 입구나 산소에 세우던 화주(華柱)가 곧 소도다.
이렇게 태백산은 그 이름처럼 우리 민족과 역사를 함께 하여온 성스러운 산이었던 것이다.
저승과 이승을 오가다 오른 나의 태백산은 나에게는 각별한 인연이 있는 산이다.
직장에서 정년 할 무렵 갑자기 백혈병(白血病)으로 여의도 성모병원에 입원하여 죽음의 높은 고비를 오르내리다가 퇴원하였다. 퇴원 후 자유롭게 걷기조차 어렵던 1998년 여름의 나의 병상일기가 그 사연을 이렇게 이야기해주고 있다.
-"나는 지금 이승과 저승의 어디쯤에 와 있는 것인가. 머리를 빡빡 깎고 우두커니 앉아있는 환우(患友)들을 바라보니 각가지 두려운 생각이 엄습하여 온다. 무균병실(無菌病室)에서는 며칠마다 죽음을 찾아 퇴원하는 사람이 있다.
난생처음 응급실에서 밤을 지새우고 있을 때 울면서 염불하고 있는 아내 옆에서의 감회를 정리하여 보는 것으로 공포를 잊고자 노력하였다.
하나, 둘, 셋~. 응급실에 누워 먼저 간 친구를 하나하나 헤아려 본다.
여기는 이승과 저승의 갈림길.
아픔과 죽음을 복습 예습하는 곳.
병문안도 올 수 없는 환자와 돈과 싸우는 간병인의 전쟁 터.
어느 날 갑자기 죄인이 되어버린 미안한 수혜자(受惠者)에게
삶을 더 사랑하게 된 아담 이브들에게
눈감으면 까만 축복이 내린다.
퇴원하면 알에서 깨어나리라.
그 알 속에 다시 들어가기 위해.
시혜자(施惠者) 쪽에 서는
세상의 간병인(看病人)으로 태어나리라.
-1998. 5.6(화)
그해 겨울 퇴원하여, 불편한 몸을 이끌고 겨울 산 태백산을 넘어 보았고 그래서 내가 살았다는 것을 확인한 산이 바로 태백산이다.
태백은 설악산 같이 빼어난 산도, 지리산 같이 장엄한 산도 아니었고, 도봉산 같이 아름답지도 아니한 그냥 평범한 대표적인 육산(肉山)일뿐이다.
물 같고, 쌀밥 같은 맛이 아닌 멋. 어머니란 이름처럼 미를 초월한 그리움. 무 엔지 그리울 때 기대보고 싶은 아버지와 같은 그런 산이었다. 그런 내가 고희(古稀)도 훨씬 넘긴 나이에 다시 왔으니 어찌 감회가 없을까?
태백산(太白山)에 눈꽃 보러 찾아갔더니
가지란 가지가 모두 흰 눈을 벗은 맨 얼굴로 맞아서
죄 없는 길의 흰 눈만 원 없이 밟다 왔습니다.
무릎보호대 하고 기를 써서
천제단(天祭壇) 오름 길에 만난 주목 중에는
시멘트로 깁스한 늙은 주목과 고사목(枯死木)도 많아서
100년도 못 사는 내가
살아 천년(千年),
죽어도 천년 산다는 주목에게 물었습니다.
'주목(朱木)도 늙는가.
우리들처럼 그대들도 죽는가.
이 몸은 살아생전 태백산 그대 주목을 보고 가네만
그대들은 살아 천년 동안 무엇을 보았다고 말하겠는가.
묻는 이 있거든 전해 주게나.
세상에서 산(山)을 사랑하던 ilman이 우리를 보고 갔노라고.
오늘은 산속 세계 속에
태(太)
백(白)
산(山)의 행복한 하루더라고.
-경인년 1월 '태백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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