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에 숨은 이야기

'晋州라 千里 길' 대중가요 이야기

ilman 2018. 1. 4. 20:50

 

'晋州라 千里 길' 대중가요 이야기

 

                                       

  음치(音癡)라고 자타가 공인하는 나도, 평소 나도 모르게 흥얼대는 대중가요가 있다. 그 중에 하나가 해방 전에 히트하여 불리던 불후의 명곡이라는 晋州라 千里 길노래다.

지금보다 대중가요가 많지 않던 시절이라서 접할 기회가 많아서였겠지만 그보다 그 노래 곡조가 애절하고 애수가 어려 향수를 자극하는 데다가, 가수가 1절과 2절 중간에 삽입해서 육성으로 말하는 대사(세리프)를 중얼중얼하며 옛날을 회상할 때마다 흥겹게 암송하곤 했었다.

식민지하에서 살던 나 같은 세대들이 겪었던 망국의 한(恨)에다가 젊은 시절을 고향과 어버이를 떠나 타향에서 살던 사람이라 더욱 그랬던 것 같다.

그중 늙어가는 이 청춘에 젊어가는 저 총각인 줄 알았더니 오늘 보니 그게 아니고 人生은 오락가락 靑春도 늙었세라였다.

 

晋州라 千里 길

-李嘉實 작사/ 李雲亭 작곡/ 노래 李圭南


晉州
라 千里 길

내 어이 왔던고?

矗石樓엔 달빛만

나무기둥을 얼싸 안고

~ 他鄕살이 心事

慰勞할 줄 모르누나.

(대사)

晉州千里 길을 어이 왔던가
硏子방아 돌고돌아 歲月은 흘러가고

人生은 오락가락 靑春도 늙었세라

늙어가는 이 청춘에 젊어가는 옛 追憶

~ 손을 잡고 헤어지던 그 사람

그 사람은 간 곳이 없구나.

 

晉州千里 길을

내 어이 왔던고?

南江 가에 외로이

피리소리를 들을 적에

~ 모래알을 만지며

옛 노래를 불러본다.           

 

진주라 천리길가사 이야기

 

 가수 이규남(李圭南, 본명 임헌익)이 일본유학(도교 고등음악학교 피아노과) 학비를 벌기 위해서 진주(晋州)의 재래시장에서 유성기 음반과 바늘을 팔고 있었다. 이를 진주에 갔던 이운정(본명 이면상 작곡가)이 우연히 보고 귀경하여 李嘉實(본명 조명암)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자, 李嘉實아 이를 소재로 하여 노랫말을 짓고, 여기에 이운정이 곡을 붙여 진주라 천리길을 완성하게 되었다. 이어 이규남을 서울로 불러 194110월에 콜럼비아 레코드에서 취입하여 힛트한 노래가  진주라 천리길’  신가요(新歌謠)였.                                                                                          -‘이동순의 그 시절 그 노래 '참고

  이 노래는 발표되자 마자 해방 전후에 전국민에게 크게 유행하다가 6.25 이후 금지가요(禁止歌謠)로 묶여 버렸다.

작사자 이가실(본명 조명암), 작곡가 이운형(본명 이면상), 가수 이규남(본명 임헌익) 모두가 월북 작가거나 북한 정권 요직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러나 작사자 이 가실(조명암)은 월북이 아닌 납치 작가라는 등이 고려되어 조명암의 대중가요 작품은 그가 타계하기 전인 1992년에 해금(解禁)되어 1994년부터는 방송도 가능하게 되었다.

   노랫 속에 화자(話者)는 진주 토박이가 아니고 천리길 고향을 떠나와 타향인 진주(晉州)에서 사는 이향민(이향민)이었다.

작사자 조명암(趙鳴岩)이 충남 아산에서 태어나 자란 것이나, 중학교를 서울보성보통학교 졸업하고 일본 와세다 졸업한 것을 보아도 그렇다. 가수 이규남도 충남 연기군생으로 휘문고보를 나온 사람이다.

노랫말에 촉석루(矗石樓)와 남강(南江)이 나오는 것을 보면 일본의 식민지하에서 임진왜란시 3대 대첩의 하나인 진주성대첩(晋州城大捷)과 남강(南江) 의암(義岩)에 얽힌 논개(論介)의 충절이 은연 중에 일인의 만행을 규탄하는 임진왜란을 염두에 둔 저항 음악 같기도 하다.

여기에 등장하는 연자방아나 피리는 향토색 짙은 소재들로 노스텔지어의 향내를 풍겨 준다.

거기에 연자방아 돌고 돌아 늙어가는 이 청춘에 젊어가는 옛 追憶이이란 노랫말은  아주 시적(詩的)인 멋을 풍겨 주기도 한다. 타향살이에 나이는 먹어가는데 추억은 그리운 젊은 시절로 돌아가 이 젊어가는 옛추억이란 말이 인상 깊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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