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이야기

송편 이야기

ilman 2019. 9. 16. 11:48
 
고운 색 둘러입고 과일은 하산(下山)하고
아낙네 장바구니 가을이 가득하네
반달은
송편 얼굴로
고향 하늘 향하고.

 

8월 추석을 쇠는 민족은 한국과 중국 그리고 일본이지만 중국은 우리의 '설'인 '춘절(春節)'의 연휴가 8일인데 비하여 추석 연휴는 3일뿐이다. 일본은 불교 국가라서 추석보다 백중(百中)을 더 중요하게 쇠는 나라로 추석을 우리나라처럼 민족의 최대 명절로 쇠는 나라는 세계에 우리나라뿐이다.

우리 민족은 추석의 절식(節食)으로 반달 모양의 '송편'을 먹는데 비하여, 중국과 일본은 둥근모양의  '월병(月餠)'과 '쓰키미당고(月見團子)'를 각각 즐겨 먹는다.
  다음은 '송편의 어원'에 대한 유래담이다.
송편을 만들 때 우선 햅쌀 가루를 뜨거운 물로 반죽하여 보름달 같은 둥근 모양을 만들어서 거기에 껍질을 벗긴 검은 콩이나 팥, 녹두, 밤, 대추, 게피 꿀 등의 소를 넣고 반을 접어서 반달 모양의 송편을 만든다. 그 아래 솔잎을 깔아가며 켜켜이 송편을 올려 놓고 쪄서 먹는 것이 송편이다.
이렇게 송편은 둥근 원과 반원을 함께 포유하고 있다. 한 마디로 송편 모양의 반원은 둥근 원으로 발전한다는 진행성이다.
솔잎을 올려 놓는 것은 붙을 수 있으므로 붙지 않게 하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솔향이 송편에 베게 하기 위함이다.
그래서 솔잎을 올려 놓아 만든 떡이라 하여 '소나무 송(松), 떡 '병(餠)'이라 하여 '송병(松餠)'이라 하다가 한자말 '병(餠)'이 순우리 말 의 '편(=떡, '절편'의 준말)'의 송편으로 바뀐 것이라 생각된다. 
  그런데 우리 민족은 보름달이 뜨는 추석날에 왜 반달 모양의 송편을 만들어 먹는 것일까?
달이 가장 예쁜 때는 둥근 만월보다 보름을 향하는 반달 모양을 하고 있는 상현달(上弦-)일 때라서 그렇다고 할 수 있겠지만 다음은 그와 관계 있는 삼국사기(三國史記)에 전하여 오는 전설적인 이야기다. 
-백제 마지막 왕 의자왕이 어느날 귀신이 땅속으로 사라지는 장면을 목격하였다.
땅을 파보니 거북이 한 마리가 나왔다.
그런데 그 거북 등에 ‘백제는 둥근 달과 같고, 신라는 초승달과 같다’고 새겨져 있는 것이 아닌가.왕이 궁금하여 무당에게 그 의미를 물었더니 무당이 대답하는 것이었다.
 “둥근 달과 같다는 것은 가득 차 있어 차츰 기울어진다는 것이며, 초승달과 같다는 것은 점차 가득 차게 된다는 뜻입니다.”라고 풀이했다. 듣고 보니 백제는 망하고 신라는 흥한다는 이야기인지라 의자왕은 크게 화내며 무당의 목을 베어 죽여버렸다. 허나 얼마 지나지 않아 무당 예언 대로 백제는 망하고 신라는 삼국을 통일하게 되었다.                                                                                                                   -'삼국사기’( 백제본기 660년 9월)                                                                 
  그 뒤로 우리 조상들은 보름달보다는 반달 모양으로 송편을 빚어 먹었다는 것이다.
같은 날, 같은 재료로 만든 똑 같은 음식을 상하 빈부의 차이 없이 누구나 먹음으로써 서로가 평등한 지위로 우리를 공유하게 되는 음식을 절식(節食)이라 한다.
 송편은 맛을 내기 위하여 넣는 소의 종류에 따라 팥송편, 깨송편, 대추송편, 잣송편, 쑥송편, 소나무 껍질을 넣어 만든 송기송편 등 가지가지 종류가 각가지 색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송편을 예쁘게 잘 빚어야 시집을 잘 가고, 예쁜 딸을 낳게 된다 하며 추석 전날 집집마다 아낙네가 모여 모양 내어 정성으로 만든 것에 솔잎을 켜마다 밑에 깔아 찐다. 그래서 송편에는 솔잎의 향과 솔입자국이 얽혀서 향취와 모양이 그윽한 떡이 된다. 그 솔잎에는 항산화와 항암작용을 하는 약효도 있다고 한다.
구태여 솔잎을 쓰는 것은 추위에 잘 견디는 세한삼우(歲寒三友) 중에 하나인 소나무 같은 강인함을 우리 민족이 숭상하기 때문인 것 같다.
  '송편을 제대로 먹는 법' 중에 하나가 눈으로는 송편을 만든 그 예쁜 여인의 손맛을 보며, 코로는 솔잎 냄새를 맡으며, 입으로는 약간은 딱딱한 껍질 맛을 즐기며 소의 맛을 볼 것이다. '소'란 맛을 내거나 음식을 익히기 전에 그 속에 넣는 껍질을 제거한 콩이나 팥, 꿀 같은 재료를 말한다.
  그러기에 만두는 소의 맛이요, 송편은 껍질의 맛이라고 하지 않던가.
 옛날에는 송편을 나이 떡이라 하여 자기 나이만큼 먹는 풍습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소식(小食)이 건강에 좋다니 우리 같은 노인들은 나이 위 한 자리를 빼고 먹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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