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man의 세계여행(1)

왕년(21년 전)에 다녀온 베트남 하노이 이야기(1)

ilman 2023. 9. 21. 10:48

하노이=오토바이+자전거+씨클로/베트남

우리 같은 해외 여행객이 베트남에서 처음 만나게 되는 것이 중국 북경의 수많은 자전거를 연상하게 하는 오토바이의 긴 행렬이었다.
3보 이상 걷는 베트남 사람이 없다는 가이드의 말대로 걷는 사람이 드물었다.
문밖만 나서면 자전거와 오토바이의 세상이다.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듯한 우르릉- 하며 몰려오고 몰려가는 시끄러운 오토바이의 굉음을 어디서나 듣게 된다.
오토바이 운전자들은 헬멧도 백미러도 없이 중앙선도 무시하고 뒤에서 큰 차가 아무리 빵빵거려도 같은 속도로 제갈 길만 가고 있었다. 뒤돌아 볼 여유가 없으니 백미러가 꼭 있어야 할 이유가 없다.
모든 차는 시내 아무 데서나 중앙선을 침범하여 추월하고, U턴하였다.
차와 차 사이를 S자를 그리면서 빠져나가는 곡예 운전은 보는 이로 하여금 '아하' 하는 탄성을 발하게 하였다. 베트남에서는 인건비가 싸다더니 목숨 값도 싸서인가.
그러면 반대편 차가 비상등을 번쩍이며 거침없이 질주해 오는 아수라장이었다.
시내를 조금만 벗어나면 신호등 하나 볼 수 없었고 교통순경도 없었다. 그냥 서로 적당히 알아서 하는 무질서 속에 질서의 세계였다.
오토바이는 혼자 타고 달리는 이도 있었으나 대개는 2명이 타고 있었는데 한 가족이 전부 타고 가는 것도 많았다.
여자들은 거의 다 모자에 수건으로 마스크를 하고, 긴 장갑을 끼고 햇볕과 먼지와 매연을 피하고 있다.
남녀가 함께 타고 가는 오토바이도 많았다. 물론 남자는 운전석에 여자는 뒷좌석이다.
가이드의 말에 의하면, 이곳 베트남에는 한국처럼 미팅할 곳이 만만치 않고, 있다 하여도 그들의 주머니 사정이 허락하지 않아서 저렇게 오토바이를 타고 공개적으로 데이트를 하는 것이라는데 그 뒷모습만 보아도 둘 사이의 정도를 짐작할 수 있다 한다.
뒷좌석의 여인이 허리를 잡지 않고 가는 둘끼리는, 만난 지가 한 주 이내의 사이고, 허리를 잡고 가면 한 달 이상 된 사이요, 뒤에 탄 여자가 운전하는 남자의 거시기를 잡으면 둘은 애인 사이라나.
헌데 거시기란 머시기가 아닐까. ㅎ ㅎ ㅎ ^ㄴ ^ 설마 그럴라고-, 우스개 소리겠지.
저렇게 많은 오토바이 행렬 중에 헬멧이나 모자를 쓴 사람이 거의 없는데 왜일까?

비싸기도 하고, 경제 사정이 허락하지 않아서 쓰지 않기도 한다지만, 삼사십 도를 웃도는 이 상하(常夏)의 나라에서는 헬멧을 쓴다는 것이 너무 답답하고 더워서 안 쓰는 것이란다.
그보다 중요한 이유가 있었다. 이 나라에는 영업용 오토바이가 있는데, 온종일 덥고 먼지와 매연이 가득한 더운 거리를 누벼야 하기 때문에 그들은 꼭 모자를 쓰고 옛날 우리네 데모꾼들이 체루 탄을 피하기 위하여 마스크 하는 모습으로 다닌다.
그래서 자가용 오토바이 오너는 직업 운전사와 같은 취급을 당하기 싫어서 모자를 일부러 안 쓴다니 이해할 만도 하였다. ㄱ래도 헬멧을 쓰고 다니는 사람들은 부유한 층에 속한다고 한다.
사고가 나면 어떻게 될까.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그 배상을 하거나, 그렇지 못하면 형무소로 가게 된다.

그 처리 기준은 큰 차나, cc가 높은 오토바이가. 내국인과 외국인이라면 외국인이 책임지면 되는 사회였다.
추월할 때도 우리네와 달리 중앙선 쪽으로 해야 한다. 자전거와 오토바이를 보호하기 위하여서였다.

97년 통계로는 하노이는 자전거가 150만대에 오토바이 35만 대, 씨클로 8천대, 노후 자동차가 3만 6천대나 되었는데 도이모이(Dou Moi) 라는 쇄신 개방 정책이 진행됨에 따라 매년 9만 대의 오토바이와 1만 5천대의 씨클로와 1만 여대의 자동차가 늘어나고 있다 하니 4년이 지난 지금 하노이는 말 그대로 아비규환의 교통지옥의 도시였다.
이렇게 대중교통이 발달되지 못한 베트남에서는 자전거나 오토바이는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으로 가구마다 한 대 이상 갖고 있다.
베트남 사람은 혼자 오토바이를 분해하고 조립할 수 있을 정도로 손재주가 많은 민족이다
그래서 길가마다 노점에 간이 오토바이 수리 행상과 부속품을 파는 행상이 있다. 거기서 부속품을 사서 스스로 고쳐 타고 다닌다는 것이다.
일제 혼다 아니면 한국산인 이 오토바이는 관세를 45%나 물고 오는 고가 물건이어서 국민소득 330불밖에 안되는 이 나라 국민에게는 재산 목록 1호라, 언제나 깨끗이 닦으며 위하는 것이 베트남 사람들의 일과였다.

휘발유도 주유소가 아닌 거리 곳곳 노상에서 팔고 있는 행상들이 보였다.

오토바이 다음으로 보이는 것이 자전거와, 앞에 둘 뒤 하나의 바퀴로 달리는 씨클로다.
씨클로란 손님을 앞좌석에 태우고 뒤에서 운전기사가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달리는 인력거다.
하노이는 중국 북경처럼 언덕이 거의 없어 씨클로 운전을 하는 것은 아주 힘든 일이 아니었다. 이 씨클로들은 한 대에 200불 정도 하는 것으로 영업허가를 받아야 한다.
씨클로 기사는 이것을 소유주에게 매일 1불 이상의 임대료를 내고 빌려 운전 길에 나선다.

전문적인 운전자도 있으나 이 나라 월급쟁이들의 월급이란 것이 겨우 한화로 5~6만 원 이하로 생활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어서 오전 아니면 오후에 부업을 하지 않으면 살 수가 없다. 그래서 운전사 중에는 공무원 교사 등 인텔리 계층도 많다 한다.
이렇게 하노이에서는 근거리는 자전거로 먼 거리는 오토바이가 중요 교통수단이었다.
220만여 명이 산다는 하노이가 이럴진대, 1,000만 이상이 사는 우리의 수도 서울에 일반 버스나 좌석 버스나 지하철 없이 자전거나 오토바이로 베트남 국민들처럼 살아야 가야 한다고 생각해 보라.
베트남에 와서야 우리나라가 대중교통이 발달한 지상 천국인 것을 알겠다.
출근길이 막힌다고 짜증 내는 한국의 오너들은 깊이 명심할 일이다.
그렇다고 베트남인들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우리가 베트남 국민들보다 잘난 것이 무엇인가?

이들은 세계를 지배하는 최강국인 미국과 싸워 승리하고 통일 베트남의 신화를 이룩한 영웅들이 아닌가.

 

                                                                          -2002년 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