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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펐던 날들

ilman 2024. 8. 31. 15:56

 -우리 손자 '진모'의 생일날

  손자 손녀들이 자라는 모습을 보면. 내가 늙어가는 것과 정반대로구나 하고 놀라게 된다.           
어린 아기가 고개를 가누게 되고. 방글거리다가 뒤치고, 기고, 서고, 걷다가 뛰는 것과 정반대 방향으로 가는 것이 노인(老人)의 세계다.
그래서 세모(歲暮)가 되면 항상 기원하는 말이 '내년도 금년 같이 살게 하소서.' 하는 말이다.
손자 손녀의 이가 돋아날 때 금년의 나는 위 어금니 하나를 빼고 아래어금니는 신경치료하고 씌우고 말았으니 말이다.
 요즈음은 길을 가다가도 다리가 시어서 가끔씩 다리를 털고 다닌다. 그래서 옛날에 모르던 그루코사민을 먹는 신세가 되었고, 무릎 보호대를 하고서야 산에 오를 수 있게 되었다.
  작년에 슬픈 일 중에 또하나는 여행을 하다가 친구를 잃은 것이다.
보통 때에는 아주 친하던 사람도 며칠 함께 여행을 하다보면 나와 정 반대의 사고 방식을 가진 것을 발견하게 되고  그후에는 함께 여행 다니는 것을 꺼리게 된다. 그런 저런 이유로 해서 작년에 정답던 사람과 멀어진 것이 슬프다.
그래서 '아주 친한 친구가 아니고는 더불어 여행하지 말라.' 하는 것이 나의 좌우명의 하나가 되었다.
무엇보다 서글픈 것은 건망증이 심하여서 치매가 아닌가 걱정하게 되는 일이다.
두 번씩이나 자전거를 타고 나갔다가 잠그지도 않고 두고 오는 일도 그러하지만, 점심에 국을 데워 먹겠다고 가스를 켜놓고 시내에 나갔다가 아내에게 소방 훈련을 시킨 일도 그렇다.
게다가 하루 중에 많은 시간을 물건을 찾다가 보내는 시간이 더욱 잦아졌다. 요즘에는 어디서 잃었는지 모르는 틀이를 한 달째 찾고 있다.
젊었을 때도 그랬다. 직장에서 항상 잊고 찾고 찾다가 보면 무엇을 찾는지조차 잊을 때가 퇴근 시간이 되곤 하였다.
  작년 9월에 아내와 실크로드를 다녀오려고 여행사와 계약하였다가 해약하고 말았다. 아내가 자전거를 타고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교통사고를 당하여 입원하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9월은 내게 잔인한 날이 되어 그 좋아하는 산은 멀리 바라보고만 살며 병실을 오락가락하면서 보냈다.
거기서 인명재차(人命在車)란 말 같이 교통사고로 불행 속에 살고 있는 많은 사람을 만났다.
그 중 경상도 문경이 고향인 김씨는 사고가 나서 반신 불수가 되자 아내가 버리고 떠나 불행한 하루하루를 사는 홀아비가 되었다.
 

병실 창가에서  
             -문경 김선태 님께   
제방에서  흐르던 물이 멈춰 서듯  
병실의 창가에 서서  제복 입고
굽어보는  
 건강한  세상의 하루하루가   저렇게도 아름답구나.  
잃어버린 옛날은   저리도 바빴는데  
그것이 행복인 줄   모르고 살았을까?
세상은   건강한 이들의   천국이요 극락이었구나.  
                                     

혹시나,  장애자로   또 다른 내가 되어,  

그리움 찾아 문경으로  퇴원을 벼르지만  
고향은  버리지 않을 꺼야   비정의 아내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