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이야기

한강 전류포구(전류浦口

ilman 2018. 1. 7. 15:30

한강 전류포구(顚流浦口) 
 

회 먹으러 가자는 체육관 젊은 친구의 말에 두말 없이 따라나섰다.
회와 술은 나에게는 언제나 행복을 꿈꾸게 하여 주는 감불청고소원(敢不請固所願)이 되는 기호식품이기 때문이다.

처음 보는 그분의 친구들과 어울려 일산  시가지를 넘어 일산대교를 지나 한강 제방(堤防)길을 달리는 비좁은 차 속의 대화에는 몇십 억 단위의 돈들이 탁구공처럼 비좁은 차내를 거침없이 왔다 갔다 하고 있다. 이 분들은 일산 토박이 농부들로서 신도시 건설로 떼부자가 된 땅부자들로 시절을 잘 타고난 행운아들이었다.

 차는 난생 처음 가보는 포구(浦口)에 우리를 내려놓는다.
전류리(
顚流리浦口)였다. 전류리 포구는 한강 하구에 위치한 포구다. 

. 옛날 한강 가에는 여러 포구가 있었는데 현재까지 남아 있는 유일의 이 포구는 고기잡이가 가능한 전류리 포구 어장(漁場)이다. 이곳에는 27여척의 어선들이 붉은 깃발을 달고, 고기잡이 나갈 때마다 해병대의 허가를 받아 그물질을 통하여 잡은 자연산 수산물을 주민들이 직접 파는 자연산 전문 포구이기도 하다

 전류포구(轉流浦口)라 하는 것은 이 부근은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기수지역(汽水地域)으로 바닷물과 강물이 뒤섞이기 때문에 생긴 말이다. 전류(傳流)란 조류가 흐르는 방향을 바꾸는 일이란 뜻이기 때문이다.

 

 전류포구에서는 봄이면 숭어, 웅어와 황복, 여름이면 농어와 0.5~1.0g씩 나가는 자연산 장어, 가을이면 새우와 임금님 수라상에도

 올랐다는 참게가 일품이며, 오늘 같은 겨울에은 사계절의 별미인 숭어가 잡힌다.

 

지금은 겨울이라서 우리는 포구에서 갓 잡은 숭어회를 먹는다.
회는 1kg에 1,200원씩을 받고 있었다. 비닐하우스 횟집이 바로 한강 가인데 강과 우리 사이 전방지구를 말하는 분단의 비극을 상징하는 철조망 바로 옆에서 회를 먹다 보니 느끼는 마음이 이상하다.

전류 포구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전하여 온다.


고려 공민왕 시절 대제학을 지낸 민유(閔愉)란 관리가 공민왕의 총애를 받던 중 신돈의 난을 피하여 한강이 굽어 보이는 아름다운 봉성산(奉城山) 기슭에 은거하며 전류정(전류정)이란 정자를 짓고 벗과 시와 술을 즐기며 살았는데 고려 수도인 개성이 그리워 봉성산 위에 올라 개성을 바라보며 왕을 그리워 하여서 사람들은 봉성산을 국사산(國思山)이라 하였다.

 옛날에는 서해로부터 마포나루로 가려는 사람들과 파주 서패리나루(심학나루)로 오가는 사람들로 붐볐던 곳이다. 조선 시대에는 부근에 전류참이라는 공용숙박시설이 있었고 일본 강점기에는 전류리 주막도 있었다. 물가에는 갈대나 풀로 뜸집처럼 지붕을 잇고 임시로 이용하던 초막인 풀막도 있었다는데 김포 당국이 언젠가는 복원해 주리라 기대해 본다.

회의 맛은 바닷가 어천 포구에서 먹는 맛이 일품이다. 그래서 나는 주머니와 타협해서 회가 먹고 싶을 때 강화도 풍물시장을 찾았는데 일산에서 30분 거리에 포구의 회를 즐길 수 있다니 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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