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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아버지
ilman
2017. 6. 19. 10:43
중풍에 치매 더해 아내마저 잃으시고
레디오
오직 하나가
아버지 친구이더니.
아들의 부름마저 거두어 가신 후에
당신의 나이만큼 살아온 이 자식도
이제는
레디오와 함께
꿈나라를 찾습니다.
-레디오
나는 똥냄새를 맡게 되면 아버지를 생각하게 되고 눈시울을 붉히게 된다.
살아계실 당시 아버지 모시는 것으로 해서 형의 가정은 파괴되어 홀로 되신 아버지를 버려야 했고, 둘째인 내가 병든 아버지를 모신다는 것은 아내와의 영원한 싸움이로구나 하는 것을 깨우치던 시절이었다.
제사도 우리 몫이 되고 보니 더욱 그러하였다. 그때 나는 "하나님, 왜 저를 장남(長男)으로 태어나지 않게 하셨습니까?" 하늘을 향하여 자주 울부짖곤 하였다. 건강한 형 아래 차남이 장남 노릇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이던가.
그 후 아내의 마음속 깊이 박혀있는 칡뿌리와 같은 한(恨)은 돌이킬 수 없는 세계가 되어버렸다.
그런 저런 연유로 성묘를 벼르다가 이제야 아내와 둘이서만 오게 된 것이다.
당시 그렇게 보낸 아버지가 너무 허전하여 우리가 여유를 갖기 시작하던 무렵 우리 형제와 누이와 힘을 합하여 석물(石物)을 하는 것으로나마 한(恨)을 풀고자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