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필* (隨筆)☎

태풍 매미

ilman 2012. 11. 28. 09:26

태풍(颱風) 매미

매미 소리가 사라지더니 무서운 매미 태풍(颱風)이란 이름으로 다시 찾아왔다.
여름을 여름답게 시원한 소리로 알려 주는 곤충 매미는 우리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좋은 곤충이 아니다.
유충(幼蟲)으로 2∼5년 땅 속에 있을 때는 나무뿌리에서 수액(樹液)을 빨아먹으며 자라다가, 굼벵이로 나무에 올라가서 허물을 벗고 매미가 된다.
성악가인 수놈은 요란한 소리로 '맴맴- '하며, 음악 감상자인 벙어리 암 매미를 불러 대며 한 달 정도 산다. 암놈은 수놈을 만나 알을 배서 햇가지 속에 알을 까고 죽는다. 매미는 이렇게 나무에게 해를 끼치는 곤충이다.


금년 태풍(颱風)은 왜 '매미'란 이름으로 찾아왔을까?
'사라' 태풍과 같이 여성 이름을 붙였던 것은 여성처럼 부드럽게 지나가라는 소원을 담은 것이었는데, 여성계의 강력한 반발로 1978년 이후부터는 남성, 여성 이름을 같이 쓰다가 요즈음은 '사라'(인도네시아어: 사슴)와 같이 동물이거나, '매미'와 같이 곤충 이름을 쓰게 된 것이다.
요즈음 태풍의 이름은, 아시아 태풍위원회에서 14국이 제출한 10개 총 140개의 이름 중에 하나씩 번갈아 사용하고 있다. 요번 '매미'는 북한에서 낸 것이다.
 옛날 중국에서는 이런 바람을 풍구풍(風具風)이라 했다 한다. ‘사방의 바람을 빙빙 돌리면서 불어온다’는 뜻이던 것을 오늘날 태풍(颱風)이라 하게 된 것이다. 이 발음을 따서 영어로 Typhoon이라 쓴다.
이런 바람을 북미와 멕시코에서는 허리케인(Hurricane), 인도 지방에서는 사이클론(Cyclone), 호주에서는 윌리윌리(Willy Willy) 등으로 부른다.
풍속이 33m/s 이상인 것을 태풍(颱風)이라고 하는데 요번에 온 태풍 매미는 60m/s로 인명 피해만도 사망· 실종이 87명이 넘는다니 얼마나 무서운 태풍인가.
매년 7, 8월에 찾아오는 이 반갑지 않은 두려운 불청객은 세계에서 가장 깊은 바다라는 메리아나 해구가 있는 북서 태평양에서부터 온다.
  우리가 이런 태풍의 모습을 눈으로 직접 보게 된 것은 1960년, 세계 최초의 기상 위성(氣象衛星)이 지구 상공으로 쏘아 올려진 때부터다. 그때 태풍 중심에 작은 구멍인 태풍의 눈을 발견하였다.
 이 태풍의 눈은 반지름이 20-100km 정도도 있지만 직경이 1,000km가 넘는 것도 있어 한반도 전체를 덮고도 남는다.
이 태풍의 위력은 1945년 일본 나가사끼에 투하된 원자폭탄의 만 배가 넘는 에너지이며, 그 강도는 웬만한 화산 폭발의 열 배 정도의 위력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태풍은 하느님이 보우하시어서 우리나라에 도달할 때에는 언제나 어느 정도 약화되어 온다.
 그래도 태풍은 조용히 지나가는 적이 없다.
파랑(波浪) ,해일(海溢), 수해(水害), 풍해(風害) 등 각종 재해를 일으며 간다.
해안 침식으로 항만시설을 파괴하거나, 해난 사고와 피해를 일으키는 것이 파랑(波浪)이다.
바다의 큰 물결이 육지를 덮쳐서 항만시설과 제방 파괴, 선박 피해, 양식장 해안 근처의 농경지 침수(浸水), 전답 등의 염수(鹽水) 해, 도로, 가옥의 파괴와 유실(流失), 인명 피해 등을 주는 것이 해일(海溢)이다.
축대 붕괴, 산 사태, 홍수 등이 수해(水害)요, 정전, 전선 합선에 의한 화재, 차량 전복, 가옥, 탑 등의 파괴가 풍해(風害)인 것이다.
금년(1923년)은 이틀 걸러 비가 자주 와서 과일과 곡식이 여물 틈을 주지 않더니, 설상가상(雪上加霜)으로 농작물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주는 태풍 '매미'가 지난해 '루사' 폭풍이 휩쓸고 간 고장에 그 복구가 끝나기도 전에 또다시 덮쳤다.
농부들은 '사라'보다 무서운 태풍 소식을 듣고 논물을 벼 키의 60%까지 깊이 대기도 하고. 이삭이 나오는 논에다 새 그물을 치기고 하고, 고추나 참깨 등은 지주를 세워 묶어 주며 안간힘을 다했으나 역사 이래 가장 무서운 것이 이번 태풍이어서 불가항력이었다.

곤충 매미는 해충이기만 한가.
아니다. 허물 벗기 직전의 굼벵이는 신장염(腎臟炎)이나 간 경화증의 한방 치료제로 더없이 귀중한 약재가 된다.
그렇다면 태풍의 이로운 점은 무엇인가.
 자고로 태풍보다 무서운 것이 가뭄이다. 그러한 때 인간에게 가장 필요한 물을 한꺼번에 해결해주는 공급원이 되어 주고, 저수지의 물을 가득 채워 주는 것이 고마운 태풍이기도 하다.
적조(赤潮) 등으로 오염된 바다를, 태풍은 바다 물을 위 아래로 뒤섞어 주어, 바다 생태계를 활성화시키는 중요한 역할도 한다. 이러한 순환은 플랑크톤을 용승(湧昇) 분해시켜도 준다.
태풍은 저위도(低緯度) 지방의 대기 중의 에너지를 고위도(高緯度) 지방으로 옮겨 줌으로써 지구 상의 남북의 온도 균형을 유지시켜 주기도 한다.

다행하게도 태풍 매미는 전국토가 아닌 남해안으로 상륙하여 동해안으로 북상하여, 중부 수도권에 사는 우리들에게는 오히려 폭풍 전야의 찬란한 낙조를 보게 하여 주었다.
우리는 태풍 밖에 산 것을 다행으로 여기기 전에 우리들이 요번 낙조처럼 아름답게 국력을 모아야 할 때이다.
동양에서는 일본 다음으로 잘 사는 나라의 국민이 우리가 아닌가.
                                                                                              -2003. 9.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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