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이야기

전어(錢魚)

ilman 2019. 9. 24. 07:06



전어(錢魚)

맛으로 계절을 맞고 보낸다는 것도 즐겁게 사는 길 중의 하나다.
꽃 피는 봄의 자연 도다리회, 더위에 시달리며 맛보는 농어회, 낙엽의 가을 전어회 그리고 추석과 추분도 지나 찬바람이 불어오는 가을이라서 그런가. 봄 도다리, 가을 정어라는 말 같이 요즈음 전어가 한창 계절의 입맛을 돋우고 있다.
'전어 굽는 냄새에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 온다.','시아버지가 며느리 친정 간 사이 문 걸어 잠그고 먹는다.’는 것이 깨가 서 말이라는 고소한 가을 전어 맛이다.


체고는 높고 약간 검푸른색이며 큰 것은 한 자 정도나 된다. 흑산도 근해에도 간혹 나며 기름이 많고 달콤하다. 그러나, 맛에 관한 한 육지에 가까운 것일수록 더욱 맛이 좋다. (정약전의 '玆山魚譜')


'전어를 한자로 ‘錢魚(전어)’ 또는 箭魚(전어)라 쓴다


전어는 예로부터 상하 귀천(歸天)을 가리지 않고 좋아하는 맛있는 생선이라 하여 그 맛에 반하여 사먹는 사람이 돈을 아끼지 않기 때문에 돈 ‘錢(전)’, 고기 ‘魚(어)’ ‘錢魚(전어)’라는 이름이 유래하였다.(조선 서유기의 '蘭湖漁牧志')
 
 

전어는 그 모양이 화살촉처럼 생겼다 해서  화살 '箭'(전) 자를 써서 '箭魚'라 했다. (정약전의 '玆山魚譜')
 
 전어는 청어과에 딸린 15~31cm의 근해성 바닷물고기로 여름 동안은 만(灣) 밖에 나가 지내다가 가을이 오면 하구의 바닷물과 민물이 교차 되는 기수(汽水)에 올라와 얕은 바다에서 사는 청흑색 빛깔 고기다.
그 전어가 지나가는 통로에 그물을 쳐놓고 장대나 돌 등으로 두들겨서 고기를 놀라게 하여 몰아 잡는 바닷고기다.
 전어로는 젓갈을 담아먹기도 하고 소금구이로도 먹지만 요즈음에는 주로 전어회로 먹는다.  
전어는 15cm 정도 크기가 제일 맛있다.
전어는 세꼬시처럼 뼈째로 먹는데 15cm 이하면 씹히는 맛이 덜하고, 20㎝ 이상인 ‘떡전어’라는 것들은 뼈를 발라야 하기 때문에 씹히는 것이 살맛뿐이어서 퍽퍽하여 뼈 채로 먹는 것처럼 고소한 맛이 안 난다. 
 전어를 구워 먹을 때에는 내장을 빼지 말고, 비늘도 벗기지 말고 소금을 뿌려 구워서 머리부터 아삭아삭 씹어 먹어야 한다. 
회로 먹으려면 비늘을 긁어 내고 내장을 빼고, 머리와 꼬리와 등 지느러미를 자르고, 세꼬시처럼 뼈 채로 잘게 썰어서 먹는다. 
그러면 비린내가 없는데다가 지방질이 많고 맛도 고소하고 담백하여서, 가을철 전어 맛은 광어에 비할 바가 아니다.
전어는 구워서 먹거나 회 무침으로 먹어도 좋지만 회로 먹는 것이 더 좋다.
전어 회에는 DHA, EPA 같은 성분이 있어 치매 예방과 시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 하기 때문이다.
 전어도 양식을 한다는데 자연산과 양식 전어는 어떻게 구별할까?
주인에게 물어보는 것이 상책이지만,그 주인 말을 믿지 못하겠거든 전어 꼬리를  자세히 볼 일이다. 
양식 전어는 주는 대로 편히 먹고 자란 물고기라서 꼬리의 선에 부드러운 곡선미가 있다.
그러나 자연산 전어는 바다에서 생존 경쟁에서 시달리며 자란 놈이라서 꼬리 부분이 완벽하지 못하고 흠이 있는 경우가 많다.

금년은 전어가 금값이 된 모양이다.  올해 해수온도가 전어가 좋아하는 온도보다 낮고, 링링, 티타 같은 태풍이 보름 간격으로 와서 조업일수가 적어서 전어값이 치솟았기 때문이다.

우리 서민들이 즐겨 먹는 돼지도 아프리카 ASF 돼지열병으로 되지고기 값이 턱없이 올라 서민들의 먹거리에서 멀어진 때 서민들의 기호 식품인 전어값마져 금값이라니 이 어수선한 정국에 서민들이 소주 한 잔 기울이며 시름을 잊을 낙樂)마져  하나 둘 줄어드는 것 같아 안타깝기 그지 없다.                                              

                                                                                     -2019년 9월 24 가필 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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