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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천하 기산(奇山) 황산(黃山) 산행기

ilman 2007. 2. 11. 10:57


 

천하 기산 중국 황산(黃山) 산행기

아래 사진은 중국의 사진작가 鄧根寶의 "中國 黃山"의 사진첩을 촬영한 것입니다. 황산에 가서 안개밖에 보고 온 것이 없어서입니다.


*. 황산무중(黃山霧中)

설레는 마음 따라 하늘을 건너고 들을 넘고 넘어 달려왔더니, 찾아왔더니 인간 선경(人間仙境)이라는 황산은 왜 구슬비로 우릴 맞는가

벼르던 황산을 다녀와서 돌이켜 생각하니 허무하기 그지없다.

오리무중(五里霧中)이란 말처럼 황산무중(黃山霧中)이기 때문이었다.
중국인들이 자랑하는 중국 제일기산(第一奇山)이라는 황산(黃山)에서 내가 보고 온 것은 등산에서 하산까지 1m 이상 앞을 바라볼 수 없는 짙은   안개와 그 속에 희미한 전망대 몇 곳, 안개에 싸인 황산송(黃山松)만을 보고왔다.

  에스투어(S-tour)와의 인연으로 만난 우리 일행 열 명은 인천공항을 떠나서 서해안과 황해를 건너 1시간 20분만에 상하이 푸동공항에 도착하였고, 거기서 버스로 바꾸어 타고 항저우(杭州)를 거쳐 8시간 동안이나 지루한 버스로 황산을 꿈꾸며 밤 12시가 넘어서 황산 숙소에 도착하였는데-.

*. 중국인들의 황산(黃山) 자랑
우리나라 섬 중에 홍도(紅島)와 흑산도(黑山島)가 있다.

그 바위 색깔이 붉다고 해서 홍도(紅島)라 하였고, 거기 소나무가 검을 정도로 울창하게 우거졌다고 해서 흑산도(黑山島)라 하였다는데, 이 황산(黃山)은 산이 누렇다고 해서 황산(黃山)이라고 한 것이 아니다.
옛날부터 이 산을 ?山(예산)이라 불러오다가, 이 산에서 중국 고대 전설 상의 시조 삼황(三皇) 중에 중국인에게 물건 만드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는 황제(黃帝)가 선단(仙丹)을 만들며 신선으로 살았다는 전설에 따라, 당나라 때부터 황제 ‘황(黃)’자를 따서 황산(黃山)이라고 부르기 시작한 것이라 한다.
황산은 상해 부근의 안휘성에 있는 154㎢ 둘레 120km가 되는 산이다. 

1,000m이상의 봉만도 72봉에 24 계곡을 가진 산이다. 넓이가 133㎢인 우리나라 한라산국립공원보다 약간 큰 산이다.
2004년에 중국 국토경제학연구회 산하의 ‘중국 10대 명산’ 선정위원회가 1만2,000여명을 대상으로 중국의 10대 명산을 조사하였더니, 중국인들은 다음과 같은 산을 꼽았다고 한다.

태산(泰山, 山東省), 황산(黃山, 安徽省), 화산((華山, 陝西省), 여산(廬山, 江西省성), 오대산(五台山, 山西省), 아미산(峨嵋山, 四川省), 옥산(玉山,타이완), 무이산(武夷山, 푸젠(福建省), 장백산(長白山, 백두산), 에베레스트(티베트자치구).
 그 중 태산(泰山)의 웅위(雄偉)와, 화산(華山)의 험준과, 형산(衡山)의 연운(煙雲)과, 여산(廬山)의 폭포와 아미산(峨嵋山)의 보광(寶光) 등의 어느 것 하나 겸하지 않은 것이 없는 것이 이 기산(奇山)이라는 황산(黃山)이라고 자랑하고 있다.
또 말하기를 '五嶽歸來不看山, 黃山歸來不看嶽'(오악귀래불간산 황산귀래불간악)이라 하여, 중국의 명산인 오악을 보고나면 다른 산이 보이지 않고, 황산을 보고 나면 오악(五嶽)이 시시하다고도 하였다.
오악(五嶽)이란 동의 태산(泰山), 서의 화산(華山), 중앙의 숭산(嵩山), 북의 항산(恒山), 남의 형산(衡山)으로 고대 중국의 황제가 제후를 회동하고 매년 돌아가며 수렵을 하던 진산(鎭山)으로, 중국의 사방 다섯 영산(靈山)을 말한다.
황산(黃山)이 오악(五嶽)에 들지 못한 것은 너무 깊은 오지에 있어서 당시에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오악(五嶽)으로는 동의 금강산, 서의 묘향산, 남의 지리산, 북의 백두산과 중앙의 삼각산을 꼽는다.
30년간이나 중국 대륙의 아름다움을 찾아다닌 명나라 때의 지리학자 서하객(徐霞客)은 “황산에 올랐더니 천하에 황산 만한 산이 없다(登黃山天下無山. 觀止矣)”라고 황산을 극찬 하였다.
이렇게 황산은 1990년에 황하강(5,464km)과 세계에서 세 번째로 길다는 장강(長江, 양자강, 6,300km)과 함께 중국의 3대 명승지로서 세계의 자연유산 으로 지정된 산이기도 하다.
황산의 매력은 삼기(三奇), 사절(四絶)로 요약된다.

 

삼기(三奇)란 기송(奇松), 괴석(怪石), 운해(雲海)요 거기에 온천(溫泉)을 더하면 '황산(黃山)의 사절(四絶)'이 된다. 그중에서도 으뜸은 기송(奇松)과 기암(奇岩)을 품은 황산의 운해(雲海)가 장관이라는데 우리는 그런 복이 없어 운해 아닌 황산무중(黃山霧中) 속을 안타깝게도 헤매다 온 것이다.

  안개와 운해(雲海)는 다르다. 안개는 미궁의 세계요, 운해는 구름바다라 하는 것으로 높은 곳에서 많이 낀 구름을 내려다보는 경치다. 거기에 봉우리가 솟아있고 가까운 봉우리의 구름이 바람을 타고 동화상처럼 움직일 때 우리도 모르게 발하게 되는 탄성의 세계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우리가 삭도(索道)라는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왔기 때문에 실망이 더 큰 것 같다.
땀을 흘리며 한 층계 한 층계를 오르면서 산과 호흡하며 오르는 등산의 세계가 아니라 10분도 되지 않는 시간에 아무런 힘도 들이지 않고 후다닥 올라와서 만난 안개이기 때문이다.
다음에 다시 황산을 찾는다면 투어 아닌 산악회를 따라 오고 싶다. 걸어서 바위를 손수 깎아 만들었다는 4만 여개들의 층계를 오르내리며 즐겼으리라. 

*. 황산을 오르는 길   

황산의 절경이 운해(雲海)라서인가 이 산을 사방으로 동해(東海), 서해(西海), 북해(北海), 전해(前海) 가운데의 천해(天海)로 나눈다. 일정에 따라 해외여행객들이 이용해야 하는 3개의 삭도(엘리베이터)를 따라 황산을 나눈다면 다음과 같다.
전산인 운곡사(云谷寺)를 통해 백아령(白鵝?)으로 오르는 곳이 동해(東海)요, 후산(後山)인 자광각(慈光閣)으로 해서 옥병루(玉屛樓)로 오르는 길이 서해(西海) 코스다. 북해(北海) 코스란 송곡암(松谷) 삭도를 이용하는 길이다.

황산의 멋을 제대로 보고 싶거든 도보로든 삭도를 이용하여서든지 서해(西海) 자광각으로 해서 옥병루(玉屛褸, 1668m)에 올라 이름 그대로 손님을 환영한다는 영객송(迎客松)으로 해서 지금은 출입금지라는 황산 제3봉이라는 천도봉(天都峰, 1810m)를 바라보며 황산의 최고봉인 연화봉(蓮花峰, 1864m)에 올라서 황산 제2봉 광명정(光明頂, 1,860m)을 보고 백아령(白鵝?)으로 해서 운곡사(云谷寺)로 내려오는 것이 제일 좋은 코스다. 운곡삭도가 있는 곳은 동으로 운곡산장이 200m 지점에, 서쪽으로 온천관광지가 7.5km 지점에 있는 황산의 동해(東海)인 전산(前山) 지역이다.

여기서 케이블카가 끝나는 백아령까지 직선 케이블 길이가 2,803m로 8분 코스다.  우리는 한국 투어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이용한다는 운곡삭도 앞에서 안타깝게도 비를 맞으며 케이블카를 기다리고 있다.

황산 입장료는 130元(어린이 15元)이고, 여기에 40명이 탄다는 삭도 요금이 66원(元)이다.

 중국의 위엔(元)화는 1元: 120원이니 황산을 삭도로 오르내리며 구경하는데 한화 4만원이나 드는 셈이다.(2008년 현재)

 마침 토요일이라 서둘러야 한다는 현지 가이드의 말에 따라 아침 일찍 호텔을 나설 때에는 간밤부터 반갑지 않은 비가 내리고 있었다.

황산은 날씨 변화가 심하여 1년 중에 200일은 비 오는 날이라서 맑은 날 산행은 복이 있어야 하는 모양이다.

상가 잡상인들이 매미 허물 같이 잘 찢어지는 1회용 흰 비닐 상의와 하의를 각각 한국 돈 1천 원씩 팔고 있었다.

나는 근처 상가에서 중국 돈 5원(1元:120원)을 주고 산 황산지도와, 한화 8,000원에 사진 책자와 CD를 샀다.   

 케이블카를 타고 산에 오르는 것은 편하게 빨리 올라가는 목적도 있지만, 걸어서 등반하면서 보지 못하는 경치를 바라보자는 데에 더 큰 의미가 있는 법인데 좌측으로 황산에서 두 번 째 높고 가장 험하다는 1,810m의 천도봉(天都峰)은 물론 부처님의 손바닥 같다는 불장봉(佛掌峰)도, 삭도 아주 가까이 있다는 피봉(皮峰), 하늘에 사는 개가 달을 향하여 짓는 모양이라는 천구망월(天狗望月)봉도, 두 마리 고양이가 쥐를 잡는 형상이라는 쌍묘포서(雙猫捕鼠)봉도 그냥 안개 속에 파묻힌 체 그냥 지나쳤다.

연무 사이사이 언뜻언뜻 보이는 층계로 오르는 울긋불긋한 옷차림의 등산객들이 얼마나 우리를 부럽게 하는지-. 우리들이 편하지만 허무하게 삭도로 10여분에 오르는 길을 저들은 행복하게도 7.5km의 오름길을 4시간이나 즐기면서 오르고 있는 것이다. 
케이블카는 백아령(白峨?)에 이르러서는 안전을 위해서 소걸음이다. 흰 白(백), 산 높을 峨(아), 산 깊을 ?(령)이니 백아령(白峨?)은 흰 구름 위에 솟아 있는 높은 봉이렷다. 

 연변의 조선족 출신 가이드가 지금부터의 코스를 설명해 주고 있다. 마음이 깨끗하고 진실한 총각이었다.

그런데 황산 최고봉인 연화봉은 왜 이정표에 없을까?

그의 설명 따라 이정표의 거리를 더해 보니 오늘 우리가 걸어야 할 거리가 7.5km다. 백아령으로 와서 다시 운곡삭도를 타게 되는 모양이다.

*. 황산 기송(奇松)들 

버스를 타고 황산을 오르다보니 길가 전보선대 크기 이상의 키 큰 소나무가 대나무와 어울려 있는 사이로 오름길이 계속된다. 대나무가 저렇게 큰 것은 난생 처음 본다.

1,000m 정도의 높이를 지나니 대나무는 없어지고 소나무만이 바위와 어울려 그 운치를 더해 주고 있다.

 운곡삭도를 타고 백아령에 올라 산문을 지나 가파른 층계를 올라가면서 제일 먼저 만나게 되는 소나무 한 구루가 있다.

안개 속에 가지를 활짝 펴고 의연히 서 있는 공작송(孔雀松)이다.

머리에 꽃술 모양의 우관(羽冠)을 곧게 세우고 동그란 무늬가 있는 상미통(上尾筒)의 찬란한 깃털을 부채 모양으로 활짝 펴고 암놈을 향하여 구애의 몸짓을 하고 있는 틀림없는 공작모양의 소나무였다. 
배운정(排雲亭)에서 1.5km 떨어진 북해빈관(北海賓館)에 가는 도중 우측에 범상치 않은 소나무가 있다. 단결송(團結松)이라 하는 소나무로 황산 10대 명송(名松)의 하나요. UNECO가 정한 세계 자연유산 명록에 기재된 소나무다. 그 56 가지는 중국의 56개 민족의 단결을 상징한다고 하는 소나무다.  배운정 가는 길에 커다란 바위 한 가운데를 뚫고 우뚝 솟아 있는 커다란 소나무가 있다. 파석송(破石松)이었다. 황산송(黃山松)은 1,000m도 훨씬 넘는 고산 지대의 척박한 바위틈에서 자라는 나무라서 2~3m 높이의 소나무들도 100년 수령 내외의 소나무다.

그래서 소나무 ‘松’(송) 자는 나무 ‘木’(목) 변에 공작 ‘公’(공) 자가 합한 글자로 '나무 중에 공작'이라서라지만  황산 소나무는 거기에다가 격(格)을 더하는 것 같았다. 

 

  *. 황산 기암(奇巖)들

  황산의 3대 주봉의 하나라는 광명정(光明頂) 오르는 길은 능선을 타듯 초심자도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는 싱거운 코스였다.

 광명정(1,810m) 정상에는 1955년에 세운 기상대가 있다 하여 관악산에 있는 둥글고 드높은 안테나의 거창한 관측소를 예상하였는데 1층짜리 초라한 석조 건물일 뿐이었다. 

 그 앞에 광명정 정상석이 서 있기는 하지만 바로 앞에 있는 관측소의 지붕이 그보다 높고, 등산객이 그 위를 자유롭게 오르내릴 수 있도록 양쪽으로 층계가 있는 것을 보니 인조물은 산 높이에 포함되지 않는가 보다.

옛날 지공 스님이 이 봉에서 도를 닦는데 5색 해무리가 나타나 산정을 비추었다 해서 광명정이라 이름하였다는 황산 제2봉 되었다.

이 광명정을 중심으로 하여 황산을 웅장한 전산(前山)과, 수려하고 아기자기한 후산(後産)으로 나눈다.

전산(前山)은 우리가 올라온 운곡 방향의 동해(東海) 쪽이고, 후산(後山)은 옥병루(玉屛樓) 방향의 서해(西海) 쪽이다.

이곳은 옥병루풍경구라 하는 곳으로 여기에 황산의 최고봉 연화봉이나, 광명봉, 천도봉의 황산 3대 주봉이 모두 모여 있는 곳이다.

광명정은 일출과 운해의 명소로 널리 알려진 곳인데 무심한 안개 속에 서 있으니 감흥은 고사하고 허탈한 마음뿐이었다. 그러나 내가 본 광명정은 황산 3대 주봉의 하나일뿐 기암과는 거리가 멀었다. 내가 황산에서 본 바위 중에는 서운하게도 비래석(飛來石) 하나뿐이었다.  

 비래석(飛來石)은 광명정에서 배운정 가는 길로 30분 정도의 거리에 있는 바위다.

높이 12m 중량 544톤으로 하늘 밖에서 날아온 것 같은 바위가 천길 벼랑 위의 바위 위에 우뚝 서 있다 해서 비래석(飛來石)이라 이름 한 바위다.

두려워 아무도 가지 않는 비래석 철책 따라 바위를 돌아서니 안타까움은 더해 간다. 예로부터 비래석에는 다음과 같은 전설이 전하여 온다.

 비래석을 한 번 쓰다듬으면 관운(官運)이, 두 번이면 재운(財運)이 세 번에 복운(福運)도 함께 달려서 온다..

 비래석을 지나서부터는 능선이 시작되는데 능선 끝에 굵은 쇠사슬을 매었고 그 쇠사슬에 굳게 잠긴 수많은 잠을쇠가 능선 따라 계속되고 있다.

장가계 황석채의 천하제일교에서 보던 연심쇄(連心鎖)였다.

사랑하는 연인들이 황산에 오를 때 이곳 상가에서 파는 잠을쇠에다가 두 사람의 이름을 새기고 이를 쇠사슬에 잠근 다음 그 열쇠를 다시는 찾을 수 없는 저 깊은 계곡을 향하여 던져 버림으로써 사랑을 맹세하는 것이다.

연인이여! 이 열쇠는 우리 둘이 마음 합하여 굳게 잠군 영원의 언약이러니그 약속 열지 못하게 저 계곡에 우리 두 마음을 깊이 던지자

연심쇄(連心鎖)를 보니 생각나는 이야기가 있다. 한국의 주부들은 지금의 남편과 다음 세계에서 다시 만나고 싶은가를 묻는 설문조사에 의하면 “No!” 하는 것이 95%란다.

어느 짓궂은 목사가 설교 중에 신도들에게 묻고 손들어 보게 하였더니 그 많은 여자 중에 80대 노파 혼자만이 손을 들더란다. 목사님이 그 이유를 물어보았더니 그 대답이 걸작이었다. “목사님, 팔십 평생을 살아보니 남정네들은 그놈이 그놈입디다.” 
배열할 '排'(배), 구름 '雲'(운), 정자 '亭'(정) 배운정(排雲亭)이란 이름처럼 배운정은 황산 서해(西海)의 운무가 집결하여 배열하여 있다는 곳인가. 중국의 정자는 끝이 날아갈 듯이 하늘을 향하였는데 배운정만은 그렇지 않았다.

*. 억울한 황산 산행
  오늘 같이 안개 자욱이 낀 날 등산을 하다보면 볼 것을 제대로 볼 수 없는 것은 물론 우리 같은 해외여행인 경우 가이드가 이를 핑계하여 평소에 갈 곳을 생략해 버린다. 이리석게도 동조하는 어리석은 사람이 있어서 가능한 것이다. 
그래서 우리 일정에 따라서 반드시 올라갔어야 할 황산의 제1봉 연화봉(蓮花峰)을 억울하게도 엉겁결에 생략하고 말았다. 연화봉은 으레 가려니 하고 가이드를 따라 가며 사진을 찍는 사람이라서 항상 뒤처져서 다니다 보니 아까의 백아령으로 원점회귀 산행을 하고 만 것이다.

우리 일행 10명은 70대의 부부들이라서 갸륵한 가이드의 배려 같지만 정상을 욕심내며 살아온 나와 같은 산꾼에게는 얼마나 섭섭한 일이던지-.

그뿐이 아니었다. 우리의 일정대로라면 오늘은 황산의 운해에 싸인 기암(奇巖) 기송(奇松)의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이 황산 산 속에 있는 환상적인 산정호텔 북해빈관에서 하루를 자는 것이다.

그리고 새벽에 일어나 일출을 보고 그 근처에 있는 사장봉, 시신봉, 서해대협곡을 관광하고 케이블카로 하산하여 항저우(杭州)로 이동하는 것이 일정인데 산장의 예약을 못하였다는 것이다.

분명 계약 위반인데, 이 누구의 잘못이란 말인가. 고국의 여행사와 현지의 여행사가 이를 알고도 강행한 것인가. 아무래도 현지 여행사의 잘못만은 아닌 것 같다.

그래서 어제 종일 현지 가이드에게 들릴 곳을 철저히 들르기로 약속을 받았는데, 그는 어리석게도 황산 제일 주봉이라는 연화봉(蓮花峰)을 생략하고 하산을 서두르고 있는 것이다.

여행사 따라 지리산이나 설악산에 갔다가 안개가 너무 자욱하다고 천황봉이나 대청봉을 생략한 격이다.

거기는 국내라서 다시 가볼 수 있는 곳이지만 다시 또 올 수 없는 만리타국의 천하 제일 산이라는 황산 최고봉인 연화봉을. 이럴 수도 있는 것일까.

연화봉은 주봉을 둘러싸고 있는 봉우리들이 멀리서 보면 연꽃 같다 하여 연화봉(蓮花峰, 련화펑)이라 한 봉이다. 주봉 위에 두 마리 용이 나는 것 같은 기송(奇松)이 있고 날씨만 맑다면 일출과 함께 운해를 바라볼 수 있는 최고의 명소라는 곳이다.

연화봉은 높이가 1,864m로 우리 남한(南韓)에 있는 산으로는 1,915m인 지리산보다는 낮고 3번째로 높은 1,707.9m의 대청봉보다는 높은 산으로 정상을 오르는 이들은 입장료 10元(1,200원)을 따로 내야 하는 모양이다. 
욕망은 꽃 피우나 소유는 시들게 한다지만 그래도 산꾼 속에 든다는 나의 경험으로도 이렇게 산에 와서 실망을 하고 가기는 처음이다.

 백아령으로 내려가는 길에 1,683m라는 시신봉(始信峰)에 갔더니 이정표에 이런 말이 있다.

 명나라 시절에 황씨라는 분이 있어 이곳에 노니니 그림 속에 들어온 것 같이 풍경이 아름다워서 그 아름다움을 비로소 믿게 되어 시신봉이라 이름하게 되었다.(方信風景奇絶而題"始信得名)

이런 말을 보면 중국인의 과장이나 허풍이 황산에 오면 사실인 것을 믿게 된다는데 황산은 나에게 왜 이렇게 그 진면목을 보여 주는데 인색한 것일까?

  내일 간다는 이태백, 백낙천, 소동파와 수양제가 노닐었다는 항저우(杭州)의 서호(西湖)가, 아니면 상하이(上海)의 야경이 우리들의 한을 풀어 주려나.

                                                                                    (2005. 3.25~28/상하이-항저우-중국 황산/S-tour 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