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오산(金烏山, 976m)
열차를 타고 별러 오던 금오산을 향하여 홀로 가고 있다.
금오산은 경북 구미시 남서쪽 8km 지점에 있는 금릉군, 칠곡군의 경계에 솟아 있는 이 일대에서는 제일 높은 기암괴석의 험난한 976m의 산이다.
‘금오산’이란 이름의 산으로는 여수 돌산 향일암의 금오산(金鰲山323m)도 있고, 경남 하동 금오산(849m)이나 대중가요 ‘신라의 달밤’에 나오는 경주 금오산(金鰲山458m)도 있지만 나는 구미의 ‘금오산도립공원(金烏山道立公園, 975m)’ 을 향하여 가고 있다.
그런데 구미의 금오산은 다른 산과 달리 한자로 ‘金鰲山’이라 하지 않고 ‘金烏山’이라 쓴다.
금오산이라 이름은 중국 진(晉)나라 아도(阿道) 스님이 신라에 와서 이곳을 지나다가 저녁놀 속으로 황금 빛 까마귀가 날아가는 모습을 보고 금오산(‘金烏山)이라 이름 짓고, 태양의 정기를 받은 명산(名山)이라 한 데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금오산의 원래 이름은 대본산(大本山)이었는데 고려시대에는 중국의 오악(五嶽) 중 하나인 숭산(崇山)과 비슷하여 남숭산(南崇山)이라 하고 문종(文宗)은 왕자를 출가시켜 이 산에서 수도(修道)하게 하였는데, 그 왕자가 바로 대각국사(大覺國師)였다.
이외에도 금오산은 남성적인 기백의 골산(骨山)으로 기암괴석(奇巖怪石)의 암석의 아름다움으로 인하여 '소금강(小金剛)'이라고도 하였고, 야은(冶隱) 길재(吉再)선생이 이곳에 숨어 충절을 지킨 것이 중국의 수양산에서 고사리로 연명하다 굶어 죽은 백이숙제(伯夷叔齊)와 비슷하다 하여 '수양산(首陽山)'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이 외에서 '필봉(筆峯)', '귀봉(貴峯)', '거인산(巨人山)', '와불산(臥佛山)', '노적봉(露積峯) '등 각기 유래를 가진 이름이 많다.
*. 어쩌면 나의 마지막 고산(高山) 산행이 될 금오산
내가 처음으로 산에 오른 것은 1962년 ~ 63년 가을 강릉상업고등학교(현 제1고등학교) 재직 시에 학생들을 인솔하고 오대산과 소금강에 수학여행 갔을 꽃다운 27~8세의 젊은 시절이었다.
교직이란 여름, 겨울, 봄방학에다가 공휴일을 합치면 1년 중 1/3 이상을 직장을 나가지 않는 직업이다.
그동안 취미생활을 할 수 있는 직업이라서 나는 다른 직장인보다 많은 여행과 산을 다닐 수가 있었다.
그래서 60넘어 문단에 등단(登壇)하여서 작가의 길을 가던 중 이런 글을 쓴 일이 있다.
1년 중 1/4은 여행을 다녔고요,
2/4는 그 글을 쓰며 살았네요.
나머지
1/4은요
막걸리 마시며 지냈지요.
-개팔자
그렇게 해서 전국의 산을 찾아다니다가 2010년 발간한 책이 ‘국립공원 산행’이란 책자다.
이제 희수(喜壽) 나이가 되고 보니 그 후속 편으로 ‘도립공원산행’ 책자를 발간하여 기념하고자 별러 왔는데 그동안 쓴 도립공원들 중에서 대구의 팔공산과 구미의 금오산도립공원이 빠졌다.
그래서 10일 전에 팔공산도립공원을 다녀와서 확인한 것은 남들의 4시간 코스를 나는 11시간을 걸려서 등산을 해야 하는 쇠약해진 나의 체력이었다. 그동안 아팠던 왼쪽 다리 관절이 심하게 아파 물리치료를 받으러 어제까지 다녀야 하는 처지였다.
젊어서는 마음이 이 몸을 부리더니
늙다리 이 몸을 마음이 부려먹네
오기로
내 마음을 부리니
남는 것은 골병뿐이구나.
-늙다리
그래서 서울서 KTX를 타고 구미에 가서 당일치기로 금오산도립공원(金烏山道立公園, 975m) 산행할 수 있는 것을, 여유롭게 구미서 일박하고 산행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주머니와 상의 끝에 무궁화호(12,100원) 열차를 타고 와서 찜질방(9,000원)에서 1박 하려는 계획이다.
그래서 나의 고산 산행은 산행을 시작한 지 55년만에 이번이 마지막으로 접어야 할 것 같다.
이젠 마음이 몸의 명을 좇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2023. 봄 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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