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에 숨은 이야기

흑산도 아가씨

ilman 2017. 10. 2. 20:09

흑산도 아가씨 노래

   흑 산도 아가씨

     - 장두수 작사/박춘석 작곡/이미자 노래

남몰래 서러운 세월은 가고
물결은 천 번 만 번 
밀려오는데
못 견디게 그리운 아득한 저 육지를

바라보다 검게 타버린 검게 타버린 흑산도 아가씨

 

말없이 외로운 달빛을 안고

흘러온  나그넨가 귀양 살인가
애타도록 보고픈 머나먼 그 서울을 
그리다가 
검게 타버린 검게 타버린 흑산도 아가씨
♩♪♬ ~

 흑산도 육상 관광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열두 굽이 길을 굽이굽이 돌아 오르니 그 영마루에 그 유명한 '흑산도 아가씨 노래비'가 있다. 

 옛날 돛단배 시절 목포에서 흑산도(黑山島)에 가려면 좋은 날씨라도 잘해야 새벽밥 먹고 떠나면 밤늦게 12시경에나 도착할 수 있는  곳이라서  우리들 기억 속에서도 아주 멀리멀리 떨어진 외로운 절해고도(絶海孤島)로 기억되던 섬이었다. 

그런 섬을 장두수 작사, 박춘석 작곡의 '흑산도 아가씨'를 이미자가 노래 부르면서 일거에 세상에 알린 계기가 된 것이 바로 '흑산도 아가씨' 노래 때문이었다. '칠갑산 노래'와 같이 대중가요의 힘은 이렇게 큰 것이다.

  이 노래가 만들어지게 된 것은 흑산실미초등학교 학생들의 수학여행이 게기가 되었다 한다.

학생들은 뭍으로 여행을 가고 싶었지만 당시의 배편으로서는 꿈도 꿀 수 없는 일이었을 때였다.
이 소식을 우연히 전해 들은 고 육영수(故 陸英修) 여사가 해군 함정을 주선해 주어 서울로 수학여행을 오게 하고, 영부인은 학생들을 청와대로 초청하였다는 "흑산도 어린이들 꿈 이루어지다!"라는 기사가 석간 신문을 장식한 일이 있었다.

이런 미담(美談)에 영감을 얻은 박시춘 작곡가는 흑산도 출신인 정두수 작곡가를 신카나리아 가수가 운영하는 다방에서 만나 가사를 쓰게 되었다 한다.  

그 가사에 천주교 박해 사건인 신유박해(辛酉迫害)로 강진(康津)에 귀양 갔던 다산 정약용(丁若鏞)이, 같은 이유로 흑산도(黑山島)로 귀양 온 형 손암 정약전(丁若銓)을 그리워했다는 내용을 얹어 노래를 만들었다는 일화(逸話)가 전하여 온다. 이 '흑산도 아가씨' 노래는 영화 주제가로 먼저 만들어진 것이다. 1989년 개봉한 이 영화는 감독 권혁진, 주연 윤정희와 이예춘, 남진이 출연하여 영화를 제작해 두고 주제가를 정하지 못해 애타던 때였다.

박시춘은 부산에 출장갔다가 돌아오는 이미자를 서울역에서 만나 녹음실로 데리고 와서 완성된 것이 바로 '흑산도 아가씨" 노래였다. 

영화 '흑산도 아가씨'의 주제곡이기 때문에 그 깊은 뜻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영화 스토리를 알아야 한다.  

여름방학을 맞아 어부(이예춘, 이덕화 아버지)의 딸 소영(윤정희)은 학우인 유미와 함께 흑산도로 내려간다 그 곳에서 자기 학비 때문에 발동선을 장만하지 못하고 돛단 배로 일하는 아버지를 보게 된다. 상경한 소영(윤정희)은 아버지에게 발동선을 장만해 드리기 위해서 당시로는 천한 호스티스 생활을 시작한다. 이를 알게 된 아버지(이예춘)는 낙망하고, 친구 유미는 소영의 효성에 감동하여 자신이 발동선을 마련해준다


이 노래 가사의 '흑산도 아가씨' 대신 천주교를 믿었다는 죄 아닌 죄로 귀양와서  15년을 살다가 흑산도에서 억울하게 죽은  '손암 정약전'을 넣어보면 모든 것이 척척 드러맞는 이야기가 된다.

그래서 불후의 명저인 정약전의 '자산어보 서문'에 이런 말이 나온다.

'자산(玆山)은 흑산(黑山)이다. 나는 흑산에 유배되어 있어서 '흑산'이란 이름이 무서웠다. 집안 사람들의 편지에도 '흑산'을 번번이 '玆山(자산)'이라 쓰고 있다. '玆'(자)는 흑(黑)자와 뜻이 같은 검을 '玆'(자)' 자라서다'.


 그렇다면 화자인 '흑산도 아가씨'는 원래 누구였을까.
지금은 흑산도에 사는 모든 처녀를 '흑산도 아가씨'라고 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도 있다. 흑산도 아가씨란 물질을 하며 햇볕에 섬의 색깔처럼 검게 타버린 흑산도 해녀들의 얼굴이라는 것이다.

 또 다른 이야기로는 어려운 시절 어촌에 돈 벌러 외지(外地)에서 흑산도의 식당이나 술집과 다방 등을 찾아온 종업원으로 오면서 갖가지 사연이 생겨났는데, 이들을 모두 '흑산도 아가씨'들이라고 불렀다는 것이다.

 이런 아가씨들은 몸은 흑산도에 와 있지만 몰래 마음 속으로만 지녀야 할 남에게 말할 수 없는 서러운 세월을 산 사람이요, 두고온 못 견디게 그리운 아득한 저 육지를 그리워 했을 것이고, 흑산도에서 나그네로, 귀양살이처럼 살면서 애타게 보고 싶은  머나먼 서울(고향)등의 가족을 그리다가 그 마음이 검게 타버렸을 여인이 아니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