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필* (隨筆)☎ 153

노숙자(露宿者)가 되어

나도 늙어 직장을 떠나게 되면 준비된 노년을 살아야지- 하며 젊어서 열심히 저축하여 사놓은 나의 상가가 시내에 둘이 있는데, 하나는 2년 넘도록 비어있고, 또 하나는 불경기로 세가 제 때에 들어오지 않는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술 약속이 있어 광화문에 나가면서, 다 큰 양보다 더 늙은 양인 내가 입만 가지고 나가는 것이 부끄러워서 남대문 모자 가게를 들렸다. 오늘 같이 춥고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밤에는 문인들이 즐겨 쓰는 빵모자가 제격이라 그걸 사기 위해서다. 1차는 샤부샤부로 청암님께, 2차는 따끈한 정종으로 석우님께 공술을 얻어 마시고, 나를 염려하며 제 각기 택시를 잡아타고 가는데 정류소에 가보니 버스가 끊긴 지 오래다. 벌써 밤 2시가 가까운 시간이었다. 찜질방을 찾아 세종로 지하도를 지나다 보..

2005년 除夜에 서서

일만의 하루/ 제야(除夜)에 서서 제야(除夜)에 서서 가는 해를 뒤돌아보니 일년 중 1/4은 여행을 다니었고, 2/4는 그 여행기를 쓰고 있었고, 1/4은 술 마시며 다 써버린 것 같다. 왜 나는 이렇게 적지 않은 여행을 하며 살아온 것일까? 처음에는 떠나는 즐거움에 여행을 하였다. 평범한 일상에서 탈출하여 새로운 세계로 향하는 것이 여행이어서인가 보다. 수필로 등단한 이후에는 그 소중한 여행의 체험을 글로 남기려고 쓰다가, 지금은 기행문을 쓰기 위해서 산행과 해외여행을 떠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내가 늙어서나마 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시간의 여유를 한국의 산하와 세계의 명승지를 정리하여서 다녀 온 사람에게는 추억을, 가볼 분에게는 희망을 주는 글을 쓰면서 살고 싶다. 이 일이 지구를 찾아온 내가 마지..

망둥이 낚시/ Photo 에세이

망둥이 낚시/ 포토 에세이 망둥이 낚시 수서, 일산에 사는 친구와 셋이서 인천 바다 망둥이 낚시를 다녀왔다. 새벽 6시 30분까지 인천 만석부두에 가야하는데 전철로는 그 시간에 갈 수 없어서 그 전 날 일요일 밤 9시에 동인천 역에서 모이기로 했다. 우리들은 운전을 하기 싫어하는 나이에다가 사는 지역이 서로 달라서였다. 맞추어 동인천역 매표소 옆 빌딩 3층에 금년 10월 열었다는 깨끗한 찜질 방이 있어서 거기서 하루 저녁을 유하기로 하였다. 실내 옷까지 합해서 요금이 5천원이었다. 아침 값을 줄이기 위해서 1,000원 하는 구수한 누룽지 라면을 준비해 갔더니 숙식이 1인당 6천원에 해결되었다. 우리들은 여관 간 심 잡고 2,500원하는 캔 맥주로 모처럼만에 여관보다 쾌적한 찜질방에서 우정을 마셨다. 동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