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늙어 직장을 떠나게 되면 준비된 노년을 살아야지- 하며 젊어서 열심히 저축하여 사놓은 나의 상가가 시내에 둘이 있는데, 하나는 2년 넘도록 비어있고, 또 하나는 불경기로 세가 제 때에 들어오지 않는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술 약속이 있어 광화문에 나가면서, 다 큰 양보다 더 늙은 양인 내가 입만 가지고 나가는 것이 부끄러워서 남대문 모자 가게를 들렸다. 오늘 같이 춥고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밤에는 문인들이 즐겨 쓰는 빵모자가 제격이라 그걸 사기 위해서다. 1차는 샤부샤부로 청암님께, 2차는 따끈한 정종으로 석우님께 공술을 얻어 마시고, 나를 염려하며 제 각기 택시를 잡아타고 가는데 정류소에 가보니 버스가 끊긴 지 오래다. 벌써 밤 2시가 가까운 시간이었다. 찜질방을 찾아 세종로 지하도를 지나다 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