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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길산 산행

ilman 2013. 5. 22. 06:38
전철 여행/ 운길산 산행 Photo 에세이
                                      (2009. 1. 19/ 옥수-국수-운길산-수종사~운길산-옥수/ 나홀로 길)

*. 새로 개통된 남양주로 가는 중앙선 이야기

출처: 조선일보
수도권에서 전철을 타고 가서 산을 오를 수 있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정시에 출발해서 정시에 도착할 수 있는 안전한 교통수단이기 때문이고 경비가 저렴하기 때문이다.
 산행의 기점이 되는 도봉산역, 망월역, 소요산역(1호선)이 그렇고, 낙성 대역(2호선), 구파발역(1호선)아차산역, 남한산성입구역(5호선), 독바위역(호6선) 등이 마음을 설레게 하더니
작년 12월 29일 남양주 방향으로 연장 개통 되었다는 중앙선상에 있는 예봉산(禮峰山) 운길산(雲吉山)이 팔당역과 운길산 역을 차려 놓고 어서 오라고 나를 부른다.
 팔당서 국수까지 총 공사비 3,008억 원을 투자한  중앙선 전철이 연장 운행되면서 출퇴근 시간에는 17분, 평상시에는 30분 간격으로 왕복 116회로 대폭 늘어났다.
이로서 인근 지역 주민들의 수도권 접근은 물론 숙원사업의 성취로써 무엇보다 삶의 질을 높여 줄 것이다. 그분들이 얼마나 기다려 온 오늘인가를 생각하니 이 경하해 드릴 일이다.
 전철노선도에 푸른 옥색으로 표시된 중앙선노선은 용산(龍山)서부터 국수(菊秀)까지 23개 역을 통과하면서, 이촌에서 4호선과, 옥수에서 3호선, 왕십리에서는 2호선과 5호선을 만나고, 1호선을 회기에서 만나 덕소를 지나 국수에 이르게 되는 노선이다.
작년(2008년) 12월에 양평 2 정거장 전인 국수가 개통되었지만, 노선도를 자세히 보니 '양평'과 '용문'이 미개통 지역으로 표시되어 있다.
이 전철은 금년(2009년) 말까지 국수~용문 구간(19.7㎞)을, 2010년 말에는 용문에서 강원도 원주 구간(36.9㎞)까지 추가로 개통할 예정으로 공사 중이라 한다. 그러나 전철은 용문까지가 끝인 모양이다.
그러면 나같은 수도권을 사는 사람은 전철 타고 용문산에 가서 수령 1천년의 은행나무를 부여잡고 마의태자를 노래할 수 있게 되니 꿈 같은 현실이 다가오는 모양이다.
세상은 오래 살고 볼 일이다.

*.' 팔당역~국수역' 이야기
  중앙선 전철을 타고 덕소를 지나니 옛날 젊은 시절 기차나 버스를 타고 소양강을 끼고 춘천을 향하여 달리는 그 멋이 고스란히 살아 있었다.
그 길이 운길산역, 양수역 그리고 현재까지의 종점인 국수로 이어진다.
양수는 '두물머리'라고도 하는 곳으로 북한강과 남한강이 합류하는 곳이라 해서 양수(兩水)인데, 국수역의 국수의 뜻은 무엇일까?
한자가 '菊秀(국수)'인 것을 보면 물과 관계가 없는 이름으로 옛날에 이곳이 국화 재배단지는 아니었는지-.
국수역은 그 규모가 아주 넓고 큰 것을 보면 3호선 지축역 같이, 광역전철인 중앙선에서의 그 역할이 크게 쓰일 역으로 짐작된다.
오늘 나는 운길산을 갈 예정이지만 종 착역이 보고 싶어서 국수역까지 갔다. 국수역 직원을 만나 전철 시간표 같은 각종 자료를 구하고자 하여서다.
최근 새로 개통된 팔당역, 운길역, 국수역 등은 시설이 초현대적이다.
표를 현금이나 카드나 주민등록(65세이상 노인)을 이용하여 매표기를 이용하여 사는 것은 물론이고, 역이 크고 높고 널찍한데다가 기존의 다른 역에 없는 안락한 휴게실이 마련되어 있다.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시설이었다.
 국수역을 둘러보고 운길역에 내리니 주변이 허허벌판으로 아직까지는 어느 역보다 주변이 한적한 것이 시골역과 같은 운치가 있었다. 한강 장어를 파는 가게가 몇 있을 뿐 노점상 등이 없는 것이 별천지(別天地)에 온 것 같다.




*. 운길산 산행

 운길산 역에서 내려 앞산을 바라보니 산 중턱(해발 370m에 수종사가 아득하게 우러러 보인다. 운길산 가는 길은 고가 전철 굴다리를 지나서 큰길 따라 가는 길인데 거기까지의 2차선 도로에는 인도가 따로 없어서 보행자에게는 몹시 위험한 길이었다.
조안보건소를 지나 버스정류소 근처가 조안면 송촌리로 수종사(水鍾寺) 입구다.
도로 판 표지를 보니 수종사까지는 2km로 '수정사오층석탑/ 수종사부도'라 쓰여 있는 것을 보니 이 두 가지가 이 절에서 가장 유명한 모양이다.
드디어 운길산의 들머리다. 거기에 '운길산 2.8km/수정사 1.7km'라고 이정표가 말하며 서 있다. 버스 정류소에서는 00.3km 온 거리였다.

 수정사까지는 꾸불꾸불 계속되는 오름길이었다.
지루한 아스팔트길이 짜증날 즈음에 왼쪽 계곡을 끼고 난 반가운 리본이 있다. 등산길이었다.
산길 등로를 가다가 운길산 1.6km 지점에 있는 이정표는 '→수종사 0.78km/ →운길산정상 1.30km'를 가리키고 있다. 수정사는 하산할 때 들르기로 하고 정상을 향한다.
운악산은 육산이어서 산세가 부드럽고 평탄하여서 서울 근교의 가족 산행지로서 적당한 산이었다.
그러나 오르내림없이 계속 오름길이지만 가다가 뒤돌아보면 양수리의 멋진 전경이 팔당호와  어울려 멋진 경치를 꾸미고 있지만 낙엽 진 잡목이 안타깝게도 시야를 가린다.
왼쪽에 바위지대가 계곡 높이 절벽을 이루고 있고 도중 도중 쉬어 가라고 통나무의자가 보이기 시작하더니 우측 나뭇가지 사이에 수종사(水鍾寺)가 문득 가까이서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수정사 뒤에 있는 산이 운길산인지 알았더니 운길산의 500m봉이었다.
저 위에 널찍한 평상(平床)이 있어 저곳이 정상인가 하였더니 그 아래에 헬기장이 보이고 그 앞을 막아서는 더 높은 산이 있다. 여기서 0.3km  더 가야할 거리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운길산 정상이었다.

 정상의 바위 지대를 돌아가니 북으로 전망이 시작되고, 드디어 나타나는 운길산 정상을 바로 아래서 우러러 보니 나무판으로 쌓은 멋진 성채 같은 전망대였다.
하얀 긴 타원형의 화강암의 정상석 옆에 운길산의 어원과 그 친절한 설명이 고맙다.
이 운길산(雲佶山 610m)이란 이름은 구름(구름 雲)이 걸려서 멈춘다(막힐 佶)하여 '운길산'이라고 불린다고 한다. 한자로 '雲吉山'운길산이라고 쓰던데 예 와서 보니 '雲佶山'이라고도 쓰는 모양이다.
운길산은 정상이 610m로 그리 높은 산은 아니지만 다른 높은 산들처럼 그 중턱에서 오르는 산이 아니라 한강과 비슷한 고도(高度)에서 오르는 산이라서 그렇게 쉬운 산이라고만은 할 수 없는 산이다. 처음 온 산이고 게다가 금년에 내가 처음 밟아보는 겨울 산의 정상이라서 감개가 깊다. 대한을 하루 앞둔 날씨가 봄날씨처럼 포근하였다.
예봉산 정상이 여기서 6.0km라서 가보고 싶었지만 해가 서산을 넘으려는 5시 경이어서 800m 거리에 있는 수종사로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하산 길은 가파른 내리막길로 최근에 만들어 노은 듯안 쇠말뚝에 유난히 하얀 밧줄이 수종사까지 길게 길게 이어져 있는데다가 이 길은 내가 올라온 길이 아닌 처음 가는 길이어서 얼마나 상쾌하던지-.  남양주 당국의 노고에 감사를 드린다.
새로운 산길의 만남은 언제나 나를 행복하게 하여주었다.

*. 수종사 이야기
  수종사는 주차장까지 내려갔다가 거기서 다시 오른 쪽으로 오르는 층계 위 높은 위치에 있는데 그 높이가 만만치 않아서인지 물건을 실어 나르기 위해서 삭도(索道)까지  만들어 놓았다.
그 삭도가 풍경마저 실어올린 듯 수종사의 종각에서 굽어보는 양수리 팔당 일대의 전망은 고려조 서거정이 말한 "동방 사찰 중 제1의 전망은 수종사의 전망이다."라는 말 그 이상이다.
 이 절의 초창(初創) 연대는 확실하지 않으나 세종 무렵 세워진 세조의 고모인 정의옹주(貞懿翁主)의 부도가 있는 것으로 유추해 보면 그 무렵보다 훨씬 이전에 창건된 절로 보인다.
이 절이 수종사라는 이름을 얻게 된 것은 이 절에 올라가서 아래 양수리 쪽을 보면 그 모습이 물속에 종이 잠겨 있는 듯하다 해서 수종사라 했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다음 이야기가 더 유명하다.
 -세조가 만년에 지병인 피부병으로 오대산에 갔다가 수로로 한강을 따라 환궁하는 도중에 지금의 양수리인 양차강(兩次江)에서 하룻밤을 유하게 되었을 때의 일이다.
그 날 밤 지금의 절 부근에서 은은한 종소리가 나므로 이상히 생각하여 다음날 아침 주민을 불러 종소리의 출처를 물었더니 ‘근처에 종은 없고 종소리가 날 만한 곳이 있다면 운길산 중턱에 오래된 절터 한 곳 있을 뿐입니다.’이라고 대답하였다.

세조가 이를 답사하게 하였더니 절터에 암
                                             -  출처: '한국산하' 청파 윤도균 사진
굴 이 있고 그 속에 18 나한상이 있었는데, 그 바위틈에서 물방울이 떨어져지면서 나는 소리가 종소리와 같았다. 이에 세조는 나한을 모시는 절을 짓게 하고 5층석탑을 세워 그 안에 18나한을 봉안하게 하였으니 이 탑이 '수종사오층석탑'이다. 이 오층석탑은 경기도지방문화재 제22호로 수종다보탑이라고도 하는 것으로 조선시대의 팔각오층석탑이다.
1939년 이 탑을 보수할 때 청자항아리 사리장치와 그 항아리 속에서 금동9층탑과 은제도금육각감이 발견되고, 1957년에는 금동불상 15구(軀)의 보물이 나와서 이 전설의 신빙성를 더해 주고
 
 
 



있는데 그 유                                                                    들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보관하고 있다. 
경내 부도(浮屠)를 중수할 때 고려시대의 다수의 유물(보물 제259호)이 발견되었l는데 거기서 나온 3개(그림 참고)의 유물은 귀중한 보배라 역시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보관하고 있는 명품이다,
층계를 올라 제일 먼저 만나는 곳이 약수터다. 절에 가서 약수를 받아가는 것이 나의 습관이라 물을 받다보니 그 약수터 바로 위가 삼정헌이다.
 삼정헌은 경내에 있는 찻집으로 낮 12시부터 소문난 수종사의 석간수로 달인 녹차를 이 절집을 찾는 분들에게 무료로 제공하여 주면서 다도(茶道)를 가르쳐 주기도 한다는 곳이다.
나도 그 그윽한 차향에 묻혀 산정헌의 유리창 밖으로 펼쳐지는 북한강의 모습을 굽어보고 싶었으나 지금은 저녁이라 굳게 닫혀서 아쉬움을 남긴다.
'수종사 사적기'에 의하면 이 운길산 산록에 살던 실학자 다산 정약용, 추사 김정희 등 다선묵객(茶仙墨客)들이 당색과 신분을 초월하여 함께 모여 담론(談論)을 나누던 곳이라 한다.
다음은 운길산 아래 송성골에 있는 한음 이덕형의 시비다.

큰 盞(잔)에 가득 부어
醉(취)토록 먹으면서
萬古英雄(만고영웅)을
손 꼽아 세여 보니
아마도
유령(劉영) ,李白(이백)이
내 벗인가 하노라
                                                                  -한음 이덕형




 그러나 수종사의 자랑은 운길산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뛰어난 전망이다.
수종사에서 굽어보는 북한강의 산 아래 저 팔당의 저 모습은 금강산에서 발원하여 화천, 춘천을 거쳐 내려온 약 371km의 북한강 물과, 대덕산에서 발원하여 영월, 충주를 지나 흘러온 남한강물이 서로 만나는 일명 두물머리라는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절경 중에 하나 양수리 일대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다음은 그 팔당 이름에 대한 유래 중에 하나다.
 -'팔당(八堂)'이란 강과 함께 양쪽의 산세가 험준하고 수려하여서 옛날 하늘에서 팔선녀가 내려와서 놀던 자리가 8 군데가 있었다. 후세 사람들이 그곳에 여덟 개의 당(堂)을 지어 놓았다고 해서 생긴 말이다.
내 생각에는 그보다 팔당의 '八'이란 말이 '두물머리'에서 찾아보는 것도 생각해 볼 일이다.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지점인 양수리의 모양이 '八' 형상이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수종사에서 제일 큰 감격은 운길산 정상에서조차 제대로 보지 못한 팔당호와 양수리 일대의 풍광을 보는 일이었다.
그 아름다운 풍광은 수종사 마당을 두른 나지막한 기와지붕 너머로 굽어보고 있다.
옛날에는 없던 팔당호와 그 호수를 건너지르는 다리를 더한 모습은 당시보다 멋을 더하였으려니 이 노시인의 마음을 어찌 열지 않을 수 있으랴.
운길산 산행 중 이정표마다 시 한 편씩 걸려 있었는데 정작 운길사나 수정사를 노래한 시가 한 수도 없었으니 어찌 시 한 수를 남기고 가지 않으랴.

           마음이 시키는 대로 다리가 가고 
           다리가 가는 대로 마음이 따르니
           종(鍾)소리
           머문 수종사(水鍾寺) 
           흰 구름 걸린 운길산(雲佶山)
                                           -운길산

 그러나 호사다마(好事多魔)라 이 선경같은 경치에 카메라마저 놀랬는지. 눈으로만 보라고, 마음으로만 저 경치를 보고 가라는 건지. 수종사의 그 황홀한 저 전망 몇 장을 카메라로 찍고 있는데 디카의 생명이라고 할 수 있는 배터리가 수명을 다하였다. 핸드폰의 사진으로 대신은 하였으나 핸드폰은 핸드폰이라. 화질이 억망이다.
그래서 다음 그림 몇장은 '한국산하' 사이트에 실린 청파님 사진으로 대체한다. 허락은 받지는 못하였으나 친한 벗들의 아름다운 사진을 탐내는 것도 이 또한 불심(佛心)이라고 도 할 수 있는 일이니 어찌 탓하랴 해서다.
출처: '한국산하' 청파 윤도균 사진
 수종사의 또 하나의 자랑은 세조가  심었다는 키 50m에 그 둘레가 7m가 넘는다는 수령 500년의 은행나무다.
지친 다리를 끌며 다시 주차장으로 내려오다 보니 불목하니 거사가 있어 물음에 답하는 소리가 어느 절보다도  친절하다.
"운길산역까지는 30여분 걸리구요. 일주문을 지나서면 바로 지름길이 나오지요."
산속의 겨울밤은 빨리 오는 것이어서 얼마 내려가지 않아서 헤드 랜턴을 켜야 했다.
우측에 커다란 미륵보살입상이 있고, 더 내려가니 일주문이 어둠 속에 서 있다.
거기서 얼마 안가서 아스팔트길을 버리고 자연 숲길로 들어서는데 저 아래 운길산 전철역의 불빛이 찬란하다.

다시 들머리 표지판 앞에 섰다.
어느 산의 것보다 멋진 운길산의 이정표다. 거기에는 시가 있고, 위도 경도가 있는데 아쉽게도 해발의 높이가 없긴 하지만.
우리는 이렇게 항상 출발점으로 되돌아와야 하는 세상을 산다. 돌아와서 다시 어느 곳으로인가 출발하기 위해서다.
그 세상을 바라보며 아무도 없는 캄캄한 산길을 홀로 가며 미친 사람 중얼거리듯이 속삭여 본다. 그러나 나의 미친 짓은 '美親(미친)'이다.
'우리들 산꾼에게 낮의 산은 낙원 같은 세상이지만요, 그 낮이 지나고 밤이 오기 시작하면 세상은 우리들의 천국이랍니다.'
개 짖는 소리가 멀리 들리는 설이 가까워 오는 세모의 운길산의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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