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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시조 몇수

ilman 2017. 7. 9. 08:09
 


 

아내

 

 젊어서는 아내의 보호자가 나였다. 순진하게도 자식 자랑 반편, 아내 자랑 등신이라는 말을 굳게 믿고 오랫동안 아내에게 군림하여 왔다. 그러다가 정년하고 보니 이젠 아내가 나의 보호자가 되고 말았다. 안에 있는 태양이라 하여 아내를 안해라 하던 일석 이 희승 은사님의 말씀의 뜻을 이제야 알 것 같다.

*. 얼굴 하나

부모님 가지 되어
그늘 속에 살던 시절

자식의 뿌리 되어
열매 키우며 살던 세월

고향이
되는 나이에
남아 있는 얼굴 하나


*. 고향

젊어서는 아내가
그리움인 줄 몰랐다.

아내 그 얼굴이
행복인 것도 몰랐다.

'철' 자를
이름에 묻고서도
전혀 모르고 지냈다.

내 일을 내 하듯이
제 일은 제 하는 거라

나 하나
향하여 사는
해바라길 잊고 살았다.
자식들 떠나 가도
남는 얼굴 아내 하나
흰머리 깊은 주름
뒷모습을 바라보니
 늘 내가
그리던 고향
이제서야 찾은 갑다.


*. 우렁이각시

보글 보글 자글 자글
아침밥 짓는 소리

딸그락 딸그락
저녁밥 설거지 소리

우리집
우렁이각시가
아내 하는 소리들.


*. 피장파장

어디서 당신 만한 이
다시 또 찾을까
어디 가서
나 만한 이
구할 수가 있을까
보내고
후회하지 말고
효자손 되어 삽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