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시(詩) ** ☎
아들의 사랑
ilman
2017. 6. 20. 19:22
아들의 사랑
아들이 사랑할 수 있는 나이가 되어
아들이 사랑을 찾았다는 소식으로
아들이 사랑하는 모습을 바라보면 즐겁다.
아들이 사랑받는 모습을 바라보면 부럽다.
아들이 사랑하는 여인을 만나러 갈 때에는 함께 가고 싶다.
아들의 사랑 이야기를 자주 전해 주지 않는 아내가 섭섭하다.
아들의 서툰 사랑을 바라볼 때는 안타깝다.
아들이 연인과 다투고 올 때는 우습다.
똑 같은 모양의 핸드폰을 목에 걸고 와
자기의 연인을 소개하며 열적은 웃음을 흘리는 아들이 귀엽다.
낯선 여인이 나를 "아버님"이라고 부를 때
낯선 여인이 우리 마누라를 "어머님"이라고 부를 때
내 옆에서 하얗게 웃는 아내를 바라볼 때
아내는 드라마의 시어머니가 되고
나는 드라마의 시아버지가 된다고 생각하면 재미있다.
그 속에서 엑스트라가 되어도 불평하지 않겠다.
사랑은 홀로 서는 것.
제 날개와 제 부리로 먹이를 찾아
천적들로부터 우리를 시작하는 새들의 구애와 같은 것.
사랑에도 수 없는 고개가 있고, 그 고개에서 만날지도 모르는
비바람과 눈보라, 큰 폭풍도 꿋꿋하게 넘어야 한다는 것.
사랑의 굳은 언약은 운명이 되어 이별할 수도 없는 올가미가 된다는 것.
아이들이 한 번에 크지 않는 것처럼
노인은 한 번에 죽지 않고 세상을 내려가는 층계가 된다는 것을
아들이 몸소 깨달았으면 싶다.
아들의 건강한 사랑은 우리집에 파아란 먼 미래가
열리는 소리라고 말해 주고 싶다.
-'공무원연금'지 2009년 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