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필* (隨筆)☎

우리 아파트

ilman 2024. 1. 6. 21:48

 

나는 서울 성북구 장위동 2층집에서 살다가 1기 신도시 아파트 47평에 이사 와서 30년째 살면서 일산서구 xx단지 xx 아파트에 대하여 처음부터 불만이 많았던 사람이다.
우리 아파트는 소파를 만들던 건설사로는 이름 없는 'xx'가 'xx건설'을 설립하여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지어 본 xx 아파트여서 그런가, 방이 좁고, 복도가 길다. 그 긴 복도를 향한 작은 두 방에다가 침실을 다시 드레스룸과 어울리지 않게 큰 화장실로 배치하여 놓아서 다른 아파트처럼 거실 중심의 큰 방이 아니다. 거실로 아우르는 큰 방()은 넷 중 오직 안방뿐이다.
   아내와 내가 이를 모르고 신청하였겠는가. 오히려 꼭 당첨되고 싶은 마음에 분양 막판에 지금 같은 인기 없는 아파트를 골라서 선택한 것이니 그런대로 만족하면서 살아왔다. 

 당시 나는 직장인이어서 본업을 놔두고 분양(分讓) 장에 일일이 찾아다닐 수가 없어서 아내가 청약을 대신하였는데, 우리 부부는 꼭 당첨되고 싶은 욕심에서 다음과 같이 당첨 작전 계획을 세워 아내에게 당부하였다.
   첫째, 이름 없는 건설사가 지을 인기 없는 아파트,   
   둘째, 전철역에서 먼 위치여서 인기 없는 아파트,

   셋째, 분양 신청금의 상한가는 2,900만 원이었는데 이를 쓸 때는 1억 이하는 100만 원 단위로 하되, 100만 원 대면 1백1십1만 원으로, 300만 원을 쓰고 싶으면 3백1십1만 원 식으로 쓸 것.

 하였더니 아내는 우리들 계획처럼 3호선 전철역 주엽역(注葉驛)에서 제일 먼 서쪽 귀퉁이의 'xx마을 xx단지' 47평에, 1억 1천2십1만 원으로 청약하여 당첨되었다. 당첨된 아파트는 우리들 생각처럼 당시에도 인기가 없던 아파트여서 1차에선 미달되었다가 2차에는 최고 청약금 1억 2,900만 원을 쓴 사람들에게 당첨의 기쁨이 돌아갔다. 

  젊어서부터 아내와 나는 부동산 투자에는 손방인 사람이었다.  우리들이 살았던 시대는 빚을 내어서라도 부동산 투자를 하면, 그때가 비록 잘못 생각하여 상투를 잡았다 생각되어도, 시간이 얼마만 지나면 생각 이상의 이득을 얻었던 시대였지만,  당시 우리 내외의 단순한 생각에는 5억짜리 집이라면 5억이 반드시 있어야 살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고지식한 생각 속에 살던 때였다.

 
  그러나 뒤돌아 보니 우리의 이런 당첨(當籤)에 대한 몸부림은 주위로부터 한 푼의 도움 없이 오직 순 우리의 힘만으로 저축하여  살면서, 집값이 오르는 덕 한 번도 못 보고 몇 번의 집을 옮기다가 생돈으로 나이 50에 집다운 집을 갖게 된 소위 자수성가(自手成家)라 할 수 있는 경사(慶事)였다.이 'xx마을 xx단지' 당첨은 우리 내외로 하여금 그 지긋지긋하던 가난 고개를 넘어서 드디어 대한민국의 중산층(中産層) 대열에 끼게 한 멋진 투자였다. 

 

 일산 47평 형 집을 1억 2천1백10만 원에 분양받고, 살던 서울 장위동 집을  2억 이상에 팔아 1억 넘는 돈이 남았으니 말이다. 나는 사립고(私立高)에서 50대에 공립고등학교(公立高等學校)로 전출해 온 사람이라서, 그때 근무하던 사립고(私立高)에서 그동안의 연금인 퇴직금(退職金)을 받아 우리 내외의 노후를 위해 투자해 놓았던 광화문의 조그만 상가(商家) 두어 체 때문에   투자한 공무원연금(公務員年金)을 월부로 갚느라고 직장이 끝나면 밤늦게까지 2 jap을 갖고 생활과 싸우던 때라서, 분양받고 남는 그 돈으로 그동안 고생고생하며 분납(分納) 해 오던 금액을 일시금(一時金)으로 완납할 수가 있었다.
당시에 나와 같이 사립에서 공립으로 옮기면서 그 퇴직금을 다른 데에 유용한 사람들은 공무원 연금 자의 자격을 잃고 퇴직  후 연금 없는 노후를 고생고생하며 살고 있는 사람이 한 둘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 덕에 퇴직하고 26년이 지났지만 아내는 매월 25일 공무원 연금 (公務員年金)을, 나는 미수(米壽)의 나이에도 상가 임대료 받아 용돈으로 쓰면서 준비된 노후를  아무 걱정 없이 넉넉하게 살게 되었으니 이는 오로지 그동안 죄 없이 불만 대상이었던 지금 살고 있는 '일산 서구 xx단지 아파트' 당첨 덕분인 것 같다. 

 

  오늘은 2024년 정초로 아내와 함께 일산 현대백화점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 오는데 흰 눈이 펄펄 내리고 있다.

그 흰 눈을 맞으며 아내와 이런저런 옛이야기를 하며 생각을 밟고 왔다. 흘러간 그동안 적지 않은 30년이란 세월은 우리 아파트 단지 근처에 동양 최대 크기라는 '킨텍스 국제 전시장'이 들어서더니, 집 바로 앞에 일산 '현대백화점' 건물에다 이에 이어 지은 '홈플러스(Home plus)'와 'Magabox 영화관' 등에 이어 그 아래에 대형 수영장이 있는 원마운트와, 수족관으로 유명한  '아쿠아 랜드(Aqua Planet)', '노래하는 분수대(噴水臺)'에다 '가로수 상가'에 이어 '40층 대형 건물'이 타운으로 연이어 들어서면서 이제는 우리 동네가 일산의 중심지가 되었다.  그보다 더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것은 우리 아파트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의 'GTX -a'역이 드디어 개통을 금년인 2024년 가을로 서두르고 있다는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일산의 가장 단점 중에 단점이 서울까지 걸리는 교통 문제였다. 그러나 '일산~서울역'까지 전철로는 1시간 30분 이상이나 걸리던 것이 GTX -a로는 18분 이내라 한다.

 그뿐인가. 우리 일산서구 문촌 19단지는  '3호선 주엽역(注葉驛)'은 걸어서 15분 내,  'GTX A  -a킨텍스역'은 걸어서 10분 내의 거리로 우리 아파트 단지는 3호선 전철역과 GTX - A역의 딱 그 한가운데 있는 역세권이니 새옹지마(塞翁之馬)란 우릴 두고 생긴 말 같다.
지금 나의 우리 아파트 단지 자랑은 크게 보면 우리나라의 발전을 자랑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겠으니, 이렇게 우리 아파트 자랑도 할만하지 않은가. 게다가 같은 해, 같은 날, 같은 금액으로 분양받은 5개 신도시들과 함께 현 시세가 지금 값이 분당 아파트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값에 억울해하고 있는 일산 아파트 주민의 한 사람으로 이렇게 아파트 단지 자랑을 할 만도 하지 않은가.
                                                                                                  -2024년 새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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